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는 2006년 해외봉사를 다녀온 후 2008년에 개인적으로 다시 같은 곳을 방문한 이야기입니다.
'해외 자원봉사를 했던 곳을 다시 가면 어떤 기분일까?'
어김 없이 주말이 되자 올랑고로 향했다. 일본에서 살고 있지만 한국인이었던 승연이가 자기도 너무 가보고 싶다며 졸라대서같이 가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말을 거의 못하고 오로지 듣기만 가능했던 신기한 아이였다. 심지어 자신의 이름도 발음이 안 되서말하지도 못했던 아이였다.
"자~ 따라해봐. 강.승.연"
"간순녕"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말을 90%가량 알아들을 수 있어서 의사소통에 거의 지장이 없을 정도로 아주 신기했던 아이였다. 신기하기도 하지만 한국말을 다 알아듣는데 왜 말은 못하냐며 놀리곤 했다.
어쨋든 통칭 '바보'와 함께 올랑고로 갔다. 고등학교에 먼저 가서 코리나에게 지지난주에 찍은 사진을 전해줬다. 내가 필리핀에 있는 동안에 디카로 찍은 사진을 틈틈히 현상해서 전해주곤 했다.
We are friends
티나에게 문자를 보내자 지금은 캠프에 와있다고 했다. 그래서 오토바이를 잡아타고 그쪽으로 갔는데 승연이가 오토바이를 처음 타는 것처럼 너무 신나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도착하니까 소풍이나 운동회하는듯 천막이 보이고, 음료를 파는 아줌마도 보였다.
주변 아이들에게 물어 물어 티나네 학교를 찾아냈다. 여기 캠프는 전날부터 진행되었는데 내가 갔을 때는 거의 끝날 무렵이었다. 전날에는 캠프파이어도 했다고 들었는데, 내가 초등학교나 중학교때 가던 수련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메리로즈는 내 생일도 정확히 기억한다며 말해주기도 했는데 아이들의 기억속에 내가 잊혀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기분이 좋았다.
이 날 승연이가 필리핀에서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돌아가기로 했다. 티나는 우리가 잘 갈 수 있도록 트라이시클을 잡아줬다.
보여줄건 별로 없었지만 승연이는 그래도 좋아했다. 원래 얘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새로운 곳을 가봤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낀듯 하다. 막탄으로 돌아가는 배에 올라타니 너무 허기지다는 것을 깨달았다. 막탄에 내리자마자 전에 티나와 먹었던 식당으로 갔다.
식욕을 돋구는 바베큐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식당도 깔끔하고 백화점의 레스토랑에 비해 가격도 저렴한 편이어서 만족스러웠다.
우리가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엄청나게 내리는 비에 흠짓 놀랐다. 동남아 아니랄까봐 잠깐 내리는 비가 무섭게 느껴질 정도였다. 금세 불어난 물이 도로를 가득 메웠고, 번개가 번쩍번쩍치기 시작했다. 다행히 식당에서 밥을 먹기 시작할 때 비가오기 시작해서 밥을 다 먹고 집으로 돌아갈 때쯤에는 비가 그쳤다.
갑자기 바베큐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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