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다 보니 부킷라왕에 오게 되었지만, 사실 수마트라 여행의 목표는 오로지 또바 호수(Danau Toba)뿐이었다. 수마트라 가운데에 있는 거대한 호수, 딱 그거만 보면 된다는 생각으로 수마트라 여행길을 떠났다. 호수가 뭐 별거 있을까 싶지만 워낙 유명한 지역이니까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아무튼 그 또바 호수로 간다.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닉의 방을 두드렸다. 부스스한 채로 문을 연 닉은 어제 오토바이를 타고 다른 곳을 갔는데 갑자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뒤풀이는커녕 비를 홀딱 맞고 돌아왔다고 했다. 우린 헤어지기 전에 인사를 나누고,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여행사 앞에서 미니밴을 기다렸다. 예상외로 9시가 되자 칼같이 출발했다. 미니밴에 올라탄 승객은 나를 포함해 딱 4명으로 털과 수염이 덥수룩했던 포르투갈 아저씨, 그리고 배낭여행자로는 전혀 보이지 않고, 무지하게 깐깐해 보이는 러시아 여자 2명이었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포르투갈 아저씨가 내 옆에 앉았는데 한 번 얼굴을 봐서인지 아니면 심심해서 그런지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좀처럼 조용히 있질 못하는 성격인가 보다.
바깥 풍경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른 나무들이 점차 낮아지고, 도로엔 차가 많아졌다. 이젠 정글을 완전히 벗어난 모양이다.
포르투갈인은 지난번에도 여기에서 밥을 먹었는데 자기는 마음에 안 들어서 다른데 가자고 해도 운전사가 듣질 않는다고 했고, 러시아 여자 2명은 영 못마땅한지 과일을 사서 하나 먹더니 썩었다며 곧바로 쓰레기통에 버렸다. 난 뭐라도 먹을까 했는데 분위기가 이 모양이니 그냥 주변을 서성였다.
다시 또 달렸다. 이름 모를 마을을 수도 없이 지났다. 잠깐 졸아도 비슷한 풍경은 계속 이어졌다. 옆에 포르투갈 아저씨는 심심한지 나에게 사탕을 달라고 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다. 원래 내가 이동할 때 잠을 잘 못자기도 하지만, 이제부터는 잠을 잘 수 없었다. 아니 잠이 싹 달아났다고 보는 게 맞다. 그건 무지막지하게 달리는 미니밴 때문이다. 시골마을의 이차선 위를 달리는데 추월할 때마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을 보며 심장을 쓸어내릴 뻔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오, 노노노. 제발. 제발. 그만 추월하라고. 바로 앞에 트럭이 오잖아!”
옆에 있던 포르투갈 아저씨의 짧은 비명에도 미니밴은 아랑곳하지 않고, 반대편 도로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마주 오는 트럭과 누가 먼저 브레이크를 밟는지 게임을 하는 것처럼 거침없이 달리더니, 정말 아슬아슬하게 우리 도로로 돌아왔다. 눈을 질끈 감았다. 정말 무서웠다. 이런 추월은 이후에도 몇 차례나 계속했다.
또바 호수에 도착하기 전에 어디에 숙소를 잡을지 생각이라도 할 겸, 론리플래닛을 꺼냈다. 옆에 있던 포르투갈인은 선착장 옆에 있는 바거스베이 홈스테이에 머문다고 했는데 가격은 4만 루피아라고 했다. 화장실이 없는 방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저렴했다. 난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한 리베르타 홈스테이(Liberta Homestay)로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여기가 바로 또바 호수라는 말에 창밖을 계속 쳐다봤다. 예상은 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거대한 호수였다. 이제부터는 산 위에서부터 아래로 굽이굽이 펼쳐진 도로를 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도착한 파라팟(Parapat). 지루한 여정이었지만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이제 여기에서 페리를 타고 또바 호수를 건너 사모시르 섬(Samosir)의 뚝뚝(TukTuk)으로 가야 한다. 미니밴 가격에는 페리 티켓까지 포함되어 있어 우리가 내린 여행사 앞에서 영수증만 보여주면 됐다.
페리 티켓을 받아들고는 주변을 살펴봤다. 역시나 삐끼가 달라붙었다. 명함을 주면서 자기네 숙소로 오라고 열심히 꼬시는데(사실 얘들도 정식 직원이 아니라 여행자를 데리고 가면 숙소에서 약간의 돈을 받는 모양) 내가 리베르타를 가고 싶다고 하면 뒤도 안 돌아본다. 리베르타라는 말에 멀리서 손을 들며 나에게 온 사람이 안내해 주겠다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홈스테이는 좀 더 저렴한 형태의 숙소였고, 코티지(Cottage)는 상대적으로 비싼 곳이었다.
여기는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숙소였다. 심지어 도착한 날에는 방이 없어 3만 5천 루피아짜리만 남은 상태였는데 여기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음날 체크아웃을 하는 사람이 있어 꼭 옮겨준다는 말을 듣고, 체크인을 했다. 웰컴 드링크라고 해서 오렌지 주스를 줬다.
먼저 환전부터 해야 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마을 어딘가에 환전할 곳이 있을 거라면서 자신은 잘 모르겠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마을 탐색에 들어갔다.
마을을 좀 걸었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 나무 사이로 호수가 보였다. 그리고 하늘을 봤다. 멀리서 해가 떨어지고, 호수 위에는 붉은 노을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난 거의 뛰다시피 선착장으로 향했다.
아무튼 그 또바 호수로 간다.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닉의 방을 두드렸다. 부스스한 채로 문을 연 닉은 어제 오토바이를 타고 다른 곳을 갔는데 갑자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뒤풀이는커녕 비를 홀딱 맞고 돌아왔다고 했다. 우린 헤어지기 전에 인사를 나누고,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여행사 앞에서 미니밴을 기다렸다. 예상외로 9시가 되자 칼같이 출발했다. 미니밴에 올라탄 승객은 나를 포함해 딱 4명으로 털과 수염이 덥수룩했던 포르투갈 아저씨, 그리고 배낭여행자로는 전혀 보이지 않고, 무지하게 깐깐해 보이는 러시아 여자 2명이었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포르투갈 아저씨가 내 옆에 앉았는데 한 번 얼굴을 봐서인지 아니면 심심해서 그런지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좀처럼 조용히 있질 못하는 성격인가 보다.
바깥 풍경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른 나무들이 점차 낮아지고, 도로엔 차가 많아졌다. 이젠 정글을 완전히 벗어난 모양이다.
포르투갈인은 지난번에도 여기에서 밥을 먹었는데 자기는 마음에 안 들어서 다른데 가자고 해도 운전사가 듣질 않는다고 했고, 러시아 여자 2명은 영 못마땅한지 과일을 사서 하나 먹더니 썩었다며 곧바로 쓰레기통에 버렸다. 난 뭐라도 먹을까 했는데 분위기가 이 모양이니 그냥 주변을 서성였다.
다시 또 달렸다. 이름 모를 마을을 수도 없이 지났다. 잠깐 졸아도 비슷한 풍경은 계속 이어졌다. 옆에 포르투갈 아저씨는 심심한지 나에게 사탕을 달라고 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다. 원래 내가 이동할 때 잠을 잘 못자기도 하지만, 이제부터는 잠을 잘 수 없었다. 아니 잠이 싹 달아났다고 보는 게 맞다. 그건 무지막지하게 달리는 미니밴 때문이다. 시골마을의 이차선 위를 달리는데 추월할 때마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을 보며 심장을 쓸어내릴 뻔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오, 노노노. 제발. 제발. 그만 추월하라고. 바로 앞에 트럭이 오잖아!”
옆에 있던 포르투갈 아저씨의 짧은 비명에도 미니밴은 아랑곳하지 않고, 반대편 도로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마주 오는 트럭과 누가 먼저 브레이크를 밟는지 게임을 하는 것처럼 거침없이 달리더니, 정말 아슬아슬하게 우리 도로로 돌아왔다. 눈을 질끈 감았다. 정말 무서웠다. 이런 추월은 이후에도 몇 차례나 계속했다.
또바 호수에 도착하기 전에 어디에 숙소를 잡을지 생각이라도 할 겸, 론리플래닛을 꺼냈다. 옆에 있던 포르투갈인은 선착장 옆에 있는 바거스베이 홈스테이에 머문다고 했는데 가격은 4만 루피아라고 했다. 화장실이 없는 방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저렴했다. 난 론리플래닛에서 추천한 리베르타 홈스테이(Liberta Homestay)로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여기가 바로 또바 호수라는 말에 창밖을 계속 쳐다봤다. 예상은 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거대한 호수였다. 이제부터는 산 위에서부터 아래로 굽이굽이 펼쳐진 도로를 따라 내려갔다. 그리고 도착한 파라팟(Parapat). 지루한 여정이었지만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이제 여기에서 페리를 타고 또바 호수를 건너 사모시르 섬(Samosir)의 뚝뚝(TukTuk)으로 가야 한다. 미니밴 가격에는 페리 티켓까지 포함되어 있어 우리가 내린 여행사 앞에서 영수증만 보여주면 됐다.
페리 티켓을 받아들고는 주변을 살펴봤다. 역시나 삐끼가 달라붙었다. 명함을 주면서 자기네 숙소로 오라고 열심히 꼬시는데(사실 얘들도 정식 직원이 아니라 여행자를 데리고 가면 숙소에서 약간의 돈을 받는 모양) 내가 리베르타를 가고 싶다고 하면 뒤도 안 돌아본다. 리베르타라는 말에 멀리서 손을 들며 나에게 온 사람이 안내해 주겠다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홈스테이는 좀 더 저렴한 형태의 숙소였고, 코티지(Cottage)는 상대적으로 비싼 곳이었다.
여기는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숙소였다. 심지어 도착한 날에는 방이 없어 3만 5천 루피아짜리만 남은 상태였는데 여기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음날 체크아웃을 하는 사람이 있어 꼭 옮겨준다는 말을 듣고, 체크인을 했다. 웰컴 드링크라고 해서 오렌지 주스를 줬다.
먼저 환전부터 해야 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마을 어딘가에 환전할 곳이 있을 거라면서 자신은 잘 모르겠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마을 탐색에 들어갔다.
마을을 좀 걸었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 나무 사이로 호수가 보였다. 그리고 하늘을 봤다. 멀리서 해가 떨어지고, 호수 위에는 붉은 노을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난 거의 뛰다시피 선착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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