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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그 거대한 떵 덩어리 중 티끌만 보고 한국으로 돌아간다는게 무척 아쉬웠지만 여행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어찌되었든 난 학생이니까 휴학을 하지 않는 이상 학교로 돌아가야 했다. 한국행 배를 좀 미룰까도 생각했지만 접었다. 조금 미룬다고 해서 여행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금성에서 나와 물 한 병을 구입하고 남은 돈은 확인해보니 딱 버스만 탈 수 있는 1위안 밖에 남지 않았다. 정말 정확하게 1위안 밖에 없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베이징역까지 버스비가 2위안이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베이징역까지 걸어갈 수도 노릇이었다.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 배낭을 챙긴 뒤 사람들에게 물어서 베이징역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다행히 1위안이었는데 문제는 아직 베이징이 익숙하지 않아서 어디서 내려야 베이징역에 도착할 수 있는지 잘 몰랐다.

그때 정말 친절한 아저씨를 만났다. 잠깐 버스에서 이야기 하다가 우리가 베이징역에서 내리려 한다는 것을 보고 같이 내렸다. 그리고는 우리를 베이징 역까지 데려다 주었다. 교사라고 했던 아저씨는 그래도 영어를 할 줄 알았는데 내가 원래 목적지가 우리랑 같은 방향이냐고 물어보니 자신이 원래 가려던 곳은 반대라고 했다. 그러니까 우리 때문에 거의 30분 이상을 소비하며 바래다 주었던 것이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시간에 맞춰 베이징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는 너무 고마워서 베이징역에 들어가면서도 계속 뒤를 돌아보며 인사했다. 아저씨는 우리가 들어갈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는데 우리가 계속 뒤를 돌아보며 인사를 하니까 빨리 가지 않으면 열차 놓친다며 손을 흔들면서 얼른 가라고 했다. 이 아저씨 덕분에 우리는 출발 15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말 너무 고마워서 그런지 몰라도 중국에 대한 인상이 순식간에 좋아졌다.


이제 열차를 타는 일도 마지막이 되었다. 2달 전 싱가폴에서 출발하면서 과연 중국까지 도착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었지만 정말 아무 일도 없이 무사히 목적지까지 잘 가고 있었다. 텐진에 가면 이제 한국으로도 갈 수 있었다. 여행을 마친다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기대감도 무척 컸다.


텐진으로 가는 열차를 탔다.


열차는 무척 좋았다. 마치 우리나라 KTX를 보는 것 같았는데 무엇보다 KTX보다 자리가 넓어서 좋았다. 그리고 내부도 무척 깔끔했다. 난닝에서 베이징까지 오는 27시간짜리 열차를 타다가 이 열차를 타보니 급이 완전 틀렸다.

내 옆에는 어떤 아주머니가 앉아있어 중국 가이드북에 있는 중국어로 의사소통을 해보았다. 그런데 거의 바디랭귀지 수준이었다. 의사소통 하는 데는 확실히 한계가 있었다. 텐진(천진)까지는 불과 2시간만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빨리 도착해서 깜짝 놀랐다. 어쨋든 미리 마중 나와있었던 승우의 친구를 만나 그 친구의 집으로 갔다. 텐진에 오기 전만 해도 텐진이 이렇게 큰 도시인줄 몰랐다. 그냥 작은 항구 도시인줄 알았는데 중국의 4대 직할시 중 하나였던 것이다.


친구의 집에서 조금 쉬다가 남계대학교로 향했다. 남계대 입구에서 사먹은 음료수와 커피는 매우 맛있었다.


남계대학교가 중국에서 꽤 괜찮은 학교라고 한다. 그런데 방학이라 그런지 캠퍼스는 무척 한가해 보였다.


친구의 개인적인 일이 있어 우리는 멍하니 남계대 캠퍼스 내에서 기다렸다.


잠시 후 친구의 일이 끝나 우리는 같이 밥을 먹기로 했는데 그때 인도네시아 미녀 2명도 합류했다. 텐진에서는 딱 하루만 지내기 때문에 어딜 둘러볼 시간도 없었던 우리로서는 아주 특별한 밤이었던 것이다. 이 둘도 역시 대학생이었는데 둘 다 나보다는 누나였다. 보기에는 나보다 어려 보였기 때문에 조금 놀라기도 했다.


중국에 왔으니 만두를 먹고 싶어서 조금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곳으로 갔다. 어차피 중국에서의 마지막 밤이자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다. 돈은 걱정 안해도 되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식사를 하면서 중국의 대표 맥주인 칭따오를 주문했다. 다른 맥주보다 유난히 금색 빛이 도는 맥주인데 확실히 조금 더 비싸면서도 매우 부드러웠다. 우리는 이 식당에서 칭따오 맥주를 마시면서 저녁을 먹었다.


다양한 요리를 시켜 먹었다. 이름은 다 기억은 안 났던 요리도 맛있었고, 만두도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2차로 간 곳은 한인 술집이었다. 여행하면서 소주를 마셔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한인 술집에 와서 먹어 본 적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그날은 엄청나게 먹어댔다.


정말 웃겼던 것은 5명이 모인 자리에서 사용하고 있던 언어가 무려 4개나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어, 중국어, 인도네시아어, 그리고 영어가 오고 갔다. 말하기는 참 힘들었는데 그래도 재밌게 놀았다. 한국 문화가 이미 익숙한 누나들이라 그런지 한국의 술문화는 이미 익숙한 상태였다. 그리고 못 알아듣는척 했지만 한국어도 꽤 많이 알고 있었다.


보통 인도네시아라고 하면 피부가 까말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 한국이나 중국 사람과 다를 바가 없었다. 우리는 몇 시간 동안 술을 마셨는지 기억 나지 않을 정도였는데 아무튼 엄청 먹었던 것 같다. 평소 같았으면 돈 때문에 절대 이렇게 많이 쓰지 못할 텐데 마지막 날이라서 괜찮았다. 각자 100위안씩 술값으로 내고, 택시를 타고 돌아왔다. 이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심하게 어지러웠다. 필름은 끊기지 않았지만 집에 들어오자마자 그대로 뻗어버렸다. 너무 무리하게 술을 마셨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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