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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자 다시 또 짐을 차에 싣고 메닌디로 향했다. 여전히 차에 캐리어는 싣지 못하기 때문에 현석이에게 대신 맡겨 놓았다. 차가 없던 현석이와 일행들은 나중에 오기 때문에 우리 짐을 가지고 와달라고 부탁을 했다.

새로운 곳이 과연 어떨지 기대감보다는 걱정이 더 컸다. 아무래도 컨츄렉터 밑에서 일을 해야하는데 이럴 경우 돈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수 없이 많이 봤기 때문이다. 우리는 달리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당장 일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메닌디로 가는 날은 역시나 무척 더웠다. 분명 찜통처럼 더웠던 것은 아닌데 습도가 높지 않고 그냥 무지 무지 더웠다.


메닌디로 가는 도로는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차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내륙쪽으로 더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뜻 했다. 어느 이름 모를 한 마을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메닌디로 출발했다.

한 참을 가던 도중 갑자기 길이 비포장으로 바뀌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비포장으로 바뀌어서 무척 놀랐는데 문제는 뒤로 돌아가기엔 너무 많은 길을 와버렸다. 하는 수 없이 계속해서 달리게 되었는데 메닌디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 계속 비포장이었다. 1시간 이상 비포장길을 달렸던 것이다.

메닌디까지는 총 4시간정도 걸렸던것 같다. 메닌디에 도착하니 세상에 이렇게 마을이 작을줄 꿈에도 몰랐다.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도 볼 수 있었던 IGA(슈퍼마켓)도 없었고 그냥 일반 슈퍼마켓 하나가 중앙에 있을 뿐이었다. 뿐만아니라 마을은 사람이 사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기만 했다.


농장으로 찾아가보니 TGG였다. 이 곳은 우리가 로빈베일에 있을 때 전화를 해봤던 곳으로 이미 일이 끝났다고 했던 곳이었다. TGG는 호주의 한 기업형 농장의 포도담당인데 호주 내에 TGG가 5군데가 있다. 우리가 세인트조지에서 일했던 곳도 TGG 포도농장이었다. 분명 전화했을 때는 일이 없다고 했는데 이거 어째 좀 불길한데?

숙소는 일 할 때만 하루에 10불로  무척 쌌지만 완전 개판이었다. 거의 버려진 창고와 같은 곳이 숙소였고, 침대는 굴러다니는거 가져다 써야했으며 부엌은 도저히 요리를 해먹을 수 있을것 같지 않았다.

여기서 과연 생활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여기는 호주의 아웃백이라 불리는 곳으로 파리와 개미의 천국이었다. 그깟 파리와 개미 좀 견디면 될 줄 알았지만 여기서는 지독하게 달라붙는다. 특히 파리는 1초라도 떨어져있지 않고 계속 달라붙는데 얼굴과 몸 주변에 달라붙으면 아주 신경질이 날 지경이었다. 아무리 손으로 쳐내려고 해도 계속해서 파리가 내 얼굴에 달라붙었다. 파리와 개미가 정말 미칠듯이 싫었다. 여기가 지옥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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