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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젠지 호수와 게곤 폭포를 보고, 다시 니시산도로 돌아왔다. 사실 닛코 여행의 주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도쇼구와 린노지를 보기 위해서였다. 비록 일본의 역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정도는 안다. 도쿠가와 가문이 일본을 다스리던 시기를 가리켜 ‘에도시대’라고 부르며, 사실상 지금 일본 문화의 기틀이 됐다. 에도는 지금의 도쿄 지역을 말하는데 그만큼 일본 역사에 매우 비중있는 인물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죽을 때 ‘일본을 지키는 신’으로 섬겨달라고 유언했기 때문에 닛코에 그의 사당이 지어지게 되었다. 그게 바로 도쇼구다. 도쇼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사당이자 그의 무덤이기도 한 것이다.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도쇼구는 현재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도쇼구에 막 도착했을 때 이른 아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로 가득한 것을 보게 되었다. 전날 밤에는 이렇게 조용한 닛코에 사람들이 있나 싶을 정도였는데 확실히 저녁에는 온천을 하면서 편히 쉬다가 낮에는 세계문화유산을 보기 위해 움직이는 것 같다. 그리고 특히 단체관광객이 많았는데 도쿄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온천과 세계문화유산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일본 사람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는 어렸을 때 수학여행으로 닛코를 가봤다고 한다.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솟아오른 높은 나무들 사이로 길게 뻗은 길이 참 인상적이었다. 멀리 커다란 도리이가 도쇼구의 입구임을 알려주고 있었는데 커다란 나무 덕분에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졌다. 이 도리이는 1618년에 세워졌다고 한다. 


도리이를 지나 도쇼구를 들어가면 커다란 오층탑이 보인다. 오층탑 앞에는 사당을 관리하는 자라서 그런지 흰 옷과 빨간색 치마를 입은 여자가 주변을 설명하고 있었다. 


도쇼구 앞에는 입장권을 판매하는 곳이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양쪽에 입장권을 파는 곳이 있는데 한쪽은 1300엔짜리 도쇼구 입장권을 팔고 있었고, 맞은편에는 1000엔짜리 통합 입장권을 팔고 있었다. 일본인들은 죄다 1300엔짜리 입장권을 사기에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직원은 차이가 없다고 했다. 외국인에게만 파는 입장권도 아니고, 그저 1000엔짜리로는 들어갈 수 없는 지역이 있다고만 했다. 

가령 도쇼구에서는 고양이 상이 있는 곳을 들어가려면 따로 돈을 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난 분명 고양이 상이라고 전해 들었는데 뭔가 미심쩍어서 그 고양이가 살아있냐는 질문을 했다. 직원은 살짝 웃으며 그렇지 않다고 했다. 고양이 상이야 안 봐도 그만이라는 생각에 1000엔짜리 니샤이치지교츠켄을 구입했다. 이걸로 린노지, 도쇼구, 후타리산 신사, 이에미츠뵤타이유엔을 들어갈 수 있다. 입장을 할 때마다 해당 장소에서 입장권을 찢는다. 


일본의 신사를 많이 가봤던 것은 아니지만 도쇼구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똑같은 빨간색 일본식 건물이었지만 유난히 황금색이 많았던 것이다. 실제로 도쇼구에 금이 21.3톤이나 들어갔다고 한다. 과연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모시는 사당답다. 


바로 앞에는 신큐샤라는 마구간이 있다. 처마 밑에는 말의 수호신인 원숭이 조각이 있는데 그 모습이 참 우스꽝스럽다. 이 원숭이 조각은 인간사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인데 그 중에서 3마리의 원숭이가 있는 조각이 가장 인기가 많다. 이 원숭이 3마리가 입, 눈, 귀를 막고 있는데 사람의 처세술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신큐샤 앞에서는 이 원숭이 3마리처럼 입, 눈, 귀를 막고 사진을 찍는 사람이 유난히 많다. 


일본의 신사는 다 그렇지만 도쇼구도 마찬가지로 상업주의가 참 대단하다. 재미로 보는 점부터 예쁘게 디자인된 부적 구입까지 돈을 내고 할 수 있는 게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일본 사람이라면 이런 곳까지 와서 자신의 운세를 확인하거나 소원을 비는 일은 필수다. 


산진코라는 갑옷이 소장된 창고에도 재미있는 조각이 있다. 바로 코끼리이다. 코끼리로 보기에는 마치 여러 동물을 합쳐 놓은 것처럼 기괴하게 생겼는데 그 이유가 바로 조각가 때문이다. 조각가는 코끼리를 한 번도 보지 않고 상상만으로 조각해서 이런 모양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코끼리의 표정이 한편으로는 매서운 맹수 같다. 


중심에 있는 커다란 도리이를 지나면 요메이몬이라는 거대한 문이 나온다. 처마에는 금색의 화려한 조각들이 있어, 범상치 않은 곳이라 느껴진다. 도쇼구에서 가장 유명한 곳인지 아니면 실질적인 도쇼구 입구라서 그런지 몰라도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많이 찍는다. 그리고 무료로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사진을 두 번 찍어 하나는 인화해서 판매)도 여기에 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여러 채의 건물이 보인다. 


아마 이곳이 고양이 상이 있는 곳 같다. 멀리서 봤지만 그리 볼만한 건 없어 보였다. 나는 고양이 상을 들어가려면 520엔을 내야 했기 때문에 과감히 지나쳤다. 살아있는 고양이라면 좀 볼만했을 텐데 그냥 상을 보려고 520엔이나 내야 한다는 것은 정말 아까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원을 비는 것 같다. 역시 소원을 비는 커플은 어디에나 있다. 


사당 안으로 들어가면 무슨 의식을 하는 곳도 있었고,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무덤도 있다. 아주 거대한 유적은 아니지만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무덤답게 화려한 건축물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아 천천히 둘러보지 못한 것은 좀 아쉽다. 빠른 걸음으로 나머지 부분을 둘러보고, 불교 유적지 린노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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