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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간은 크게 3개의 구역으로 나뉘는데 보통 여행자들이 모여 있던 냥우, 옛 도시라고 할 수 있는 올드 바간, 그리고 새로운 도시인 뉴 바간이 있었다. 보통 대부분의 유적지가 올드 바간쪽에 몰려 있었기 때문에 올드 바간쪽으로 이동해서 구경하는게 일반적이었다. 

나와 비키는 걸었다. 우리가 이렇게 그냥 거리를 걸었을 때면 어느새 마차가 지나가면서 "홀스카(Horse Car)?"라고 지겹도록 묻는다. 그 중 한 마차 아저씨가 다가와서 이걸 타는게 어떻냐고 물어봤는데 나는 비키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는 나쁘지는 않겠다는 심정으로 가격을 물어봤다. 

가격은 하루 종일 투어가 10달러였나 15달러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올드 바간까지는 2000짯(2달러)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나와 비키가 마차가 지나다닐 때마다 우리는 걷겠다고 사양하긴 했지만 지도를 다시 한번 살펴보니 올드 바간까지는 상당히 멀어보였다. 그래서 이 아저씨의 마차에 올라타기로 했다. 어차피 나와 비키 둘이서 1000짯씩 내면 되니까 크게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는 않았다. 

비키는 원하는 지점에서 멈춰서 사진도 찍으면서 갈 수 있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는데 아저씨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이럴때 보면 나보다 훨씬 더 깐깐했던 비키가 전혀 서양인으로 보여지지 않을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마차를 직접 타볼 수 있다는게 신기했던 것이다. 마차에 올라타니 작은 회초리 같은 것으로 말의 두툼한 엉덩이살을 살짝 살짝 때렸다. 따각~ 따각~ 움직이던 마차 위에 올라탄 나는 몸이 덩실덩실 움직일 정도로 승차감은 좋지 않았지만 이 독특한 분위기의 느낌은 바간에서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말에는 이름이 있었고, 간혹 말의 머리 위에는 무언가 달려 있기도 했다. 우리가 탔던 이 마차의 머리 위에는 장미꽃 한송이가 달려 있었다. 


나는 마차의 뒤에 앉았기 때문에 정면의 모습은 보기가 힘들었다. 바간이 왜 미얀마의 최대 관광지이냐면 이렇게 곳곳에 불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강제적인 노역에 의해서가  아닌 스스로 불심에 따라서 만들어진 몇 천개의 파고다가 놀랍기만 할 뿐이다. 

당연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는데 그 범위가 바간 전체에 있는 파고다들이다. 이런 바간이 세계 3대 불교유적지(캄보디아 앙코르왓,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 미얀마 바간)에 속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 바간에서는 '이 차가 정말 굴러가기는 할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한 차들이 많았다. 경운기였던 이 차량에 이정도로 탑승한 것은 양호한 수준이었다. 


마차는 힘차게 달렸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큰 무리없이 갔다. 말은 걸어가는 것보다는 빠른 속도로 달리긴 했지만 사람 3명을 태웠던 말이 조금 안쓰럽기도 했다. 사실 도로도 왜 이렇게 좁게 만들었는지 반대쪽에서 큰 차가 오면 마차는 도로 밖으로 비켜서 달려야 했다. 


우리가 올드 바간까지 가는 동안에도 수 없이 많은 파고다를 볼 수 있었다. 


내가 바간에 도착한 순간부터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 온 느낌이라고 여겨졌는데 이는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었다. 이곳은 사람의 키만한 작은 파고다부터 수십미터까지 높은 파고다가 사방에 솟아 있었고, 주변은 정말 문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풍경들 뿐이었다. 


세상에! 마차가 아니라 우차도 다니는 곳이 바로 바간이었다. 우뚝 솟아있는 파고다를 배경으로 지나가는 우차라... 역시 바간에는 너무도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이름 모르고 유명하지 않은 파고다는 수 없이 많았다. 


이 아저씨 땀을 뻘뻘 흘리면서 사이까를 운전하시는데 우리 마차 뒷꽁무니를 계속해서 쫓아왔다. 무척 힘들어 보였는데 우리를 쳐다보고는 살짝 미소를 짓기했다. 


가까울 것 같았던 올드 바간은 정말 마차를 타고서도 무척 오래 걸렸다. 



근데 올드 바간은 도시라고 보기는 어려울 정도로 그냥 상점만 몇 개 있었을 뿐이었다. 여기가 정말 올드 바간? 비키와 나는 뜨거운 태양빛 아래에서 이제부터는 걸어 다니자고 지도를 보면서 근처 파고다를 찾아나섰다. 생각보다 비키와는 여행 스타일이 잘 맞았던 탓에 흙먼지 날리는 땅 위를 터벅 터벅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