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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아시아를 이전에도 이용해 봤지만 한국에 취항한 후 인천공항에서 타는 것은 처음이었다. 에어아시아를 통해 자카르타로 들어갈수 있었는데 정확히 말하면 인천에서 자카르타로 가는 직항은 아니다. 현재 에어아시아를 이용해 직항으로 갈 수 있는 도시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인데 예매할 때 갈아탈 수 있는 것처럼 지정이 가능한 것 뿐이다.


에어아시아는 동남아시아의 대표 저가항공사이다. 예전에는 단순히 저렴한 항공사였지만 지금은 호주나 영국까지 취항하는 대형 항공사로 발전했다. 작년부터 한국에도 취항했다는 것은 고무적이긴한데 저가항공사의 느낌은 별로 없다. 에어아시아의 가장 큰 장점인 할인 티켓이 아주 가끔 나오는 수준이다.


에어아시아를 탈 때면 항상 작은 비행기였는데 이번에는 좀 컸다. 쿠알라룸푸르까지 이동하는 여정이니 아무래도 큰 비행기를 운행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물론 거의 자정이 다 되어서 이륙하는 항공편이라 크게 상관없을지 몰라도 내 옆에는 인천공항에서 만난 맥스가 있었다. 서로 잠이 들기 전까지 얘기를 하며 지낼 수 있어서 심심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여러 교통수단 중에서 가장 지루한 것은 단연 비행기가 아닌가 싶다. 항상 이코노미석이라 자리는 너무 좁고, 바깥 풍경을 살피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에어아시아의 경우 앞에 모니터도 없어 다른 선택권이 없다. 무조건 자야한다.


이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내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에어아시아는 저가항공이다. 당연히 기내식도 옵션이었고, 나는 항공권을 예매할 때 체크하지 않았다. 하지만 옆자리 맥스는 기내식을 받기로 되어 있었고, 쿠알라룸푸르까지 가는 동안 배고플 것 같아서 나도 주문하기로 했다. 에어아시아에서는 기내식을 미리 주문하지 않아도 기내에서 사서 먹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기내식이 결코 저렴한 편이 아니라 내가 가진 돈으로 살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미달러로 내도 된다고 했지만 잔돈은 말레이시아 링깃으로 준다는 것이었다. 말레이시아를 가기는 하지만 공항 밖으로 나가지 않기 때문에 링깃이 전혀 필요가 없었다.

그때 옆에 있던 맥스가 얼마가 필요하냐고 물으면서 한국 돈을 꺼내기 시작했다. 부족한 금액이 약 8000원 정도였는데 맥스는 여행을 하며 돈이 남았는지 돈을 나에게 건네줬다. 덕분에 기내식을 사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맥스에게 고맙다고 10달러를 꺼내 주려고 하자 받지 않았다. 그냥 사주는 거라면서 말이다.


비싼 기내식치고는 그저 그랬다. 일단 맛도 별로 없었고, 사이드 메뉴라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콜라가 없었다면 다 못 먹었을 정도로 느끼했다는 것도 문제였다. 옆에서 맥스는 "거봐. 맛없지?" 라고 말하며 자신의 기내식을 대충 해치웠다. 기내식을 다 먹은 후에는 잠이 들었는데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피곤하긴 했는데 역시 비행기라서 제대로 잘 수 없었던 것이다.


새벽 5시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 인천에서 쿠알라룸푸르까지는 대략 7시간 걸린 것 같다. 쿠알라룸푸르 LCCT에 내린 후 나는 갈아타는 곳으로 가야 했고, 맥스는 입국하러 가야 했기 때문에 갈림길에서 악수를 하며 헤어졌다.


갈아타기 위해 터미널로 들어가는데 문득 자카르타로 가는 티켓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통 대형 항공사의 경우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면 갈아타는 비행기 티켓도 같이 주는데 나는 오로지 쿠알라룸푸르 티켓만 받은 상태였다. 물론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알아서 내가 갈아타는 티켓도 발급해 줬다.

쿠알라룸푸르 LCCT(저가항공터미널)에 도착한 시각이 5시인데 자카르타로 출발하는 비행기는 9시 50분이었다. 거의 5시간을 대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왔다. 쿠알라룸푸르 LCCT는 처음이었지만 대충 둘러보니 구경할만한 것도 없었다.


도착하자마자 가만히 앉아 있기도 심심해서 아침 식사대용으로 커피와 빵을 먹었다.


다행히 터미널 내에 와이파이가 잡혔지만 인터넷을 몇 분 하기도 전에 배터리가 없어 꺼졌다. 그냥 가이드북이나 읽자고 폈지만 이상하게 자카르타로 가는 도중인데도 가이드북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 대충 읽다가 말았다. '그냥 뭐 자카르타에 도착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특유의 심리가 반영된 탓이다.


쿠알라룸푸르 LCCT는 흡사 버스터미널을 연상케 했다. 대부분이 에어아시아였지만 많은 저가항공이 10분마다 뜨고 있었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대합실에 가득했다. 게이트도 보이긴 했지만 그냥 버스터미널처럼 숫자만 적혀있을 뿐이었다.

기다리는 시간은 정말 지루하고 힘들었다. 게다가 반팔에 반바지 차림이었던 나는 에어컨 바람에 추워 죽는줄 알았다. 가끔 졸기도 했지만 역시 의자에 앉아 잠을 청하는 것은 너무 힘들었다. 얼마나 지루했는지 수시로 전광판만 쳐다봤는데 자카르타 항공편만 유난히 늦게 떴다. 다른 항공편은 다 게이트가 열렸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길고 지루한 시간이 지나고 9시 50분, 드디어 에어아시아에 탔다. 9시 50분에 타는 비행기는 10시 50분에 도착한다고 써 있었는데 예상대로 시차 때문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 1시간만에 갈 수 있는 거리라면 싱가폴이었으니 자카르타까지는 2시간이 걸렸다. 난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또 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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