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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을 보고 난 후 우리는 재빨리 커먼웰스 플레이스(Commonwealth Place)로 향했다. 해가 점점 지고 있던 탓에 어쩌면 마지막으로 둘러볼 곳의 사진조차 남기지 못할것 같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지도를 보면서 커먼웰스 플레이스로 이동했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그 주변에서만 10분을 넘게 헤매다가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커먼웰스 플레이스까지 차를 가지고 들어올 수 없었기 때문에 그 앞에다 차를 세워놓고 걸어갔다. 멀리서 보이는 텔스트라 타워가 구름때문인지 신비로운 장소인 것처럼 느껴졌다. 만화를 보면 특정 장소에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어느덧 달이 뜨기 시작했다. 벌리 그리핀 호수를 바라보며 형성된 이 곳은 캔버라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듯 보였다.


여기가 바로 커먼웰스 플레이스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대단한 곳처럼 보여지지 않았다. 그저 양 옆의 벽이 있다는 것외에는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가이드북에서는 캔버라의 가장 최근에 지어진 건축물이라고 별 3개까지 줬지만 그냥 그랬다.


유일한 볼거리라면 이 커먼웰스 플레이스는 전쟁박물관, 구국회의사당, 신국회의사당과 일직선을 이룬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벌리 그리핀 호수를 배경으로 바라보면 전쟁박물관이 일직선에 놓여져있고, 반대쪽을 보면 구국회의사당과 신국회의사당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커먼웰스 플레이스는 그걸 연결시켜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해야할까?


수도라서 그럴까? 각 국가의 국기를 볼 수 있었는데 참 신기한게 한국과 일본기가 바로 앞 뒤에 있었다.


캔버라에서 또 다른 볼거리 중 하나가 대사관의 거리인 '얄라룸라 대사관 거리'라고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미처 가보지 못했다. 국회의사당과 더불어 수도라는 느낌이 팍팍 들게 해줄텐데 말이다. 게다가 대사관 거리를 가보면 각 대사관의 건물이 독특한 형태로 지어져있다고 한다. 어쨋든 안 가봤으니 그저 아쉽기만 했다.


신국회의사당의 국기게양대가 보인다. 여기서 반대로 돌아서면 전쟁박물관이 곧바로 눈에 들어온다. 그야말로 의도된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끝까지 걸어가보면 약간의 언덕이 있는데 거기를 살짝 올라가보면 곧바로 시야에 들어오는 구국회의사당의 모습과 신국회의사당의 국기게양대를 볼 수 있다.


텔스트라 타워는 송신탑이지만 전망대 역할도 하는데 캔버라의 어느 곳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잘 보였다. 타워가 높기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블랙 마운틴이라는 산 위에 있기 때문이다.


달은 점점 떠오르고 있었다. 여기서 30분정도 둘러본 후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국기를 한 번 찍었다. 마치 '한국인 여기 왔다가 가요' 라는 심정으로 말이다.

이제는 너무 배가 고파 무언가 먹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저녁을 먹기 전에 구 국회의사당으로 향했다.


아직도 국회의사당이라고 해도 괜찮을것 같다는 외관을 보여주는 구 국회의사당인데 1927년부터 1988년까지 역할을 한 뒤로는 전시관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우리가 5시를 넘겼기 때문에 아쉽지만 밖에서 외관만 관람해야 했다.


여기서 구 국회의사당의 도로를 건너 맞은편에는 애버리진의 천막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책에서 보고 직접 찾아갔지만 예상보다 더 초라한 모습에 더 이상 머물 수가 없었다. 그저 다 쓰러져가는 몇 몇 건물 밖에 보이지 않았다. 사실상 호주의 주인이기도 했던 애버리진은 오늘도 그들의 권리를 위해서 호주 정부와 투쟁하고 있다.

세계 최대 높이의 국기게양대 위에서 호주인의 자부심이 펄럭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가장 낮은 곳에 자리잡은 초라한 애버리진의 천막이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이 아닐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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