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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하다고 하던 장우형과 함께 막탄섬으로 무작정 갔다. 지프니를 주로 이용하면서 돌아다녔는데 어디로 정확히 가는지는 몰라도 이게 여행이다라는 생각으로 돌아다니기로 했던 것이다. 지프니를 타고 SM백화점에 잠시 갔다가 막탄섬으로 향했다.

막탄섬의 중심부에 내리고 나서 나는 지갑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분명 지갑을 가지고 나왔고, 거기서 돈을 빼서 썼던 것까지도 생각이 났는데 아무리 뒤져봐도 없었다. 누가 훔쳐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딱히 접촉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장우형도 함께 있었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결국 어딘가에 떨어뜨렸다는 소리인데 다행히 돈은 얼마 들어있지 않았다. 다만 유일한 재산인 직불카드가 없어진 까닭에 한국에서 다시 보내달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하루 종일 지갑 잃어버린것 때문에 신경이 쓰이기만 했다. 애써 돈이 별로 없었다라고 지우려고 노력했다.


막탄섬은 세부섬의 바로 옆에 있는 작은 섬이다. 세부의 공항도 이 막탄섬에 있고, 사실 유명한 호텔도 막탄섬에 몰려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막탄섬과 세부섬이 같은 섬이라고 생각하는데 엄연히 다른 섬이다. 막탄섬의 주요 도시는 라푸라푸시티인데 예전 이 곳의 추장의 이름이다.

막탄에 도착하니 세부보다는 오히려 밝은 느낌이 났다. 택시보다도 트라이시클이 눈에 띄게 많았는데 아무래도 세부보다는 규모가 작은 도시라서 그런듯 하다.


푹푹찌는 더위에 참지 못하고 졸리비로 달려갔다. 졸리비는 필리핀의 가장 유명한 패스트푸드점인데 유명 해외 업체인 맥도날드나 KFC보다도 인기도 많고 점포수도 월등히 많다. 졸리비에 들어가서 먹은 것은 간단한 아이스크림인 선데이다. 이 더위에 졸리비에서 먹는 아이스크림보다 좋은 것은 없다.


걷다보니 라푸라푸시티의 시장이 보였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시장도 둘러봤다. 북적거리는 사람들과 트라이시클로 정신이 없어 보일 정도였다.


엄청난 양의 바나나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바나나중 필리핀산이 유독 많은 이유는 이렇게 차고 넘쳐서가 아닐까?


섬나라답게 해산물도 팔고 있었는데 특이한 것은 말린 생선이었다. 1킬로에 110페소라 싼건지 비싼건지는 감이 오질 않았다. 생각해보니 해산물로 유명한 필리핀에서 딱히 생선을 먹어본 기억이 없다.


지프니와 함께 필리핀의 상징인 트라이시클은 오토바이를 개조한 교통수단이다.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 유용하지만 때론 택시를 타는게 더 나을때가 있다. 트라이시클은 무조건 흥정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허접해보이기는 해도 1개에 10페소(약 300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옷을 보려고 몰려들었다.

장우형과 나는 어떤 목표지점을 정해서 택시를 타기로 했다. 그래서 결정한 곳이 막탄 슈라인 어시장이었다. 이 곳에서 시장도 구경하고 맛있는 해산물도 먹을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택시아저씨가 이 곳을 잘 모르는지 주변 사람에게 물어본 뒤 달리기 시작했다.

막탄 슈라인 어시장은 막탄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내가 아는 곳이었다. 그리고 시장에 들어가보니 시장은 없고 식당만 있어 실망을 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2006년 해외봉사 때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 밥을 먹었던 곳이 이 곳이었던 것이다. 그제서야 기억은 났지만 이미 볼게 너무 없는 이 곳을 빠져나온 시점이었다.

맛있는 해산물을 잔뜩 기대하고 왔는데 택시를 탄 보람을 잃어버렸다. 그렇게 시장을 빠져나오자 맞은편에 무언가 있었다. 가이드북을 살펴보니 이 곳이 마젤란 기념비와 라푸라푸 동상이 있는 곳이었다. 마침 잘되었다며 들어갔다. 입장료는 따로 받지 않고, 기부함만 있었다.


필리핀의 역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람이 바로 마젤란이다. 마젤란이 필리핀 세부에 상륙하면서 필리핀이 국제사회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 스페인의 통치하면서 엄청난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내 느낌으로는 필리핀 사람들은 통치했던 스페인에 대해서는 딱히 나쁜 감정이 없어보였다.

이런 마젤란 기념비까지 있는거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세부에 상륙한 마젤란을 맞서 싸운 라푸라푸 추장의 기념이다. 라푸라푸 추장은 침략에 맞서 싸워 끝내 마젤란을 죽인 영웅으로 남게 되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라푸라푸가 더 영웅대접을 받아야될 것 같은데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닌것 같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마젤란을 죽인 라푸라푸


오늘도 라푸라푸는 자신의 땅을 지키고 있었다.


마젤란을 찔러 죽인 라푸라푸의 동상이다. 이 곳도 딱히 둘러볼 곳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세부 여행자들도 필수로 들릴 정도로 오는 편은 아닌듯 하다. 위엄있게 서있는 라푸라푸 그가 침략을 막아냈다.

라푸라푸 기념 동상과 마젤란의 동상이 있는 것외에는 그저 평범한 공원과 같았다.


한 쪽편에서는 기념품도 판매하고 있었는데 지갑도 잃어버린 마당에 뭘 살 여유는 전혀 없었다. 대략 10여개 상점이 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대부분 판매하는 것도 비슷했다. 나에게있어 기념품은 사치였다.


드넓은 공원에 가족이나 연인들이 나와있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어쩌면 막탄섬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라푸라푸 추장 참 잘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