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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는 2006년 해외봉사를 다녀온 후 2008년에 개인적으로 다시 같은 곳을 방문한 이야기입니다.


지프니에서 젤 편한 자리는 바로 운전석 옆 자리다. 비좁게 앉아있을 필요도 없고, 사람끼리 부딪치지 않아서 덥지도 않다. 지프니를 타기 시작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라고나 할까?


언제부턴가 택시를 타고 이동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반 값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도 나에게는 너무나 비쌀 정도로 필리핀에서는 돈을 아끼면서 살았다. 그래서 항상 지프니를 이용했다. 혹시라도 지프니 노선을 모르더라도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서있는 지프니에게 목적지를 말하면 지프니 뒤에 매달려 있는 사람이 나에게 얼른 타라고 손짓을 한다.


따뜻한 바람을 계속해서 맞으면서 내달렸다. 2년전에도 몇 번이나 지나갔던 세부와 막탄을 잇는 다리를 건너면서 항상 익숙한 설렘을 느끼곤 한다.


세부의 힐튼호텔 옆길을 내려갈 때면 언제나 아저씨들이 달라붙는다. 투어할 생각 없냐고 어디가고 싶은 곳 없냐고 말이다. 그 때마다 난 돈도 없고, 어차피 올랑고 갈 예정이라고 떼어놓는데 거의 매주 이 곳을 가니까 그런지 내가 낯익어 버렸나 그냥 쳐다보기만 한다.

그냥 배를 타는 작은 터미널에 불과한데 여기에 올 때마다 추억에 잠긴다. 우리 멤버들과 함께 이 곳에서 사진을 찍고 즐거워했던 일들이 생각나는데 이제는 혼자 와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외로웠다.


올랑고로 가는 티켓을 끊을 때도 여직원은 내가 낯익은지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하긴 뭐 매주 오니까 기억할만도 했다. 올랑고로 가는 티켓은 15페소, 터미널요금 1페소였다.


밖은 찜통처럼 더웠지만 작은 텔레비젼만 놓여져있는 터미널은 나에게 더 답답했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이게 맞지?

처음에는 사람들이 세부의 바다가 깨끗하지 못한 것을 보고 실망을 하기도 하는데 바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에메랄드 빛 바다를 보는건 어렵지도 않다. 바닥까지 보이는 바다는 과연 필리핀 바다가 으뜸이라고 느낄 정도다. 물론 다른 나라의 바다를 많이 경험하지 않은 상태라 절대라는 말은 못 붙이겠지만...


터미널 바로 뒤에 보이는 힐튼호텔 색깔이 참 그렇다. 딱히 고급스러운 색깔은 아니다. 하지만 세부에서는 힐튼호텔과 바로 옆에 있는 샹그릴라가 최고로 친다. 세부 중심에 있는 워터프론트 호텔도 무척 좋았다. 물론 이 3곳을 이용해 본적은 없다.


덥지만 바다만큼은 나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단지 바다가 아름다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 곳에서 가만히 있으면 필리핀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어서 나에게는 그걸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아직 한 번도 못타본 제트스키(맞나?)도 시원하게 달려주고 있다.


통통배에 사람을 싣는 것은 물론이고, 가축이나 오토바이까지 싣고다닌다. 배가 정박해있을 때 작은 나무라든지 철판으로 오르내리는데 이게 은근히 아슬아슬하다.


기다렸던 배에 올라타고 밖을 바라보면 초록빛 바다가 반짝인다. 내륙에서만 살던 나로써는 바다 색깔이 원래 이런건지 어떻게 이런 색깔이 나오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저 물을 사진으로 담기에는 불가능해보인다.


터질듯한 굉음을 내며 올랑고로 향하는 배안에서 바라본 하늘은 참 평온했다. 해외에서는 특히 하늘을 자주 보게 되는데 그저 단순한 구름일 뿐이지만 초록빛 바다, 그리고 푸른 하늘에 뭉게뭉게 떠있는 구름을 보면 너무나 아름답다.


약 30분동안 물살을 가르며 도착한 올랑고. 다시 바다를 바라보니 수심은 낮아보이고 반짝이는 얕은 물사이로 물고기들이 지나다닌다.


어느정도 배를 가까이대면 밧줄을 던져 꽁꽁 묶는다. 그리고는 나무판자를 육지와 연결해서 내릴 수 있게 한다. 세부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인지 다들 짐이 한 보따리 가득하다.


사람들은 각자 제 갈길을 가고 나는 다시 도착한 올랑고에서 셔터를 눌러댄다. 나의 이야기가 시작된 곳, 그리고 다시 이야기를 쓰려고 하는 곳이 이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