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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모임이 있어 찾아간 가로수길의 생 어거스틴! 이곳은 내가 주로 여행을 했던 아시아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꽤 유명하다. 예전에 이태원에 갔을 때도 본적이 있었는데 그제서야 생 어거스틴이 이태원 뿐만 아니라 서래마을, 압구정, 송도, 강남, 의정부 등에 매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행의 요소에는 볼거리, 즐길거리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의외로 많은 비중을 차지 하는 것이 바로 먹거리가 아닐까 싶다. 물론 배낭여행을 했던 나는 무슨 음식인지 미처 파악도 되지 않은 채로 그저 허기를 채우기 위해 무작정 입으로 밀어 넣는 적도 있지만 그래도 간혹 새로운 맛을 추구하기 위해 그들의 식문화를 탐험했던 경우도 있다. 어떤 음식인지 알고 먹었든 아니면 모르고 먹었든 생 어거스틴에서 그리운 아시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기대가 됐다.

가로수길 생 어거스틴은 큼지막한 간판이 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나는 반대 방향에서 찾아오긴 했지만 보통의 경우라면 신사역에서 내려 가로수길을 조금만 걸으면 된다.


내부는 전체적으로 깔끔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였다. 너무 고급스러워 부담을 주는 정도는 아니라서 데이트 장소나 여러 명이 함께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모임으로는 적당해 보였다. 우리는 창가에 앉지 않았지만 가로수길을 내다볼 수 있는 창가쪽이 인기있는 자리 같았다.


아시아 음식을 많이 먹어봤다고는 하나 대부분 길거리나 작은 식당에서 먹은 경우가 많아 메뉴판에는 나도 생소한 음식들이 꽤 많았다. 생 어거스틴에는 주로 태국과 베트남 음식이 많았고, 간혹 인도네시아 음식도 보였다. 다른 나라의 생소한 음식을 주문하기가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보통 가장 인기가 많은 음식을 먹어보는 게 좋다.


생각보다 음식들이 빨리 나왔다. 가장 먼저 보였던 것은 우리 입맛에도 딱 맞는 팟프릭탈래. 각종 해산물을 볶은 요리라고 보면 되는데 태국 특유의 매콤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태국을 여러 차례 갔지만 뿌팟봉커리는 구경도 해보지 못한 음식이다. 하지만 이름만으로도 대충 음식을 유추할 수 있는데 태국어로 뿌는 게, 팟은 볶다, 그리고 커리는 말 그대로 커리이니까 볶은 게에 커리를 얹은 음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 생 어거스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음식인 것 같은데 그대로 씹을 수 있는 소프트 크랩과 함께 어우러지는 달콤한 커리의 맛이 대중적으로도 괜찮은 평을 받나 보다. 개인적으로는 소프트 크랩은 살짝 심심한 맛이었고, 묻어있는 커리가 부드럽고 달콤해서 참 맛있었다.


역시 태국 요리인 느어팟남만호이는 도톰한 고기와 야채로 인해 씹히는 식감이 살아있는 음식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소스의 맛과 야채, 그리고 적당한 크기의 소고기가 잘 어우러져 무척 맛있다. 동남아 음식을 처음 먹는 사람도 느어팟남만호이는 맜있게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느어팟남만호이가 가장 맛있었다.


이건 베트남 음식 쨔쪼다. 베트남 여행을 했을 때 쌀국수만 먹어대서 쨔쪼를 먹어봤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에피타이저로 가볍게 먹기엔 괜찮았다. 쨔쪼는 베트남식 춘권이라고 보면 되는데 돼지고기가 들어있어 약간 만두를 튀긴 맛이었다.

 
이건 다른 나라의 음식이 아닌 생 어거스틴 볶음밥이다. 겉보기에는 좀 느끼해 보였는데 의외로 맛이 괜찮았다.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나시고랭도 먹어봤다.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는 동안 나시고랭은 주구장창 먹었는데 맛은 현지에서 먹었던 것보다 고급화된 느낌이었다. 나시고랭을 먹을 때 항상 그릇에 함께 나오는 과자가 있어야 하는데 뭔가 빠진 것 같아서 살짝 허전했다. 하지만 나시고랭은 한국 사람에게도 매우 친숙한 맛이라 부담도 없고, 대부분 만족할만한 맛이다. 참고로 인도네시아어로 나시는 쌀이라는 뜻이고, 고랭은 볶다는 뜻이다. 나시고랭은 인도네시아식 볶음밥이라고 보면 된다.


역시 태국 요리라면 여행자에게 똠양꿍보다 더 인기가 있는 팟타이를 빼놓을 수 없다. 생 어거스틴에서는 왕새우 팟타이가 있었는데 이제와서 보니 조명이 어두워서 그런지 사진으로는 살짝 맛없게 보인다. 팟타이는 태국식 볶음면으로 생각하면 쉽다. 보통 철판에 소스와 함께 면을 볶다가 어느정도 면이 익었다 싶으면 숙주나물을 넣는다. 여기에 취향에 따라 계란을 넣거나 해산물을 넣는 식으로 요리를 마무리한다.

왕새우 팟타이는 일단 커다란 새우가 눈에 들어왔다. 숙주나물과 잘 섞어서 먹어봤는데 맛있긴 했는데 살짝 매콤한 맛이 느껴졌다. 매운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팟타이 본연의 맛과는 조금 멀었다는 건 아쉽다. 볶음면인데 볶았다는 느낌이 조금 덜했다. 

태국 여행을 하면 낮에는 길거리에서 쭈그려 앉아 먹고, 밤이 되면 거리 주점에서 맥주 안주로 먹곤 했던 음식이 바로 팟타이였다. 그래서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음식인데 사실 내 입맛은 길거리에서 파는 20밧짜리 싸구려 팟타이를 더 좋아한다. 물론 조금 아쉽긴 했지만 왕새우 팟타이도 충분히 맛있는 편이다.

아무튼 우리는 배고파서 그런지 대화도 거의 하지 않은 채 정신없이 해치웠다. 꽤 많은 음식이었는데도 하나도 남김없이 먹었다.


베트남의 쌀국수나 태국의 똠양꿍이 그나라 음식의 전부가 아닌 이상 가끔이지만 이렇게 아시아 각국의 색다른 음식을 먹어보기 위해 전문 레스토랑을 찾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게다가 분위기도 괜찮아서 만남의 장소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생 어거스틴 가로수길점(http://www.augustin.co.kr)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41-9 2층, Tel : 02-548-1680
평일 : 11:30 ~ 24:00
주말 : 11:30 ~ 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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