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에어컨에 불이나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긴 했지만,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는 무사히 도착 했다. 비엔티안에 도착하고 보니 역시 수도는 수도인가 보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차들이 거리를 채우고 있었고, 건물도 꽤 많이 보였다.


상민이형은 베트남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에 남는 시간 동안 같이 있기로 했다. 비엔티안에 도착해서 정말 정말 허름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방을 잡았다. 비엔티안 물가가 생각보다 비싼 까닭에 괜찮은 숙소 찾기가 쉽지 않았다. 어차피 하루만 자면 된다는 생각으로 방을 잡았는데, 4층도 아닌 그 위의 옥상에 있던 옥탑방에 마련된 퀘퀘한 방이었다. 선풍기를 틀기가 무서울정도로 먼지가 쌓여있었고, 낮이었는데도 방은 어두컴컴했다. 금방이라도 거미 몇 마리가 지나다닐 것 같았다.


밖으로 나와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식당을 찾아나섰다. 길가에 있었던 식당에서 다들 쌀국수와 밥을 먹었지만 나는 도저히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속이 안 좋은 것은 둘째 치고, 몸이 점점 안 좋아져서 제 정신으로 걸어다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이곳에서 그냥 파인애플 쥬스만 마셨다.


라오맥주와 더불어 유명한 라오커피를 샀는데 이렇게 비닐봉지에 담아서 주는 것이 바로 동남아시아에서 볼 수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였다. 동남아에서는 병값이 비싸서 그런지 음료를 주문해도 2중으로 된 비닐봉지에 얼음을 넣고 줬다. 처음에야 신기하기는 했지만 이미 나는 필리핀에 갔을 때 겪었던 것도 있고, 여행을 하면서 충분히 적응을 해서 그런지 이런 테이크아웃 음료가 편하기까지 했다.


비엔티안에도 꼬치는 참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다들 밥을 먹고도 꼬치 하나씩 집어 먹었는데 나는 배가 고팠지만 먹을 수 없어서 그저 구경할 뿐이었다. 머리도 어지러웠다.






메콩강이 보이는 강가로 걸어갔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있었던 장소에는 처음 라오스로 향했을 때 마주했던 메콩강이 여기에도 흐르고 있었다. 길을 걷다 알게 되었는데 이 메콩강의 건너편은 태국이었다. 그렇구나! 태국이 이렇게 코앞에 있을 정도로 우리는 다시 태국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 메콩강 주변으로 가면 우리를 더욱 기분 좋게 했던 것은 바로 수 많은 노점들이었다. 그 노점들의 음식들이 어찌나 먹음직스러운지 내가 지금 아프다는 사실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난 몸이 안 좋고, 다른 사람들은 밥 먹은지 얼마 안되어서 그저 구경할 뿐이었다. 노점의 아저씨들은 우리가 지나가자 꼬시려고 했지만 우리는 입맛만 다시며 지나갔다. 사실 더 중요했던 이유는 이런 음식을 사먹을 수 있을 정도의 넉넉한 돈이 우리에겐 없었다. 이제 라오스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었으니 남은 돈이 거의 없었던 것이었다. 이건 너무 큰 고통이었다!


지글지글 익는 소리에 눈을 질끈 감아야 했다. 아저씨 제발요!


맛있어보이던 음식들을 뒤로 하고 상민이형을 바래다줬다. 함께 태국과 라오스를 같이 다녔던 상민이형 덕분에 여행이 더욱 즐거울 수 있었는데 이제 아쉽지만 서로 루트가 틀렸던만큼 이곳에서 헤어질 때가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민이형과 작별 인사를 했다.

그렇게 여행에서 만났던 사람과 또 헤어졌다. 맛있는 것도 많이 얻어먹고, 여러모로 고마웠던 형이었는데 여행을 통해 좋은 만남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 너무 좋았다. 우리는 한국에서 꼭 다시 보자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한국에서 보기 전에 혹시라도 베트남에서 다시 만나면 정말 재미있겠다는 상상을 했다. 당시에는 정말 이런 상상뿐이었는데 약 10일 후에 정말 우연히 베트남 나짱에서 상민이형과 재회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