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사진 찍고 놀던 밤 뉴질랜드 친구들은 술을 정말 좋아했다. 주말 낮부터 맥주를 마시는 모습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으며 가끔은 평일에도 마시곤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주말에 우리와 술마시는게 일과가 되었다. 너무 춥고 비오던 날 창고에서 테이블을 옮겨서 술 마신적도 있고, 대낮부터 고기 등을 사와서 술을 마시기도 했다. 이 날도 역시 리가 우리 캐러반을 탕탕탕 치면서 'Drinking Time'이라고 외쳐댔다. 술이 없다고 했지만 상관없다면서 얼른 오라고했다. 돼지고기, 양고기 등을 구우면서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술먹는 도중 윌리가 나에게 주었던 메시지였는데 마지막에 센스있게 한국 말을 즉흥적으로 해서 깜짝 놀랐다. 고기를 구우니 역시나 맥스가 찾아왔다. 괴수 맥스? 맥스는 연신 먹을걸 달라면서 침을 흘리고 있었다. .. 지난 여행기/대책없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14년 전
호주에서 김장하던 날 밤농장을 찾아 브라이트와 비치워스를 돌아다녔지만 크게 성과가 없었다. 당분간은 배틀로에서 머무르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하기로 했다. 10일 가량 일을 못한다는 사실이 좀 암담하기는 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로써는 어쩔 수 없었다. 일이 없이 쉬었지만 우리는 브라이트와 비치워스를 돌며 고장났던 차의 엑셀부분을 고치기 위해 이리 저리 돌아다녔다. 어쨋든 배틀로에 당분간은 머물게 되면서 그동안 먹지 못했던 김치를 담그기로 했다. 처음 담그는 김치였지만 송선누나가 거의 대부분을 도와주어서 쉽게 할 수 있었다. 낮부터 맥주를 마시던 리는 김치 담그는걸 직접 보고 싶다며 왔는데 어느샌가 앉아서 마늘 빻기를 하고 있었다. 간마늘이 없어서 어쩔수 없이 마늘을 직접 빻았는데 승이와 리는 왜 이렇게 .. 지난 여행기/대책없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14년 전
밤농장 찾아 브라이트와 비치워스로! 사과 농장에서 한달 정도 있었을 무렵 날벼락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앞으로 10일정도 일이 없을 예정이라며 다른 일을 알아보던지 아니면 기다리라는 소리를 했다. 우리로써는 최악의 상황이 온 것이었다. 그 동안 돈도 많이 모으지 못했는데 다시 또 어디로 가야하나 아니면 무작정 10일동안 기다려야 할까 라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어차피 이렇게 되었다면 다른 농장을 찾아보자며 아침 일찍 떠났다. 사실 우리가 골드코스트에서부터 잡았던 원래 목표지점은 브라이트 지역의 밤농장이었다. 2월달에 내려올 때 아직 밤시즌이 아니라는 얘기에 배틀로에서 머물게 되었지만, 3월달이되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었다. 가까울 것 같았던 브라이트는 생각보다 멀었다.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도 불구하고 몇 시간동안 달리게 되었다.. 지난 여행기/대책없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14년 전
캐나다 친구들이 나에게 준 메세지 사실 이들과는 그리 친하지 않았다. 그저 몇 번의 인사만 나눴을 뿐이었다. 이쪽 무리들은 꽤 많았는데 대략 5~6명정도 되었고 전부 프렌치 캐나디언이었다. 요리를 할 때 항상 밖에 있다보니 가끔 마주치게 되었다. 이들은 사과 농장 초기에 같이 있다가 농장에서 일이 당분간 없다고 하자 곧바로 북쪽으로 올라갔다. 어느 날 곧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역시 나의 캠코더를 들이 밀고는 영상 좀 남겨달라고 부탁했다. 아주 흔쾌히 들어줬던 이들은 프랑스 말로 해도 된다고 하니까 영어 반, 프랑스 반으로 남겨줬다. 내용을 물어보니 처음 영어로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을 프랑스어로 했다고 하는데 알 수 없으니 잘 모르겠다. 아무튼 영상 하나로 짧지만 유쾌했던 순간이었다. 지난 여행기/대책없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14년 전
농장의 주말은 지루하다 주말이되자 상민이와 현석이는 또 낚시하러 떠났다. 나와 승이는 낚시가 그렇게 좋은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긴 농장에서만 계속있으면 답답하기만 할테니 차라리 나가서 바람쐬는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팜스테이 즉 농장에서 제공해주는 숙소에서 머물기는 했지만 일반적인 팜스테이는 아니었고 공터에 있었던 캐러반(캠핑카)을 이용하는 형태였다. 우리에게 주어진 캐러반은 딱 하나였기 때문에 그 옆에다가 텐트를 치고 생활했던 것이다. 항상 금요일 일이 끝나면 튜뭇에 가서 일주일치 장을 보는게 가장 큰 일과였다. 그리고는 고기와 함께 술을 마시거나 쉬는게 전부였다. 노트북을 가지고 있어서 항상 무언가를 보기는 했지만 영화, 드라마, 심지어 다큐멘터리까지 다 보니 나중에는 볼만한게 남아있지 않았다. 현석이와.. 지난 여행기/대책없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14년 전
나에겐 쉽지 않았던 사과 피킹 사과 농장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일을 너무 못했었다. 뭐든 일을 잘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사과 피킹만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포도 피킹과는 다르게 사과는 높은 나무에 매달려있기 때문에 사다리를 타고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하는데 이게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고된 작업이었다. 또 사다리에 올라 사과를 딴 후 목에 매달은 캥거루백에 집어넣고 난 후 아래로 내려와 커다란 빈에 담는 것인데 이 빈의 크기가 장난 아니었다. 이래서 사과나무가 작으면 작을수록 좋다고 하는 거였구나! 초반에는 일을 잘 못해도 그러려니 하면서 일을 하곤 했는데 더 큰 문제는 일이 꾸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분명 농장 규모도 커서 나쁘지 않았고, 임금도 시급으로 하면 18.5불로 상당히 높았지만 주.. 지난 여행기/대책없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14년 전
낚시따라 갔다가 튜뭇댐 구경 주말만되면 현석이와 상민이는 낚시를 하러 다녔다. 나와 승이는 낚시는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왜 저렇게 낚시에 미치는지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하루는 맨날 집(집이라고 해봤자 캐러반)에서만 있으면 지겹지도 않냐 같이 낚시나 가자고 꼬셨다. 우리가 항상 장을 보러 매주 튜뭇 마을에 갔는데 마을에서부터 멀지 않은 곳에서 민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 곳에서 낚시를 시작했는데 고기는 단 한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당시 우리의 상황은 돈을 많이 벌지 못했었다. 분명 농장은 괜찮은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 5일이 아니라 3일이나 4일정도만 했기에 큰 돈을 만지지 못했었다. 상민이와 현석이는 그런 와중이었지만 취미생활이었던 낚시에 돈을 투자했다. 초반에는 저렇게 낚시대도 사고, 지렁이도 사고 그랬는데도 성과가 없어서.. 지난 여행기/대책없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14년 전
호주 농장생활에 있어 유일한 낙 일은 잘 못했지만 새로운 농장 생활에 서서히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호주에 처음 왔을 때만 하더라도 요리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게 없었지만 배틀로에 왔을 때는 왠만한 요리는 직접 만들줄 알게 되었다. 그래봐야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미역국이나 된장국을 만들고, 오이무침도 직접 담궈서 먹기도 했다. 가끔은 카레도 해먹었다. 저녁을 먹고 도시락을 싸고 추위와 싸우며 텐트에서 잠을 잔 뒤 새벽에 일어나서 사과를 따거나 빈을 고치는 일을 했다. 사실 사과 피킹을 하자마자 우리한테 일이 당분간 없을거라고 했지만 곧바로 빈 고치는 작업에 투입되어서 하루종일 망치를 두들기며 못을 박았다. 팔이 무척 아팠지만 그래도 시간당 18.5불이라 좀 괜찮았다. 그렇게 농장에서 지내는동안 함께 팜스테이 하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지난 여행기/대책없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14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