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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일어나자마자 정신없이 하리 축제장으로 향했다. 전날 치카가 하리 축제를 다녀왔다고 해서 나도 가보고 싶다고 말했더니 내일 같이 가자고 했다. 덕분에 마지막 날에는 아무런 계획도 없었는데 다행히 하리 축제를 보러 갈 수 있었다. 보통 나하에서는 걸어다녔지만 이날도 역시 걸어서 축제장까지 갔다. 하리 축제를 하는 곳은 토마린항 근처였다.

하리 축제는 오키나와에서도 규모가 큰 축제였다. 가끔 일본 드라마나 만화에 나오기도 하는데 그게 바로 일본어로는 하리였던 것이다. 하리는 쉽게 생각하면 배에 많은 사람들이 타고, 노를 저어 경쟁을 하는 조정과도 무척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 전날 새벽 4시까지 사진을 찍으며 놀다 보니 다음날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ISO 3200으로 찍고 말았다. 하리 축제에 와서는 비 때문에 대충 셔터를 누르다보니 사진이 어떻게 찍히는지도 잘 몰랐다. 축제를 다 구경하고 나서야 알았지만 사진은 온통 새하얗게 나왔다.


축제의 장소는 토마린항 근처였는데 짠내가 진동할 것 같은 부두 앞에서 사람들은 축제를 구경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컨테이너 박스처럼 본래 목적에 걸맞는 건물도 곳곳에 있어 축제이지만 세련된 맛은 적어 보였다. 그래도 비가 이렇게 오는데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게다가 본래 축제가 세련된 맛이 있다고 재밌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키나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갔기 때문인지 5월에 하리 축제가 있는지도 당연히 몰랐다. 당연히 여러 나라와 지역에서 참가하는 규모가 큰 축제인지도 몰랐다. 물론 오키나와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축제에 참가할 수도 있지만 원래 하리 축제는 오키나와의 각 도시가 참가하는 축제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미군을 비롯해 다른 나라도 참가를 한다고 한다.


비가와서 좀 혼잡했지만 사람들 틈을 비집고 앞으로 가서 겨우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용처럼 보이는 배의 앞머리에 징을 들고 있는 사람, 그리고 대충 20명이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노를 젓는 모습이 무척 흥미로웠다. 대충 추측하건데 맨 앞에 있는 사람은 징을 치면서 박자를 맞추기도 하고, 사기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있는 사람은 커다란 키를 가지고 방향을 조절하는 것 같다.


아마도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같은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해주는 모습이 무척 자연스러웠다.


사실 비가와서 제대로 구경하기는 무척 힘들었다. 그냥 하리 축제가 뭔지 구경하러 왔다는 것만을도 재밌고, 일본인 친구 사키와 치카랑 같이 와서 재밌었다.


힘차게 노를 젓는 것을 보니 경주를 하나 보다. 누가 누군지도 모르지만 원래 이런데서는 이기는 편이 우리편인 법이다.


초록색은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어째 거리는 점점 더 벌어졌다.


우리는 하리 축제는 가끔 구경하면서 사진 찍어주기나 했다.


가끔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는 배가 나타날 때면 정말 재밌었다. 비가 무지하게 내리는데 그 사이로 물살을 헤치며 달린다. 마지막까지 각축전이 벌어지면 구경하던 사람들이 다 환호성을 지르게 된다.

하리 축제의 기원을 살펴보면 약 600년 전 류큐왕국부터라고 한다. 원래 류큐는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나라인데 하리 축제도 역시 중국에서부터 건너왔다. 풍작과 어업의 안전 등을 기원하는데서 시작한 류큐왕국의 하리 축제는 현재 오키나와의 대표 축제로 이어오고 있다.


아무리 하리 축제라고 하더라도 경쟁하는 것만 구경하지 않는다. 축제장 부근에는 엄청나게 많은 천막이 펼쳐져 있고, 놀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소박해 보이지만 어쩌면 어렸을 때 가진 축제에 대한 이미지와 정확하게 들어 맞는 모습이다.

공 던지기나 오리를 잡아 상품을 얻어갈 수 있어 재밌다. 이런게 시시하다고? 난 오히려 연예인이 축제의 중심이 아니라 시민들이 가볍게 즐기고 놀 수 있는 그런 분위기라서 더 좋았다.


물론 놀이기구나 게임에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어설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 이 자동차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비가와서 도무지 손님을 맞이할 수 없던 것이었다. 이런걸 보면서 어릴적 추억이 되살아 났다. 물론 내가 이런 종류의 축제를 가봤는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일본의 축제가 다 이런 분위기일까? 세련되지 못해서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 축제같아 보였다.


여기는 아까 그곳과 다르게 천막이 있어 자동차를 타는 아이들이 많았다. 비가 온다면 천막은 준비해야 겠지. 역시 이쪽은 엄마와 아이들이 많이 몰려들어 돈을 잘 벌고 있다.


이건 좀 무서워 보이는데 괜찮으려나? 거의 곡예수준으로 타는데 무척 재밌나 보다.


역시 축제하면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 멀리서 봐도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가득했다. 너무 배고파서 여기에서 뭐라도 먹고 싶었는데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자고 하길래 눈물을 삼키며 참았다. 원래 이런 길거리 음식이나 간식거리가 가장 맛있는 법인데 말이다.


솜사탕과 가면을 파는 곳도 있었다. 하리 축제라고 해서 그냥 그것만 구경하는 줄 알았는데 정말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비가 계속 와서 구경하는 사람이나 장사를 하는 사람이나 많이 아쉬울 것 같다.


미스 오키나와를 뽑는건지 뭐하는지 모르겠다. 빼꼼히 쳐다보고 있는 내 모습을 치카와 사키가 사진으로 찍고 있었다. 우리는 도저히 배고파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돌아갔다.


일본인 친구가 있으니 식당을 고르는 어려움은 별로 없었는데 그건 역시 맛집을 안다면서 우리를 데리고 갔기 때문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굉장히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외관은 비싸 보여서 그냥 지나쳤던 그곳이었다. 물론 이 친구들이 비싸지 않은 곳이라고 데리고 갔다. 안에 들어가니 깔끔한 식당이었고, 가격도 대체적으로 비싸지 않았다.


내가 주문한 것은 장어덥밥이었는데 양도 많고 맛있었다.


다른 친구들이 주문한건데 정말 풍성했다. 여러 반찬은 물론 회까지 나왔다. 나만 괜히 장어덥밥을 시켰나? 그래도 열심히 옆에 사람 반찬을 집어 먹었기 때문에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심지어 사키는 회를 나한테 주면서 다 먹으라고 했다.


이건 오키나와의 식재료의 상징이라고 하는 고야다. 고야의 외형은 울퉁불퉁한 오이같이 생겼는데 이렇게 요리로 먹어보게 될 줄은 몰랐다. 먹어보라고 해서 계속 집어 먹었는데 고야 특유의 쓴맛이 은은하게 난다. 사실 고야는 이 쓴맛 때문에 먹는 음식이다. 아무튼 운이 좋게 오키나와를 떠나는 날에 하리 축제도 구경하고, 일본인 친구들 덕분에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무척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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