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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수많은 사람들과 스쳐지나가지만 다시 만나자는 기약만 할 뿐 이어진 적은 많지 않다. 대부분 바쁜 일상 속에서 말로만 언제 한번 보자라고 할 뿐 그게 언제가 될지는 누구도 알 수가 없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정말 낮았던 까닭일까? 방콕에 돌아와서도 7명 모두 한자리에 모여 캄보디아를 여행한다는 일은 그만큼 확률이 낮아 보였다. 우리 3명은 라오스를 여행하고 정확한 날짜에 맞춰 새벽에 돌아온 상태였는데 나머지 인원들은 아마 태국의 다른 곳을 여행하고 있었을 것이다.

약속한 날짜, 약속한 장소, 약속한 시간에 도착했다. 우리가 만나기로 한 장소는 카오산의 대표적인 한인게스트하우스였던 '홍익인간'이었다. 홍익인간 앞마당에서 보기로 하고, 무슨 사정이 있다면 그 앞 칠판에 적어놓기로 했다. 휴대폰도 없던 우리들이 서로 연락이 닿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홍익인간 칠판에 누군가 익숙한 사람의 글씨가 적혀 있었다.

우리는 방콕에 돌아왔어요. 이따 봐요. - 국어쌤, 체육쌤

우리는 숙소로 돌아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오니 약속 시간보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전부 모여 있었다. 이렇게 놀라운 일이 있을 수가! 우리는 서로  방콕에서 모일 수 있을지 의심하면서도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모인 것이다. 태국의 빠이, 꼬창, 그리고 국경너머 라오스에서 여행하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모이고 나서도 우리는 진짜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서로 의심했다는 이야기에 폭소가 터져버렸다. 다들 그렇게 의심 반, 믿음 반으로 방콕으로 돌아온 셈이었다.

애초에 우리는 캄보디아를 여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곧바로 캄보디아로 출발하는 차편을 예약하고, 저녁을 먹었다. 길거리에서 값싼 20밧짜리(약 600원) 밥을 먹고 있을 때 승우가 재미있는 제안을 했다. 캄보디아로 들어갈 때 다 같이 단체티를 입고 가자는 것이었다. 모두가 흔쾌히 재미있을 것 같다면서 찬성했고, 람부트리 거리에 티셔츠를 쌓아놓고 파는 가게에 들어가서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근데 우리는 들어가서 다짜고짜 흥정부터 시작해서 결국 아주 싼 가격에 구입을 할 수 있기는 했는데 문제는 흥정만 열심히 했지 아직 티셔츠를 고르지 못한 것이었다. 아주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결정한 티셔츠는 '트랜스포머'가 그려진 티셔츠였다.


바로 이 티셔츠!!!



트랜스포머 티셔츠도 골랐겠다 우린 태국의 밤거리를 걸으며 이 기분에 취해버렸다. 엄청나게 많은 인파속에 시끄러운 음악소리, 카오산의 열기에 다시금 기분이 좋아졌다. 이런 기분은 카오산이 아니면 느끼기 힘들거다.


라오스에서 넘어온지 얼마 안 되서 그런지 이런 분위기가 어색할만도 한데 너무나 익숙했다. 때로는 지저분하고 시끄럽고 사람이 무진장 많은 거리가 나로 하여금 에너지를 느끼게 만들었다. 다만 태국에 오자마자 캄보디아로 떠나게 된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내가 느낀 태국은 고작해야 백분의 일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또 다시 다른 나라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새벽에 잠이 너무 오질 않았다. 결국 새벽 4시까지 잠이 깬 상태였는데 그때 어느 아저씨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방에서 얘기를 하다가 밖에 나와서 얘기를 하며 밤을 새게 되었다. 얘기하는 도중 아주 재미있는 장면을 보게 되었는데 DDM에 있던 강아지 혼자 잘 자고 있다가, 갑자기 땅을 파기 시작했다. 아마도 땅속에 뼈다귀를 찾는 꿈을 꾸는 듯 보였다. 너무 웃긴 이 강아지때문에 새벽에 엄청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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