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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닌디에서의 농장 생활은 곧바로 시작되었다. 첫 날은 크림슨(포도의 종류로 당도가 무척 높다) 피킹이었다. 크림슨은 비싼 포도에 속했기 때문에 돈을 더 벌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7시부터 시작한다던 일은 8시가 넘어서 시작했고, 12시에 일이 끝나버렸다. 포도농장에서 일을 하다가 와서 그런지 다른 사람에 비해 확실히 속도는 빨랐지만 결국 돈은 되지 않았다.

둘째 날은 전혀 다른 일을 했는데 이미 매달려서 썩은 포도를 제거 하는 작업이었다. 아마 이 포도농장은 거의 끝나는 시기가 맞는것 같았다. 일을 하다가 잠시 물을 마시려고 나갔는데 그 때 마주친 보스가 너네들 농땡이치면 오늘 그만해라라는 식으로 말했다. 정말 열심히 일을 했는데 한순간 놀고 있다는 식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너무 화가나서 10시에 돌아왔다. 그 날은 시급제였는데 어차피 다른 사람들도 1시쯤되니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 곳 농장에서는 인도계열 사람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한국 사람이었다. 딱 보기에도 일은 별로 없어 보였는데 왜 대체 우리보고 일이 있다는 소리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역시 컨츄렉터를 믿으면 안 된다.


주말이 되자 아주 착실하게 쉬었다. 워낙 일을 안 하던 시간이 많아서 그런가 매일 쉬는 기분이 들었다. 너무 너무 심심해서 메닌디까지 한번 걸어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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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엄청 멀었다. 가까울줄 알았던 메닌디까지는 걸어서 1시간이 걸렸으며 걸어가는 내내 파리떼의 습격에 시달려야 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걸어다니면 파리가 안 달라붙을테지만 여기는 다르다. 파리는 나의 몸에 달라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녀석들은 어찌나 얼굴의 코와 입으로 들어가려고 하는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메닌디까지 걸어가서 한 일은 음료수 하나 사먹은거 뿐이었다. 가격은 시골이라 그런지 도시의 1.5배였다. 지나가는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아~ 대체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사는걸까?


메닌디 중심가에 있던 슈퍼마켓


이후에도 2번정도 메닌디까지 걸어가보긴 했다. 하지만 뜨거운 태양빛 아래 파리와 싸우며 걸어가는 그 길이 결코 즐겁지는 않았다.

메닌디에서의 농장생활 결국 이 곳에서는 돈이 되지 않았다. 컨츄렉터가 돈을 일주일 늦게 주는 시스템이었는데 우선적으로 세금을 정말 내는지도 몰랐고, 전에 일했던 곳에 비해 훨씬 낮은 임금에다가 항상 1시쯤되면 끝났다. 그러니 돈을 벌 수 없었던거다. 첫 주의 3일치 주급도 고작해야 200불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컨츄렉터 밑에서 2개월이 넘게 일했던 한국인도 있었다. 여기에 있게 되면 유지는 할 수 있긴 했지만 결코 돈을 모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완전 낙후된 농장의 팜스테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도 강물을 끌어다 쓰는데 초록빛에 냄새가 나서 샤워 후에도 개운하지 않았으며 항상 개미가 꼬였다.

결국 이 농장에서는 2주정도만 있었는데 그 때 일을 못한다는 것은 전혀 걱정이 되지 않았고, 드디어 이 곳을 탈출한다는 기쁨으로 가득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