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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코에 여러 관광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추젠지 호수와 게곤 폭포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아름다우면서 웅장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 들었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덕분에 난 이른 새벽부터 움직여야 했다. 오후에는 도쿄로 돌아간 후 다시 가마쿠라까지 이동해야 했기에 이른 아침부터 돌아다녀도 빠듯한 일정이었기 때문이다.   

7시가 되기 전부터 니시산도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여기에서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밤 여관 주인 아주머니가 알려준 정보는 잘못된 것이라 버스를 제 시간에 타지 못한 것이다. 일단 적어준 버스 번호가 달랐고, 추젠지로 가는 버스가 거의 10분마다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그럼에도 버스정류장에 있는 시간표를 보고 타면 되긴 하는데 지난 저녁에 탔던 버스와 다른 형태의 큰 버스가 정차해서 추젠지로 가는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추위에 벌벌 떨며 1시간이나 기다린 끝에 겨우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도부아사쿠사역에서 얻은 시간표가 정확했다.

일본 버스는 보통 뒤로 타서 정리권을 뽑고, 앞으로 내리는 구조인데 추젠지 호수(정확히 말하면 추젠지 온천)로 가는 버스는 앞에만 출입문이 있었다. 약간 고속버스 느낌이 났다. 추젠지로 가는 버스 요금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나는 크게 상관없었다. 그저 올 닛코 패스권을 보여주기만 하면 됐다. 올 닛코 패스를 가지고 있으면 4일간 무제한으로 버스를 탈 수 있으니 확실히 패스를 구입하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다. 

버스 안에는 대부분 시골 마을의 노인이었으나 이곳을 여행하는 몇 명의 일본인도 있었고, 정차하는 곳에서는 외국인도 몇 명 탔다. 추젠지로 가는 길이 험하기도 하고, 눈이 많이 와서 버스는 느릿느릿 이동했다. 중간에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아케치다이라 정류장도 있었는데 돌아올 때는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눈이 많이 와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차피 케이블카를 탈 예정이 없어서 과감하게 지나쳤다. 


고불고불해서 아찔한 도로를 따라 오르고, 내린 끝에 추젠지 온천에 도착했다. 약 40분이 걸렸다. 버스에는 영어, 한국어가 음성으로 나와서 타고 내리는데 어렵지 않았다. 


목적은 게곤 폭포와 추젠지 호수. 다행히 둘 다 정류장에서 가까웠다. 먼저 게곤 폭포로 이동했다. 나와 같은 관광객 몇 명이 추젠지 호수로 향하고 있을 뿐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주변은 참 한적했다. 눈으로 뒤덮인 세상은 나름 운치 있어 보였지만 도로가 미끄러워 조심조심 걷는데만 집중했다. 


게곤 폭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는데 아직 9시 전이라 개장하지 않았다. 새벽에 게곤 폭포를 왔더라도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었을테니 결과적으로 버스를 놓친 게 다행이었다고나 할까? 9시가 되기 전까지 일단 무료로 게곤 폭포를 관람할 수 있는 전망대에서 시간을 보냈다. 몇 명뿐이었지만 이미 게곤 폭포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세차게 내려오는 폭포수가 눈에 들어왔다. 낙차가 약 100미터에 이르는 게곤 폭포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볼만했다. 숲속 한 가운데서 떨어지는 이 거대한 폭포의 웅장함 때문인지 게곤 폭포는 일본의 3대 폭포 중 하나다. 

그런데 게곤 폭포가 유명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살의 명소이기 때문이다. 1903년 후지무라 미사오라는 사람이 투신자살을 했는데 그의 유서의 내용의 난해했다고 한다. 이 영향을 받아서인지 게곤 폭포에서 계속 자살을 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하는데 참 여러 가지 의미에서 유명한 폭포인 것 같다. 

폭포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은 일본인 1명, 서양인 여자 2명만 있었다. 사진을 좀 찍다 보니 손이 너무 시려웠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 입구가 열렸다. 여기까지 왔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게곤 폭포를 제대로 봐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는데 입장료 530엔은 솔직히 너무 비쌌다. 실제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보면 더 그렇게 느껴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작은 터널을 지나면 게곤 폭포 아래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내려가면 폭포를 코앞에서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정도였다. 


그래도 세차게 쏟아지는 폭포는 꽤 멋지다. 폭포의 덕분에 근처에 무지개까지 생겼다. 


530엔을 내고 들어와서 그런지 쉽게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고, 계속 폭포 사진을 찍었다. 처음에는 사람도 거의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자 몇 명이 사진을 찍고, 잠시 후에는 아예 단체 관광객이 몰려오기도 했다. 이제 이정도면 폭포는 충분히 봤다고 생각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다.


곧바로 추젠지 호수를 보기 위해 버스정류장쪽으로 걸었다. 추젠지 호수도 버스정류장에서 그리 멀지 않아 몇 걸음만 걸으면 됐다. 


추젠지 호수 앞에는 커다란 도리이가 있는데 이 옆에는 무녀가 돌이 되었다는 무녀석이 있다. 과거 추젠지 호수나 난타이산은 여자가 출입할 수 없는 지역이었다고 한다. 불교의 영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과거나 지금이나 후지산만큼 일본인에게는 특별한 지역이라고 한다. 


추젠지 호수 앞으로 가니 경치는 참 끝내주긴 했는데 정말 너무 추웠다. 콧물이 절로 나오고, 손은 얼어붙어서 카메라를 잡기가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바람은 또 어찌나 세차게 불던지 호수 가까이 가기가 힘들었다. 더군다나 카메라 초점은 계속해서 맞질 않고, 배터리도 급속도로 방전되기 시작했다. 정말 춥긴 추운가 보다. 


봄이 오면 참 예쁠 것 같다. 확실히 날씨만 조금 따뜻했다면 유람선도 타고, 산책을 할 텐데 여러모로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호수 앞에서 사진도 찍어보고, 주변을 조금 거닐었다. 더 많이 걸어보고 싶었지만 버스 시간도 거의 다 됐고, 얼어붙은 손이 이제는 감각이 없어지기 시작해 돌아가기로 했다. 이미 난 호수 바람에 눈물, 콧물 다 흘린 뒤였다. 이날 하루 종일 오른쪽 손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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