그렇게 한참 후 드디어 출발한 비엔티안행 버스는 또 다시 산을 넘고 넘어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서 사고가 발생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우리는 비교적 뒤쪽에 앉았는데 맨 뒤에서 검은 연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사태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뒤에 있던 사람들은 연기가 난다고 소리를 질렀다. 출발한지 30분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다.
버스는 잠시 정차했고 아저씨는 뒤쪽 에어컨을 만져보더니 다시 출발했다. 그런데 출발한지 10분도 되지 않아 뒤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이번에는 다들 너무 다급하게 "불이야!" 라고 소리를 질렀다. 나도 뒤쪽에 있었기에 에어컨에 나오는 새까만 검은 연기와 함께 에어컨의 틈 사이로 시뻘건 불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사람들은 모두 급해져서 그런지 항의가 아니라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
이제는 불난 버스를 구경하는 것도 잠시 이 버스에 우리가 타고 있다는 사실이 공포스러웠다. 사람들이 처음에는 뒤를 쳐다보더니 버스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앞쪽이야 별로 다급한걸 못 느꼈지만 맨 뒤쪽과 우리들은 다급해지기 시작해서 "빨리 좀 내려요!" 라고 외치며 앞사람을 다그쳤다.
참 별의별 상황을 다 겪는다고 생각했다. 비엔티안으로 출발한지 30분 만에 버스는 길바닥에 누워버렸고, 사람들은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 짐칸에 있던 배낭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니 무섭다기 보다는 그냥 이 상황이 너무 웃기고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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