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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당신은 이 대륙의 이름을 듣고 지금 무엇을 떠올렸는가? 만약 떠올린 그 사실이 선입견에 근거한 것이라면?


그렇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에 대해 모르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아프리카를 8개월 남짓 짧게 여행한 여행자라 많은 것을 안다 할 수 없지만 여행을 하면서 직접 보고 느꼈던 점, 그리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고 있는 아프리카에 대한 선입견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1. 아프리카는 작다?


의아해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자신은 아프리카가 작다고 느끼지 않았다고 말이다. 그러나 유럽과 비교할 때, 혹은 미국이나 캐나다 등이 있는 아메리카 대륙과 비교할 때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혹시 지도를 가지고 있다면 당장 아프리카 대륙과 대서양 북쪽에 있는 그린란드의 크기를 비교해 보라. 아프리카는 그린란드에 비해 조금 더 커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그린란드는 아프리카에 1/14수준으로 작다.


▲ 러시아의 실제 크기는 아프리카보다 작지만 지도에서는 엄청나게 거대하게 보인다


또한, 아프리카는 미국이 있는 북아메리카보다도 더 크며, 아시아와 유럽이 포함된 유라시아 대륙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대륙이다. 이는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메르카토르 도법은 적도에서 멀어질수록 왜곡이 심각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면적과 비슷하다고 하는 페터스 도법도 왜곡은 어쩔 수 없다


우리가 아프리카 대륙이 그리 크다고 느끼지 않는 이유는 지도에서 작게 보이는 것도 있지만 너무나 먼 미지의 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에볼라 바이러스가 한창 심할 때 아프리카 방문을 아예 자제하자는 뉴스를 쏟아내거나 완전히 반대쪽에 있는 케냐행 항공편을 취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생각해보라. 한국에서 정말 멀리 떨어져 있는 싱가포르에서 심각한 질병이 일어났는데 같은 아시아라고 한국이나 일본 여행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들을 가리켜 무지하다고 말할 것이다. 같은 이치다.


아프리카에는 무려 54개의 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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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프리카는 덥다?


아프리카라고 하면 무조건 더운 지역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끝도 보이지 않는 사막에, 비가 전혀 내리지 않는 메마른 지역, 마을에 우물이 없어 물을 구하기 위해 수 킬로미터를 걷는 사람들… 하지만 이러한 생각도 선입견에 근거한다. 당연히 아프리카에도 여러 날씨가 존재한다. 


▲ 대게 이런 사막만 있다고 생각한다 (메로이, 수단)


내가 여행했던 지역에만 한정한다면 흔히 떠올리는 아프리카의 이미지는 사하라 사막지대, 그러니까 이집트나 수단이 있는 북아프리카다. 이 지역은 사하라 사막이 있어 건조하고, 무더운 날씨를 자랑한다. 수단을 벗어나 에티오피아를 여행할 때는 울창한 숲과 높은 지대로 인해 저녁에는 무척 추웠다. 적도에 가까워질수록 날씨는 덥지만 남쪽의 남아공(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보츠와나의 경우 뚜렷하지는 않아도 4계절이 있다. 남아공은 남반구에 위치해 남미의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6월이 겨울이다. 우리나라와는 정반대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보러 요하네스버그에 갔던 때가 기억난다. 당시 한국은 무더운 날씨로 빨간색 반팔티만 입고 응원을 하러 밖으로 나갔지만 남아공에 있던 나는 쌀쌀한 날씨에 응원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우리가 앉은 좌석은 그림자까지 있어 더 춥게 느껴졌다.


▲ 밤에는 날씨가 무척 쌀쌀했다 (아디스아바바, 에티오피아)


아프리카에서 날씨가 가장 이상했던 나라는 나미비아였다. 지리적으로는 남아프리카에 해당하지만 지역별로 완전히 달랐다. 5월이면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였음에도 수도 빈트후크는 따뜻한 날씨였으며, 북쪽으로 올라가자 1년 내내 비가 오지 않는 메마른 사막지대로 너무 더웠고, 서쪽의 스켈레톤코스트에서는 밤에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웠다.


▲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온몸이 덜덜 떨렸다 (스켈레톤코스트, 나미비아)


▲ 나미비아의 국명은 나미브 사막에서 유래했다 (듄45, 나미비아)


▲ 폭포의 규모가 어찌나 큰지 소나기가 오는 것처럼 하늘에서 물이 떨어졌다 (빅토리아 폭포, 잠비아)



3. 아프리카 어느 집 뒤뜰에는 사자가 있다?


아프리카의 어느 집 뒤뜰에 가면 사자를 애완동물로 키우고, 어디에나 얼룩말이 뛰노는 장면을 기대했던 것은 아닌가? 물론 그렇지 않다. 아프리카라고 해서 어디에나 야생동물이 있는 것은 아니고, 야생동물을 쉽게 볼 수 있지도 않다. 


▲ 도시가 있을 거라고 상상했는가 (빈트후크, 나미비아)


위에서 언급했지만 아프리카는 거대한 대륙이다. 나라마다 날씨가 다르고, 지리적인 환경도 다르다. 사막이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북아프리카에서는 야생동물을 볼 수 없다. 숲이 울창했던 에티오피아에서도 볼 수 없었다. 야생동물은 주로 동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 지역에 있는 국립공원을 찾아가야 볼 수 있다. 또한 원숭이, 얼룩말, 기린, 영양, 버팔로 등은 쉽게 볼 수 있지만 사자, 코뿔소, 치타, 하이에나 등은 가이드 없이는 보기 힘들다.


▲ 코끼리도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이 아니었다 (에토샤 국립공원, 나미비아)


▲ 얼룩말은 너무 흔했다 (아카게라 국립공원, 르완다)


고백하건데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동안 나는 사자를 못 봤다. 지금이야 살짝 후회가 되지만 당시에는 500달러나 주고 세렝게티(탄자니아에 있는 국립공원)를 가는 게 아깝다 여겼기 때문이다.


기억나는 아프리카의 유명한 사파리는 케나의 마사이마라,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보츠와나의 쵸베, 잠비아 루앙바, 나미비아의 에토샤 국립공원 등이 있다.


▲ 하마는 물속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아 보기 힘들다 (나이바샤, 케냐)



4. 아프리카에는 흑인만 산다?


아프리카에는 흑인만 살고 있지 않다. 거대한 대륙인 만큼 다양한 인종이 서로 공존해 살아가고 있다. 내가 여행했던 나라들도 저마다 다른 인종, 문화, 언어를 가지고 있었다. 북아프리카의 이집트나 수단은 아랍계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아라비아 반도에 있는 아랍인들과는 많이 다르지만 피부색이 짙은 갈색이고 머리카락이 있는 우리가 생각하는 아프리카 사람들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이집트와 수단에도 완전한 흑인이 있는데 이에 따른 차별이 있다고 한다.


▲ 이집트의 경우 문화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중동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아스완, 이집트)


▲ 힘바족은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오크라라고 하는 붉은 돌을 갈아 온몸에 바른다  (오푸오, 나미비아)


게다가 흑인이라고 다 똑같지 않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인종이 다르다. 개인적으로 느낀 것이지만 중앙아프리카로 갈수록 피부색이 더 검정에 가까웠고, 머리카락은 더 곱슬거렸다. 가령 동아프리카와 북아프리카 사이에 있는 에티오피아는 피부색이 초콜릿색에 가까웠고, 머리카락도 풍성했다. 하지만 르완다에서 만난 콩고인은 피부색이 정말 까맣다고 생각했다. 


동아프리카에서 만난 아프리카인들은 머리카락이 심한 곱슬인 경우가 많다. 케냐, 우간다, 르완다, 탄자니아, 말라위 등 이 지역에서는 남자들은 시원하게 머리를 밀어버린 경우가 많고, 여자들도 비슷하다. 그러나 여자들의 경우 미에 대한 욕구가 있기 마련인데 심하게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은 어찌 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여자들은 가발을 쓰거나 화려한 실과 머리를 엮어 레게머리를 한다. 케냐의 수도이자 동아프리카 최대도시 나이로비에는 미용관련 상점이 정말 많다. 대부분 머리결을 좋게 하는 제품이나 레게머리를 할 때 사용하는 실, 그리고 가발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 케냐의 여자들은 주로 가발을 쓰거나 레게 머리를 한다 (나이로비, 케냐)


▲ 심한 곱슬머리를 그대로 두면 머리를 파고들기 때문에 짧게 잘라야 한다 (몽키베이, 말라위)


▲ 장난기 가득한 아이들을 만나다 (카리마, 수단)


백인도 산다. 물론 중앙아프리카나 현지인이 많이 거주하는 곳은 흑인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지만 과거 식민지(아프리카에서 식민지를 겪지 않은 나라가 거의 없지만) 과정에서 정착을 하게 된 남아프리카 지역에는 백인이 꽤 많다. 그 중에는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아프리카에 살고 있어 그 나라의 국적, 그러니까 나미비아나 짐바브웨 국적을 가지고 있는 백인이 있다. 이미 유럽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람이다. 내가 만난 백인 중에는 나미비아 국적을 가지고 있고, 아프리칸스어를 사용하고 있는 아저씨가 있었다. 참고로 나미비아에는 백인이 약 7%, 남아공에는 9%(백인과 흑인의 혼혈 컬러드까지 포함하면 20%가량으로 늘어난다) 있다. 


▲ 아프리카에는 백인도 많다 (나이스나, 남아프리카공화국)



5. 아프리카는 가난하다?


가난은 상대적이라 맞다, 틀리다로 말하기 어렵다. 다만 여기서는 미디어에서 보이는 아프리카의 가난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왜 아프리카 사진만 보면 헐벗은 사람만 보이고, 도시가 아닌 시골의 모습만 보이는가. 결국 이런 장면이 아프리카에 대한 왜곡된 선입견을 가지게 만든다.


아프리카라고 해서 현대적인 도시가 없는 게 아니다. 대부분 남아프리카 지역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짐바브웨나 남아공 등을 여행하면 이곳이 아프리카인지 유럽의 어느 도시인지 헷갈리게 된다.


▲ 유럽의 어느 항구 도시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케이프타운, 남아프리카공화국)


▲ 잡상인이 많기는 하지만 거리가 깔끔하고 고층 건물이 많아 놀랐다 (하라레, 짐바브웨)


▲ 독일 분위기가 남아있다 (스와콥문트, 나미비아)


반대로 외형은 도시인데 영락없는 시골마을 같은 시스템을 많이 보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 동아프리카에서 겪었던 일인데 도시 규모는 매우 크나 가로등이 켜지지 않거나 신호등은 있으나마나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므완자는 탄자니아에서 두 번째 큰 도시라고 하는데 7시만 되면 너무 어두워 혼자 걷기 무서웠다. 아무래도 낯선 도시이고, 남들에게 눈에 띄는 여행자였기 때문에 밤에는 걸을 때면 걱정되긴 했다.


▲ 밤에는 너무 어두워서 걷기 무서웠다 (아와사, 에티오피아)



6. 아프리카는 범죄의 온상이다?


남에게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나는 괜찮았으니 너도 괜찮을 것이다, 라며 안전에 대해서 확신하는 태도다. 그렇기에 아프리카 여행이 안전하다, 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에 대해서 막연하게 위험하다고 느끼기는 것도 나쁜 선입견이 개입된 것이다.


물론 아프리카에 위험한 것으로 유명한 도시는 많다. 대표적으로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 케냐의 나이로비, 탄자니아의 다르에스살람 등의 대도시가 그렇다. 이런 도시는 현지인들도 무서워서 가기 싫다고 할 정도니까.


▲ 아프리카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를 걷다 (요하네스버그,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프리카에 있는 대부분의 나라가 범죄율이 높고, 살인자로 가득하고, 현지인은 절대로 믿어서는 안 되는 것도 잘못된 것은 아닐까? 우리가 백인을 보면 멋지다, 교양이 있다, 선진국에서 왔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지만 흑인을 보면 지저분해 보인다, 잠재적 범죄자 같다, 후진국에서 왔을 것이다, 라고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흑인이 많은 아프리카를 여행한다고 하면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이 지워지지 않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여행자가 훨씬 많은 남미에서 도둑을 두 번이나 만났지만 나는 남미 여행을 가지 말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남미 여행은 요즘 로망으로 취급 받고 있으니 만약 누군가 남미를 간다고 한다면 주변에서도 남미 여행을 말리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 여행하기에는 너무 열악했지만 친절한 사람이 많았다 (동골라, 수단)


▲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난하지만 그들에게는 '따뜻한 심장'이 있다 (몽키베이, 말라위)


▲ 내가 들고 있는 카메라에 관심을 보여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사진도 같이 찍었다 (므완자, 탄자니아)


일례로 아프리카의 소국 르완다의 경우 선입견이 있었다. 과거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민족간의 학살이 있었고, 주변에 비해 너무도 작은 나라라 열악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가 여행한 어떤 아프리카의 나라보다 질서가 있고, 예의가 있었다. 이 나라는 쓰레기봉투 사용을 금지해 슈퍼에서 물건을 사면 종이봉투에 담아줬고, 수도 키갈리에는 버스를 타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한마디로 시민의식이 성숙한 나라였다.


▲ 보다보다(오토바이 택시) 운전자나 손님은 무조건 헬멧을 착용해야 했다 (키갈리, 르완다)


당연히 아프리카에서 나쁜 점,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정말 많다. 저개발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질서와 오염된 거리, 낡은 건물, 오래된 자동차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나라, 모든 사람을 한꺼번에 똑같이 판단하지는 말자. 사실 안 좋은 점은 나중에 얼마든지 소개할 기회가 있다.



7. 아프리카는 물가가 저렴하다?


대부분의 나라는 물가가 저렴했다. 그러나 몇 개의 나라는 유럽과 거의 똑같다 할 정도로 물가가 비슷했다. 아프리카 최빈국인 말라위를 여행하다 잠비아를 갔을 때 몇 배로 비싼 물가에 놀랐고, 더 비싼 짐바브웨 물가에 더 놀랐다. 짐바브웨에 있는 프렌차이즈 커피숍에 가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면 4달러 정도 했다. 이 정도면 한국 물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가장 물가가 비싸게 느껴졌던 나라는 나미비아로 모든 환경이 열악하고, 대중교통이나 숙소가 배낭여행자 입장에서는 잘 갖춰져 있지 않아 너무 힘들었다. 나미비아를 여행한 3주 동안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텐트를 치고 지냈는데도 다른 나라보다 배로 돈을 썼다.


▲ 너무 비싸 이틀간 고민하다 용암을 볼 수 있는 투어를 갔다 (다나킬, 에티오피아)


▲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는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모시, 탄자니아)


물가가 저렴한 나라라고 하더라도 ‘관광’을 하고자 하면 결코 싸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대부분 투어는 일부 여행자이자 대부분의 외국인들을 위한 것이고,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이 많아 현지 물가에 비해 터무니 없이 비싸기 마련이다. 에티오피아의 유명 관광지 다나킬을 투어로 3박 4일로 다녀오고자 한다면 400달러, 르완다에서 고릴라를 보고 싶다면 500달러, 탄자니아에서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를 오르고자 한다면 900달러가 든다. 에티오피아나 탄자니아에서 현지식으로 점심을 해결한다면 보통 1000원에서 1500원정도였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나 같은 배낭여행자에게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여행했던 곳은 아니지만 앙골라나 나이지리아 역시 물가가 무척 비싸다고 한다.


▲ 결국 돈이 있어야 동물도 많이 볼 수 있다 (에토샤 국립공원, 나미비아)


▲ 관광객이 많은 곳은 역시 물가가 비싸다 (잔지바르, 탄자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