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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인 자카르타에 도착했다. 자카르타의 공항은 흡사 대만 타이베이 공항과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현대화된 공항이 아닌 조금 낡은 버스터미널 같았다.

이제 도착비자를 받으러 가야 했다. 그런데 무빙워크를 지나다 도착비자 발급 받는 곳을 지나쳐 버렸다. 자카르타 공항의 도착비자 발급 받는 곳은 입국장소를 가기 전 오른편에 있었는데 환전소처럼 생긴 창구가 2개가 있었다. 지나치다가 외국인들이 가득한 것을 보고 도착비자 발급 장소인 것을 알았다. 


자카르타 공항에서 도착비자를 발급 받는 방법은 우선 첫번째 창구에서 비자 스티커를 구입(25달러)하고, 입국심사대 역할을 하는 곳에서 비자를 붙여주는 식이었다. 그러니까 외국인들은 아예 입국심사대도 다른 곳에 위치해 있었다. 시간이 없어서 빨리 나가야 하는데 입국 심사를 기다리는 줄이 길어서 생각보다 더 오래 걸렸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자카르타 공항의 입국 심사는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까다롭다는 기준이 뭐 엄격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섬나라라서 그런가 질문도 몇 차례하면서 지문까지 찍는 것이었다. 

"인도네시아에 온 목적은 뭐지?"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은 있어? 있다면 보여줘."

약 2주간 여행하고, 발리에서 아웃하는 비행기 티켓이 있다고 얘기하니까 티켓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자카르타 입국 꽤 까다롭네. 아무튼 비행기 티켓을 확인하고, 지문에 사진까지 찍은 후 통과되었다. 그나마 나는 빨리 통과된 편이었다. 옆에 있던 어떤 서양인은 뭔가 잘못 걸렸는지 한참동안 심사대 앞에 있었다.

공항 밖으로 나가니 역시 삐끼 아저씨들이 다가왔다.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있는 내가 타겟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언제부터 나를 봤다고 친한척을 열심히 하면서 어디로 가냐고 물어온다. 잘란작사라고 말을 하니 껄껄거리며 웃더니 잘란작사 안다며 걱정말라고 한다. 

"대부분 여행자들은 잘란작사로 가는거 맞지?"
"그럼 그럼. 잘란작사 유명해. 여행자는 다 거기로 가지."

그들이 제시한 가격은 20만 루피아였다. 비싸게 느껴졌다. 인도네시아의 물가를 잘 모르는 문제도 있지만 이제 막 자카르타에 도착해서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게다가 난 자카르타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일정이 조금 틀어져 버려서 몇 시간 뒤에 국내선을 타야 했는데 그 짧은 시간을 이용해서 시내를 둘러보고 싶었던 것이다. 

어쨌든 20만 루피아는 비싸다는 것을 알고, 깎아 보려고 했는데 18만 루피아에서 내려가질 않았다. 내가 시간이 없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아니면 마음만 급해서 흥정할 생각이 없었는지 아저씨들이랑 노닥거리다가 결국 18만 루피아에 택시를 탔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엄청 비싼편이었다. 버스를 이용한다면 2만 루피아에 갈 수 있는데 택시라고 하더라도 10만이나 그 이하로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냥 아저씨 인상이 나쁘지 않아서 농담이나 주고 받으면서 택시에 올랐다. 정상적인 택시라기 보다는 그냥 밴이었다.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그냥 그러려니 했다.


"잘란작사까지 1시간 넘게 걸린다. 자카르타 교통체증이 엄청 심하다. 걱정마라."

대충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계속 버스를 탈껄 후회하는 나를 안심시켰다. 이미 지나간 일 후회해서 무엇하랴. 그냥 앞에 앉아 새로운 나라의 풍경을 지켜봤다. 공항에서 빠져나오는 도로는 넓직해서 무척 시원해 보였다. 인도네시아는 생각보다 무척 괜찮았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도 괜찮아 보였고, 주변 풍경도 현대화 된 도시같았다.


공항도로를 빠져나가니 시내의 큰 빌딩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 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의 수도가 맞긴 맞았다. 이정도면 생각보다 깨끗하고, 현대화 된 도시라고 생각하던 순간에 좁은 도로 사이로 상당히 낡은 집들이 보였다. 뭐랄까. 갑자기 필리핀과 무척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의 모습이나 도로의 복잡함, 거대한 빌딩 아래 살아가는 가정집이나 작은 가게들의 모습까지도 비슷했던 것이다. 단, 자카르타의 분위기가 훨씬 밝았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 배고프다는 생각에 이런 질문이 나왔다. 아저씨는 고민을 조금 하더니 이내 "박소. 아마 박소라면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다 좋아하지."라고 대답을 했다. 스프에 고기덩어리가 들어간 음식이라고 하는데 나중에 꼭 시도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역시 자카르타 시내로 들어서니 많이 막혔다. 인터넷에서 본 글에서 자카르타는 100만이 살도록 계획되어 있는 도시인데 1000만이 살고 있다고 했다. 그만큼 도시계획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어 복잡하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항상 교통체증이 일어나나 보다.


잠시 후 자카르타의 여행자 거리인 잘란작사(Jalan Jaksa)에 도착했다. 여행자 거리치고는 심심해 보이는 곳이었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거리에서 동행자인 이든님을 만나게 되었다. 원래 국내선을 탈 때 만나기로 했는데 자카르타 거리에서 만나다니 정말 우연치고 너무 신기했다. 그렇게 여러 우여곡절 끝에 인도네시아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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