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난생처음 이 시각에 서울역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은 평소와는 달리 서울역에서 시작했는데 그건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대마도로 떠나기 때문이다. 사실 가깝다고는 하나 서울에서 KTX를 타고 곧장 부산으로 내려간 뒤 다시 부산항에서 페리를 타고 대마도로 건너가야 하는 꽤 피곤한 여정이었다.
또한 기존에 내가 떠났던 여행과 다른 하나가 더 있었는데 보통 혼자이거나 둘이서 떠났던 배낭여행이 아닌 무려 10명이나 되는 인원과 함께 했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출발 직전까지 이번 여행은 대마도가 어떤 곳인지 생각하기 보다는 어떤 여행을 하게 될지 더 궁금했다. 애초에 대마도가 시골이라고 예상해서 그런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셈이다.
이렇게 대규모의 인원이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은 거의 처음이라 살짝 긴장이 됐다. 난 대부분 처음 보는 사이라서 살짝 어색함을 안은 채 부산으로 가는 첫 열차에 올라탔다.
부산에 도착한 후, 우리는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8시 반에 부산에 도착했는데 페리 시간은 9시였기 때문이다. 곧장 택시를 타고 부산항으로 이동해 입국 수속을 마치고, 우리를 대마도로 안내해 줄 비틀에 탑승했다. 사실 파이널 콜이 울렸을 때 겨우 탑승을 시작했고, 우리 일행이 마지막 탑승자였을 정도로 아슬아슬했다.
비틀은 규모가 아담한 배였는데 홍콩에서 마카오로 건너갔을 때 탔던 것과 유사했다. 파도 위에 떠서 달리는 배로 속도도 무척 빠르고, 흔들림도 거의 없다고 한다. 대마도까지는 불과 1시간 만에 도착했으니 대마도가 가까운 것인지 비틀이 정말 빠른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서서히 부산을 빠져나갔다. 새벽부터 여행은 시작되긴 했지만 실질적인 여행의 출발은 지금부터였다. 그런데 창밖을 보니 거의 비가 오기 직전처럼 날씨는 흐리멍덩했다. 딱히 여행하기엔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닌 셈이었다. 2박 3일의 짧은 여행이라면 날씨라도 좋아야 할 텐데 괜스레 걱정이 됐다.
대마도로 가는 내내 외국으로 나간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나마 안내 방송에서 일본어가 나왔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국내 여행을 하다가 유람선이라도 탔다는 착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대마도는 너무 가까웠다.
아마 여행지가 일본이라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달랑 배낭 하나만 메고 와서 몸은 내가 제일 가벼웠다. 오사카 여행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번에도 짐이 너무 없어 이상했다. 어차피 2박 3일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그저 옷이랑 카메라만 챙겼는데 집을 나서기 직전까지도 괜히 불안해서 여권을 놓고 오지 않았는지 배낭을 살필 정도였다.
배를 타고 국경을 넘어 본 일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순식간에 대마도에 도착하니 여러모로 신기했다. 방금 전까지도 거대한 빌딩숲이 있는 부산이었는데 이제는 조용한 시골 항구로 풍경이 바뀐 것이다. 추적추적 비는 내리고 있어 아쉽긴 했지만 여행은 여행이다.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모두들 배고프다는 아우성에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가이드님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도착한 히타카츠 항구 근처, 즉 북쪽에는 식당이 딱 두 군데밖에 없다고 한다. 그만큼 대마도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일본의 어느 도시와는 달리 많은 사람이 살지 않는 시골이었다. 일단 본토와도 멀리 떨어져 있고, 관광객들도 거의 대부분 한국 사람인데 주말에만 찾을 정도라서 여행자를 위한 편의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편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여행을 하면서 현지에서 잠깐 투어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가이드가 있었던 적은 또 처음이었다. 사실 대마도 여행을 하면서 가이드가 있으면 조금 딱딱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패키지 여행자처럼 우리를 대해주지 않으셔서 의외로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게다가 굉장히 쿨하셔서 여행지에 대해서도 무조건 좋다고만 말하지 않으셨다.
어쨌든 우리는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가까운 식당으로 들어갔다. 인원이 10명이다 보니 2층으로 올라갔는데 우리의 자리는 깔끔하면서도 일본스러운 다다미방이었다. 뒤늦게 일본에 왔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김밥과 유부 초밥, 사시미, 따끈한 우동이 한 세트로 나왔다. 전체적으로 깔끔해 보이는 식단이었다. 사실 맛은 아주 괜찮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새벽부터 일어나 이동했기 때문에 많이 배고픈 상태라 열심히 먹었다.
원래 일본 음식이 싱겁기는 한데 여기 우동은 더 심심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침 겸 점심이니 부담을 주지 않아서 나쁘진 않았다.
무슨 생선인지 모를 사시미는 선분홍색을 띄고 있었다.
깔끔하고 예쁘게 잘려 나오는 우리나라 단무지와는 다르게 일본은 참 투박스러웠다. 단무지만큼은 우리나라와 맛이 비슷했다. 너무 당연한가?
밥을 먹으니 몸은 편안해 졌는데 아직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사람도 있어 어색한 공기가 가득했다. 한마디로 조용했다. 아직 잘 모르니 그럴 만도 했다. 난 그저 저녁이 되면 훨씬 편안한 분위기로 바뀌어 있길 기대할 뿐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이 식당의 이름이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부두 초밥’이라고 알려주셨다. 항구 근처에 있으니 그냥 부두 초밥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나 보다. 이 식당은 규모가 좀 있었는데 우리가 나간 이후로도 단체 손님이 들어온다고 했다. 하긴 단 두 군데 밖에 없다는 식당인데 주말마다 밀려오는 손님을 수용하기 힘들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것이다.
거리는 참 조용했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차도 별로 없었다. 색깔이 바뀌는 신호등조차 무의미해 보였다. 어쩌면 일본 내에서도 시골 촌구석을 여행한다고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숨어있던 여행자의 기분이 조금씩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이래나 저래나 난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는 어느 거리에 서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난 일본의 도시를 여행하는 것보다 보다 이런 시골을 더 좋아하는 편이었다.
대마도 여행을 시작할 때부터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대마도를 바라보기로 했다. 자고로 이런 곳에 여행을 왔다면 편안하게 여행을 해야 하는 법. 그래야 맑은 기운을 느끼며 유유자적하하게 여행을 할 수 있을 뿐더러 오히려 다른 여행지에는 없는 대마도의 숨어있는 매력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게 대마도 여행을 시작하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
또한 기존에 내가 떠났던 여행과 다른 하나가 더 있었는데 보통 혼자이거나 둘이서 떠났던 배낭여행이 아닌 무려 10명이나 되는 인원과 함께 했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출발 직전까지 이번 여행은 대마도가 어떤 곳인지 생각하기 보다는 어떤 여행을 하게 될지 더 궁금했다. 애초에 대마도가 시골이라고 예상해서 그런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셈이다.
이렇게 대규모의 인원이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은 거의 처음이라 살짝 긴장이 됐다. 난 대부분 처음 보는 사이라서 살짝 어색함을 안은 채 부산으로 가는 첫 열차에 올라탔다.
부산에 도착한 후, 우리는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8시 반에 부산에 도착했는데 페리 시간은 9시였기 때문이다. 곧장 택시를 타고 부산항으로 이동해 입국 수속을 마치고, 우리를 대마도로 안내해 줄 비틀에 탑승했다. 사실 파이널 콜이 울렸을 때 겨우 탑승을 시작했고, 우리 일행이 마지막 탑승자였을 정도로 아슬아슬했다.
비틀은 규모가 아담한 배였는데 홍콩에서 마카오로 건너갔을 때 탔던 것과 유사했다. 파도 위에 떠서 달리는 배로 속도도 무척 빠르고, 흔들림도 거의 없다고 한다. 대마도까지는 불과 1시간 만에 도착했으니 대마도가 가까운 것인지 비틀이 정말 빠른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서서히 부산을 빠져나갔다. 새벽부터 여행은 시작되긴 했지만 실질적인 여행의 출발은 지금부터였다. 그런데 창밖을 보니 거의 비가 오기 직전처럼 날씨는 흐리멍덩했다. 딱히 여행하기엔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닌 셈이었다. 2박 3일의 짧은 여행이라면 날씨라도 좋아야 할 텐데 괜스레 걱정이 됐다.
대마도로 가는 내내 외국으로 나간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나마 안내 방송에서 일본어가 나왔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국내 여행을 하다가 유람선이라도 탔다는 착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대마도는 너무 가까웠다.
아마 여행지가 일본이라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달랑 배낭 하나만 메고 와서 몸은 내가 제일 가벼웠다. 오사카 여행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번에도 짐이 너무 없어 이상했다. 어차피 2박 3일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그저 옷이랑 카메라만 챙겼는데 집을 나서기 직전까지도 괜히 불안해서 여권을 놓고 오지 않았는지 배낭을 살필 정도였다.
배를 타고 국경을 넘어 본 일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순식간에 대마도에 도착하니 여러모로 신기했다. 방금 전까지도 거대한 빌딩숲이 있는 부산이었는데 이제는 조용한 시골 항구로 풍경이 바뀐 것이다. 추적추적 비는 내리고 있어 아쉽긴 했지만 여행은 여행이다.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모두들 배고프다는 아우성에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가이드님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도착한 히타카츠 항구 근처, 즉 북쪽에는 식당이 딱 두 군데밖에 없다고 한다. 그만큼 대마도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일본의 어느 도시와는 달리 많은 사람이 살지 않는 시골이었다. 일단 본토와도 멀리 떨어져 있고, 관광객들도 거의 대부분 한국 사람인데 주말에만 찾을 정도라서 여행자를 위한 편의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편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여행을 하면서 현지에서 잠깐 투어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가이드가 있었던 적은 또 처음이었다. 사실 대마도 여행을 하면서 가이드가 있으면 조금 딱딱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패키지 여행자처럼 우리를 대해주지 않으셔서 의외로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게다가 굉장히 쿨하셔서 여행지에 대해서도 무조건 좋다고만 말하지 않으셨다.
어쨌든 우리는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가까운 식당으로 들어갔다. 인원이 10명이다 보니 2층으로 올라갔는데 우리의 자리는 깔끔하면서도 일본스러운 다다미방이었다. 뒤늦게 일본에 왔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김밥과 유부 초밥, 사시미, 따끈한 우동이 한 세트로 나왔다. 전체적으로 깔끔해 보이는 식단이었다. 사실 맛은 아주 괜찮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새벽부터 일어나 이동했기 때문에 많이 배고픈 상태라 열심히 먹었다.
원래 일본 음식이 싱겁기는 한데 여기 우동은 더 심심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침 겸 점심이니 부담을 주지 않아서 나쁘진 않았다.
무슨 생선인지 모를 사시미는 선분홍색을 띄고 있었다.
깔끔하고 예쁘게 잘려 나오는 우리나라 단무지와는 다르게 일본은 참 투박스러웠다. 단무지만큼은 우리나라와 맛이 비슷했다. 너무 당연한가?
밥을 먹으니 몸은 편안해 졌는데 아직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사람도 있어 어색한 공기가 가득했다. 한마디로 조용했다. 아직 잘 모르니 그럴 만도 했다. 난 그저 저녁이 되면 훨씬 편안한 분위기로 바뀌어 있길 기대할 뿐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이 식당의 이름이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부두 초밥’이라고 알려주셨다. 항구 근처에 있으니 그냥 부두 초밥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나 보다. 이 식당은 규모가 좀 있었는데 우리가 나간 이후로도 단체 손님이 들어온다고 했다. 하긴 단 두 군데 밖에 없다는 식당인데 주말마다 밀려오는 손님을 수용하기 힘들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것이다.
거리는 참 조용했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차도 별로 없었다. 색깔이 바뀌는 신호등조차 무의미해 보였다. 어쩌면 일본 내에서도 시골 촌구석을 여행한다고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숨어있던 여행자의 기분이 조금씩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이래나 저래나 난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는 어느 거리에 서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난 일본의 도시를 여행하는 것보다 보다 이런 시골을 더 좋아하는 편이었다.
대마도 여행을 시작할 때부터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대마도를 바라보기로 했다. 자고로 이런 곳에 여행을 왔다면 편안하게 여행을 해야 하는 법. 그래야 맑은 기운을 느끼며 유유자적하하게 여행을 할 수 있을 뿐더러 오히려 다른 여행지에는 없는 대마도의 숨어있는 매력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게 대마도 여행을 시작하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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