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간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은 미친짓이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의기양양하게 냥우에서 올드바간을 거쳐 뉴바간으로 갔다. 근데 진짜 너무 너무 힘들었다. 자전거가 불량인지 아니면 너무 심한 오르막길이 연속이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정말 죽을맛이었다. 잘 나아가지도 않아서 일어서서 낑낑대며 페달을 밟아댔고, 마차를 탈 때는 몰랐는데 자전거를 타니 왜 이렇게 오르막길이 많은지 올드바간에 도착하기 전인데도 벌써부터 자전거를 빌려서 다닌게 후회가 될 정도였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어떤 한 남자가 나를 불렀는데 다름 아닌 네 친구와는 왜 헤어지고 혼자다니고 있냐고 묻는 것이었다. 아마 나와 항상 같이 다녔던 러시아인 비키를 말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그걸 기억하는지 그거 참 신기하기만 했다. 서양인과 같이 다녔던 아시아인이 정말 유난히 눈에 띄었나 보다. 그러면.. 지난 여행기/밍글라바! 아름다운 미얀마 여행 14년 전
여기가 쉐산도 파고다가 아닌가벼?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에 프놈파켕이라는 곳에서 일몰(혹은 일출)을 보는 장소가 있다면 바간에는 쉐산도 파고다가 있다. 쉐산도 파고다에 올라서 일몰을 바라보면 환상적이라는 말에 당장에 쉐산도 파고다를 찾아 나섰다. 의욕적으로 찾아 나섰던 것은 좋았는데 문제는 우리가 계속 헤매고 다녔다는 거다. 사람들의 생활 터전인 동시에 시장이었던 곳으로 꽤나 큼지막한 편이었다. 이곳은 아난다 파고다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 시장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했던 곳은 아니고 정말 현지인들을 위한 시장이었다. 나와 비키는 시장을 가로질러 갔다. 지도를 보니 이 근처 어딘가에 쉐산도 파고다가 있는 것 같았다. 우리의 걸음은 해가 떨어지는 것을 볼 때마다 빨라졌다. 일부러 일몰을 보려고 쉐산도 파고다를 찾아가는 것인데 해가 떨어진다면.. 지난 여행기/밍글라바! 아름다운 미얀마 여행 14년 전
흙먼지 뒤짚어 쓰며 바간을 걷다 "아이들이 엽서를 들고 쫓아오면 도저히 사지 않을 수가 없을거 같아. 이건 캄보디아 때 느꼈던 감정과는 많이 틀린거 같아. 나는 이 아이들의 물건들을 다 사주고 싶은데 실제로는 그럴 수가 없어서 너무 안타까워." 흙먼지가 풀풀나던 길을 걸으면서 나는 비키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비키는 내 말에 동의를 하면서도 우리들로써는 모든 아이들의 엽서를 사준다는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나를 가리키며 "너와 난 가난한 여행을 하고 있잖아. 사실 우리가 그 많은 사원을 돌아보며 물건을 사 줄 돈은 없는 것도 사실이야." 라고 말을 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깟 1000원짜리 하나 사주지 못하고 뿌리치고 나왔을 때는 너무 미안하긴 했지만 나에게는 그럴만한 여력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지난 여행기/밍글라바! 아름다운 미얀마 여행 14년 전
세계 3대 불교 유적지 바간의 경이로움 러시아 여자였던 비키와 걸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빤히 쳐다봤다. 아무래도 동양인과 서양인이 함께 돌아다니는 모습이 무척 이상하게 느껴졌나 보다. 가끔은 우리를 보고 여자친구냐 혹은 결혼한 사이냐고 묻는 어이없는 질문도 받아 봤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조합이 그렇게 어울리지 않았나 보다. 우리는 무작정 지도를 보면서 걸었다. 바간은 정말 광활한 지역이었고, 애초에 이 몇 천개가 된다는 파고다를 다 본다는건 불가능했다. 비키와 나는 그냥 자유롭게 걷다가 자유롭게 보고 싶다는 생각에 지도로 대충 방향을 잡고 걸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말 너무 더웠다. 지난 밤에 추위에 벌벌 떨었던게 거짓말 같을 정도로 너무 더웠다. 게다가 바간 지역에 관광객들을 위한 도로가 포장되어 있을리 만무했다. 흙먼지를 열심히 .. 지난 여행기/밍글라바! 아름다운 미얀마 여행 14년 전
마차를 타고 바라본 바간의 풍경 바간은 크게 3개의 구역으로 나뉘는데 보통 여행자들이 모여 있던 냥우, 옛 도시라고 할 수 있는 올드 바간, 그리고 새로운 도시인 뉴 바간이 있었다. 보통 대부분의 유적지가 올드 바간쪽에 몰려 있었기 때문에 올드 바간쪽으로 이동해서 구경하는게 일반적이었다. 나와 비키는 걸었다. 우리가 이렇게 그냥 거리를 걸었을 때면 어느새 마차가 지나가면서 "홀스카(Horse Car)?"라고 지겹도록 묻는다. 그 중 한 마차 아저씨가 다가와서 이걸 타는게 어떻냐고 물어봤는데 나는 비키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는 나쁘지는 않겠다는 심정으로 가격을 물어봤다. 가격은 하루 종일 투어가 10달러였나 15달러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올드 바간까지는 2000짯(2달러)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나와 비키가 마차가 지나다닐 때마다 우리는 걷.. 지난 여행기/밍글라바! 아름다운 미얀마 여행 14년 전
보타터웅 파고다에서 만난 아저씨의 정체 양곤의 거리는 시장 그 자체였다. 어디가 거리이고, 어디가 시장인지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인도의 반을 노점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였는데 이는 어려운 미얀마 경제 상황을 대변해주는 듯 했다. 뜨거웠던 거리를 걸어 보타터웅 파고다 방향으로 이동했다. 처음에는 너무 낡은 건물 사이에 형성 되어있는 골목이 너무 으슥해 보여서 좀 두려운 마음을 가졌지만 하루가 지나자 그냥 쉽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그냥 이런 골목도 다 사람이 사는 곳이었을 뿐이었다. 골목이 시끌벌적하길래 무슨 일인가 했는데 동네 운동회쯤 되는 것을 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운동장 하나 없어서인지 이런 골목에서 동네 사람들을 모아 놓고 이런 운동회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이크를 통해 경기의 상황을 중계하기도 하고, 동네 사람들.. 지난 여행기/밍글라바! 아름다운 미얀마 여행 14년 전
술레 파고다에서 알게된 나의 동물 술레 파고다는 내가 있었던 게스트하우스로부터 코 앞에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바간으로 향하는 버스는 오후 3시이기 때문에 그전에 오전 시간을 이용해서 양곤에 있는 술레 파고다를 비롯해서 보타떠웅 파고다를 둘러 보기로 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배낭을 싸고, 나오기 전에 배낭을 카운터에 맡겼다. 내가 있었던 마하반둘라 게스트하우스는 시설면에서는 정말 최악에 가까웠지만 가격은 4불로 아마 양곤에서 가장 싼 게스트하우스였고, 무엇보다도 주인이 무척 친절했다. 나중에 내가 2주간의 여행을 마치고 양곤으로 돌아왔을 때 나를 보고는 기억할 정도였다. 게스트하우스를 나와 바로 앞에 있던 술레 파고다로 향했다. 술레 파고다의 입구 앞으로 가보니 끝에 종이가 달려 있던 막대기를 바닥에 두드리면서 이쪽으로 오라고 하는 아주머.. 지난 여행기/밍글라바! 아름다운 미얀마 여행 14년 전
거대한 와불상이 있던 차욱타지 파고다 너무 멋지긴 했지만 쉐더공 파고다에서 내 예상보다 훨씬 오랫동안 시간을 잡아먹었다. 지도를 펴고 살펴보니 쉐더공 파고다에서 가장 가깝게 보였던 곳은 차욱타지(짜욱타지) 파고다였다. 가이드북에서도 거대한 불상이 있다고 하는 것으로 보니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여겨졌다. 올라갈 때와는 다른 계단으로 쉐더공 파고다를 내려와서는 차욱타지 파고다의 방향으로 향했다. 근데 이정표나, 거리 이름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던 미얀마에서 이 길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직접 물어봤지만 역시나 알 수가 없고, 거리도 너무 먼거 같았다. 분명 지도상에는 걸어서도 충분히 다닐 수 있을거 같았지만 실제로는 더 복잡하고 멀었던 것이다. 이미 저녁 시간도 다가와서 해가 질거 같았기 때문에 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아주 .. 지난 여행기/밍글라바! 아름다운 미얀마 여행 14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