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이나 잤을까? 눈을 떠보니 벌써 저녁시간을 훌쩍 넘겼다. 정신을 차리고 밖을 나가보니 온통 서양 애들끼리 모여 앉아 밥을 먹고 있거나 떠들고 놀고 있었다. 적응 안되는 이 분위기를 바라보며 '아~ 나 호주 적응 잘할 수 있을까?'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브리즈번 시티에서 나는 무겁디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엄청나게 돌아다녔다. 적응이 안 되는 거리이며 쉽게 찾을 수 있을것 같았던 백팩커스 하우스가 잘 보이지가 않았다. 지도 한장만을 들고 브리즈번 시티를 계속해서 돌았다.
그러다가 브리즈번 트랜짓 센터에 가면 백팩으로 전화할 수 있는 전화기가 있다고 해서 무작정 그쪽으로 갔다. 브리즈번 센트럴에서트랜짓 센터까지는 꽤나 멀었다. 특히나 무거운 짐이 있었던 나로써는 지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의 11월은 가을이었지만 호주는이미 여름을 향하고 있었기 땀이 주르륵 흘렀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센트럴의 코 앞에 백팩이 있었다.
어쨋든 힘들게 트랜짓 센터에 도착한 후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호주에서 좋았던 점이라면 공항이나 주요 도착지점에 있는 무료전화기를 이용해서 원하는 백팩으로 전화를 걸 수 있고, 픽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전화기를 들고 백팩에 전화하니Level3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나는 Level3가 뭘까? 공곰히 생각하며 밖에서 기다리다가 여기가 아닐거라는 생각에 지나가는 아줌마를 붙잡고 물어봤다. 그런데나의 Level이라는 말을 전혀 못 알아들었다. 내가 몇 번을 말하자 아주머니는 "아~ 뤠붤3?" 라고 그제서야 이해하고,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된다고 알려줬다. 아~ 나의 영어 발음이 이정도인가? -_-;
그제서야 나는 호주는 Ground floor, Level1, Level2, Level3... 이렇게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즉 Level1이라고 해서 1층은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어쨋든 Level3에 올라가서 기다리니 픽업 차량들이지나다녔다. 이미 내 픽업 차량은 나를 못 기다리고 갔다고 판단하고 다른 차량을 붙잡았다.
책을 뒤져보니 무척 괜찮은 백팩이라는 말에 가격부터 물어봤다. 24달러부터 있다고 한다. 근데 좀 멀다고 하는데... 에라모르겠다고 하며 그냥 타버렸다. 이것저것 따지기엔 나는 이미 너무 지쳐있었다. 그렇게 난 브리즈번 시티에서 더 멀어져갔다. 내가 도착한 곳은 Westend의 브리즈번 백팩이었다.
26달러짜리 방을 3일 계산하고, 키보증금 10달러를 내고나니 벌써 100달러를 써버렸다. 아~ 호주는 이런 곳이구나! 체크인하고 생각보다 지저분한 6인실 방에 들어와 그대로 쓰러져잤다. 얼마나 피곤했는지 4시간을 자버렸다. 그렇게 자고나니 8시였는데 배고픔에 깼다. 방을 나와 둘러보니 아시아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힘든데 이 곳의 분위기가 쉽게 적응할 수 없었다. 어쨋든 허기라도 채워야겠다는 생각에 밖으로 나갔다.
10분을 걷다보니 그제서야 이 곳이 상당히 외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먹을만한 식당은 커녕 불이켜진 집도 별로 없었다. 조금멀리나가자 편의점이 하나 보였고, 그 주변에 식당 비슷한 곳이 몇 군데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딱히 내키는 곳은 없었다.
"한국 분이시죠?"
허걱... 이 분 한국 사람이었다! 그 분은 나에게 한국 사람도 거의 없는 이 곳은 무슨 일이냐며, 왜 이렇게 비싼 케밥을 사먹냐며 물었다. 내가 오늘 호주에 도착했다고 하니까 좀 불쌍해보였지 콜라도 공짜로 줬다. 나는 케밥을 먹으면서 이 분과 얘기를10여분 나누었지만 너무 바쁘셔서 일하러 돌아갔다. 배고팠는데도 거대한 케밥을 다 먹지도 못하고 버리고 왔다. 맛이 없어서가아니라 쉽게 입에 물렸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몰려드는 쓸쓸함을 안고 백팩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수 많은 여행객들은 시끄럽게 떠들며 놀고 있었다. 나는 그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 얼른 방으로 들어왔다. 너저분한 6인실 방, 삐그덕거리는 침대의 기둥을 잡고 나의 잠자리였던 2층으로 올라와 억지로 잠이 들었다.
'나 잘할 수 있을까?'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나는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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