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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반납하고 여태까지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올드마켓쪽으로 걸어갔다. 생각해보니 캄보디아에 도착한 첫날은 깜깜한 밤이었고, 다음날에 앙코르 유적을 둘러보았고, 그 다음날에도 유적지를 돌아다니느라 씨엠립을 제대로 구경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었다.

유적지를 보고 돌아오면 너무 어두워진 거리를 돌아다니기가 싫었던 것도 있었다. 다른 도시에서는 늦은 밤까지 돌아다녔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여기는 너무 으슥해 보여서 꺼려졌었다. 


어쨌든 저녁이 되기 전에 씨엠립에 돌아온 우리는 올드마켓쪽으로 향했다. 한국인이 많이 와서 그런지 다른 곳에서는 찾기 힘든 한국 음식점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아마도 비싸겠지? 직접 들어가서 확인은 해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우리나라 보다 비쌀듯 싶다.


올드마켓쪽으로 오니 분위기가 많이 틀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곳 저곳에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고,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정작 올드마켓은 구경도 하지 않고 지나갔고, 이 주변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바게트 파는 아주머니 대낮부터 주무시고 계셨다. 장사는 안 하시나요?


이쪽 거리를 지나가니 새삼 호텔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음식점도 여기에 몰려있었다. 진작에 한번 왔어야 했는데 좋은 곳은 다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거리를 지날 때는 캄보디아가 아닌줄 알았다. 흡사 방콕의 카오산로드에 온 것처럼 온통 외국인(물론 나도 외국인이지만)뿐이었고, 가게들도 무척 좋아보였다. 캄보디아에 와서 외국인들을 별로 보지 못했는데 다 여기에 있었던 것이었다. 방콕에서 보던 것처럼 여행자들이 앉아서 또는 누워서 수다를 떠는 모습도 많이 보이고, TV를 보며 차를 마시는 사람도 많이 보였다. 다시 태국에 온 것 같았다.


안젤리나 졸리가 영화 <툼레이더>를 찍을 때 자주 왔다는 더 레드 피아노를 발견했다. 얼른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굶어서 배고팠던지라 우선 밥부터 먹고 여기로 오자고 했다.

태사랑에서 뽑은 지도를 보니 어느 한곳에 음식점이 몰려있는 것을 보고 그쪽으로 향했는데 그러다가 발견한 곳이 중국식당이었다. 깨끗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여태까지 사실 그런 것은 한번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선 중국식당이니 호기심에 메뉴판을 받아들었다.

정말 놀랍게도 한글로도 표기되어 있었다. 친절하게 짜장면, 만두국과 같은 말로 써 있었는데 무엇을 먹을지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나는 만두국을 선택했다.


캄보디아 중국집에서 먹은 짜장면은 제법 비슷하게 생겼다. 맛은 좀 틀리긴 했는데 확실히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짜장면의 맛은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주문한 만두국은 대체 어딜 봐서 만두국인지 모르겠다. 거기다가 사진으로 봤을 때와 많이 틀렸다. 이렇게 걸죽한 음식일 줄 몰랐다. 다행히 약간 자극적인 맛이긴 했지만 그런데로 먹을만은 했다.


이름 기억 안 나는 음식들은 분명 어디서 본 듯한 그런 음식이기는 했지만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여기는 한국식 중화요리점이 아니라 정말 중국식 식당이었던 것이다.

애초에 우리나라 스타일의 중화요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니 같은 맛을 느낀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하지만 배고파서 그런지 얼른 해치웠다. 생각했던 맛은 아니지만 맛도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었고, 새로운 음식을 맛 본다는 것을 마다할 사람은 우리 중에 아무도 없었다.


밥을 먹고 나온 후 거리의 풍경. 새삼 평화롭게 느껴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캄보디아에서 겪은 사건들 때문에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그 기분이 싹 씻겨진 것 같았다.


하늘은 정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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