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 마켓 주위를 한바퀴 도니 11번 버스가 보였고 바로 올라탔다. 바투케이브 가냐고 물어보니 얼른 타란다.
버스는 상당히 낡았다. 말레이시아 및 동남아의 대부분 버스에는 운전사와 표를 끊어주는 사람이 따로 있다. 그래서 이 버스에 올라타 앉아있으면 알아서 다가와 어디 갈거냐고 물어본다. 바투케이브라고 했더니 2링깃이라고 해서 돈을 지불하고 허름한 종이 한장을 건네받으면 끝이다. 바투 동굴까지 꽤 멀었다. 쿠알라룸푸르의 시내를 벗어나 외각쪽으로 가니 높은 빌딩은 전혀 보이지 않고 무척이나 한적한 곳이었다. 간간히 집이 보이기도 하고 이슬람사원이 보이기도 하는데 쿠알라룸푸르의 큰 도시 외각이라고 보기엔 너무 이질적인 풍경이었다. 아예 다른 도시를 온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다른 분위기를 볼 수 있었다.
30분쯤 가니 멀리서 커다란 동상이 보이고, 동굴이 보였다. 버스에서 표를 끊는 아저씨가 여기가 바투케이브라고 내리라고 알려주었다. 멀리서봐도 커다랗게 보이는 저 동상 게다가 산 중간에 구멍이 보이는 동굴 저기는 어떤 곳일까? 궁금해 하며 얼른 가보았다.
가까이 가보니 거대한 상에 압도당했다. 저렇게 커다란 상을 어떻게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거대했고, 한 눈에 봐도 이 곳이 심상치 않은 장소임에 틀림 없어 보였다.
여기까지 왔으니 사진 한번 찍어야했다. 거대한 상과 함께 희정누나와 사진도 찍었다. 이 곳에 오니 외국인들도 상당히 많이 보였고, 바투 동굴과 함께 거대한 상과 사진 찍는 사람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바투 동굴로 올라가려면 수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하는데 계단 하나하나 숫자가 써있었다. 올라가면서 숫자 세는 재미도 없게 만들어버리다니 센스가 없다. 하지만 헉헉 거리며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일부러 계단이 몇개인지 안 세봐도 되니까 써 놓은게 낫다라는 생각도 든다. 계단을 거의 다 올라갔을 무렵 원숭이들이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원숭이들의 손에는 하나씩 먹을 것을 들고 있었고, 아니면 쓰레기 더미를 집어들며 봉지를 핥아가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바투동굴에서 살고 있는 야생 원숭이인듯 하다. 상당히 가까이서 볼 수 있었고, 이 원숭이들은 꼬리가 무척이나 길었다. 좀 더 가까이 가보고 싶었지만 이 원숭이들 생각보다 성질이 고약하다.
그래서 멀리서 원숭이들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원숭아 놀자하고 외쳤지만 냉담한 원숭이였다.
계단 끝까지 올라가니 바투 동굴의 입구가 보였다. 꽤나 거대한 동굴이라 안에는 기념품가게 및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가게들도 있었다. 동굴 안 쪽으로는 굉장히 넓은 공간이 있었고 또 어디론가 거대한 구멍이 있었는데 가보니 그곳이 끝이었다. 그냥 사원으로 보이는 건물이 하나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그 옆 절벽에는 관광객들은 신기하게 쳐다보는 원숭이 수십마리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먹을 것을 달라는 듯 빤히 쳐다보는 원숭이들을 사람들은 계속해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여기 힌두교 사원이 아니라 혹시 원숭이 사원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원숭이들이 많았고 이녀석들 우리가 먹이를 주기를 기다리며 빤히 쳐다보았다. 이 원숭이들에게 음료수병을 일부러 바닥에다가 놓았는데 슬금슬금 눈치를 보더니 한놈이 얼른 집어 가지고 갔다. 뚜껑을 어떻게 열지 몰라 밟기도 하고 물어뜯기도 하며 먹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무척이나 웃겼다. 바투 동굴에 와서 계속 원숭이들만 사진 찍고있었고 우리는 원래 목적지가 힌두교 사원이라는 것을 아예 잊어버리고 있었다.
짧은 바투 동굴을 돌아 나오는데 다른 샛길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알고보니 또 다른 관광지였는데 이때는 헬맷에다가 라이트를 켜고 갈 수 있는 곳이었고 입장료가 35링깃이었다. 별로 볼 것이 없을 것 같은 느낌에 들어가지 않았다.
바투 동굴에 와서 기억나는건 원숭이뿐이니 내 머리속에는 온통 원숭이 사원으로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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