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우 베인 다리를 다녀오고 난 후 오토바이 드라이버 아저씨에게 15달러를 줬다. 원래는 하루 오토바이를 타면 10달러인데 내가 뱀사원을 일부러 가자고 했기 때문에 추가로 5달러가 들었던 것이다. 배낭여행을 하면서 하루에 15달러를 한꺼번에 쓰는 것은 조금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돌아봐서 그런지 크게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차피 혼자라면 이런 비용적으로는 더 들기 마련이다. 

숙소 로비로 들어와서 나는 다음날 껄로행 버스를 예매했다. 근데 이상한건 인레호수까지도 12만짯이었는데 껄로도 역시 12만짯이라는 것이었다. 가격도 상당히 비싸다고 여겨졌는데 왜 더 가까운 껄로도 똑같은 가격을 받는지 이해는 되지 않았다. 

배가 고파서 저녁을 먹으려고 숙소 밖으로 나오니 쏘소가 보였다. 게스트하우스 직원이었던 쏘소는 원래 나의 오토바이 드라이버로 활약하기로 했는데 아침에 바쁜 일이 있어서 대신 다른 아저씨를 소개해준 것이었다. 쏘소는 어디로 가냐고 나에게 물었는데 나는 밥을 먹으러 가고 싶다고 혹시 '라쇼레이 레스토랑'을 아냐고 물었다. 쏘소는 여기서 가까운 곳인데 자신이 태워다 주겠다고 했다. 

"내 오토바이로 태워줄께. 물론 친구를 위해서라면 공짜지." 

그 때 하루 종일 오토바이를 운전했던 드라이버 아저씨가 나타났다. 가든 호텔 바로 옆에서 지내는 모양이다. 생김새는 거의 격투기 선수처럼 생겼는데 의외로 미소가 부드러웠던 아저씨였다. 아이를 안고 있었는데 무척 귀엽게 생겼다. 이 아저씨는 아이의 손을 잡고 나에게 인사를 시켜주었는데 쏘소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네가 이 가족을 도와준거야. 이 아저씨와 아이는 네 덕분에 며칠은 먹고 살 수 있을거야." 


쏘소의 오토바이를 타고 금방 라쇼레이 레스토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가 오는 도중에 오토바이에서 넘어졌다고 하니까 쏘소도 이미 들어서 알고 있다고 했다. 어쨋든 나를 라쇼레이 레스토랑에 내려다 준 뒤에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라쇼레이 레스토랑에 들어가자 먹음직한 반찬이 가득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중에서 원하는 반찬을 고르면 되는데 나는 낯설지 않은 2개의 고기 반찬을 골랐다. 그러면 잠시 뒤에 밥과 반찬을 가져다주고 야채도 준다. 이 야채 옆에는 우리나라의 장처럼 보이는 것이 있었는데 찍어 먹어보니 대충 비슷한 맛이 났다. 


나는 점심을 미얀마 현지식으로 너무 대충 먹어서 그런지 너무 배고픈 상태였다고는 하지만 너무 맛있었다. 며칠 굶은 사람처럼 허겁지겁 먹었는데 아주 만족스러웠다. 어쩌면 미얀마에서 먹은 가장 맛있었던 저녁일지도 모르겠다. 밥을 거의 다 먹었을 때는 직원이 와서 밥을 더 주기도 했다. 물론 밥을 더 먹는다고 돈이 더 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가격도 무척 저렴했는데 배부르게 밥을 먹고도 1500짯이었나 2000짯이었나 밖에 하지 않았다. 

허름해 보이던 식당이긴 했지만 미얀마에서는 이정도 가격에 이런 식사를 먹는 것도 드문 것 같다. 우선 미얀마 음식은 대부분 맛이 없다. 그런데 여기는 맛도 좋고, 직원도 친절하고, 차와 야채 등을 함께 줬다. 가격도 이렇게 싸다니 놀랄정도였다. 론리플래닛에서 괜히 추천한 것은 아닌가 보다. 론리플래닛 탓인지 외국인들도 꽤 많이 찾아 오는 식당이었다. 


밥을 다 먹고 난 후에는 천천히 걸어서 83번 거리로 돌아갔다. 걸으면서 다시 느낀 것이지만 만달레이의 거리는 너무 어두웠다. 대체 켜지지도 않는 가로등은 왜 있는 것인지 아마 중간에 불을 밝히고 있는 가게들이 없다면 칠흙같은 어둠이 내릴 것 같은 도시였다. 도시의 규모는 양곤 못지 않게 거대했지만 불빛을 보면 영락없는 시골마을 같았다. 


지난 밤에 이탈리안 커플을 만났던 나일론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여기에서 저녁에 이탈리안 커플과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했는데 우리는 시간 약속을 하지 않은 상태라서 크게 기대는 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멍하니 거리를 구경하고 있을 때 약속대로 이탈리안 커플이 나타났다. 너무 반갑게 재회했는데 이 둘은 만달레이 궁전과 밍군을 다녀온 뒤였다. 

저녁을 아직 먹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라쇼레이 레스토랑을 안내해줬다. 나는 방금 전에 이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또 다시 온 것이다. 맥주도 좀 마시자고 해서 같이 맥주를 마시면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역시 이탈리아 사람들이라 그런지 남녀 모두 축구얘기에 열광을 했는데 우연찮게 나온 한일월드컵 당시의 억울함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역시 이탈리아 사람들은 우리나라한테 진 게임이 억울하긴 억울했나 보다. 상황이 2:1이었으니 나는 웃으면서 넘어갔다. 

그래도 참 착한 친구들이었다. 로마에 놀러오면 꼭 연락하라고 당부하기도 했고, 맥주를 다 먹고 난 후에는 내가 돈을 꺼내려고 하자 황급히 막으면서 자신들이 내겠다고 할 정도였다. 서양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자신들이 내겠다고 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 신기했다. 


우리는 길을 걸었는데 이탈리안 커플이 좋아하는 간식거리가 있다면서 이거 먹자고 제안을 했다. 언뜻 보기에는 호떡이나 빈대떡처럼 보였는데 그냥 먹으면 아무 맛이 나지 않았고, 설탕을 뿌려서 먹는 간식이었다. 이탈리안 커플이 자주 먹었는지 이름도 알려줬는데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2개를 샀는데 가격은 300짯이었고, 이건 내가 냈다. 


바라밤이 이걸 적당한 크기로 잘랐고 이것을 설탕을 찍어 먹었다. 옆에 있던 미얀마 사람들은 우리들이 같이 있는 것을 보고 신기했는지 어디에서 만났는지 물었다. 아마 서양사람과 어울리는 내가 신기하게 보였던 것 같다. 

나는 다음날에 껄로로 이동하기로 했고, 이 둘은 인레호수로 이동한다고 했다. 아마 시간 상으로는 인레호수에서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인레호수와 껄로가 같은 방향일테니 같은 버스를 탈지도 모르겠다고 추측을 했다. 어쨋든 버스가 되었든 인레호수가 되었든 나중에 또 보자는 기약없는 대화를 나누면서 헤어졌다. 


숙소로 돌아와서 가지고 있던 여행책을 읽었는데 너무 시적이고 멋진 장면만 있었다. 음... 이런 책은 나에게 맞지 않는 듯 했다. 대충 읽다가 덮어두고 TV나 봤다. 미얀마에 있는 동안 유일하게 TV가 있었던 방이었는데 덕분에 밤에 심심하지 않게 잠이 들 수 있었다. 저녁 시간대에는 꼭 한국 드라마가 나오니 그걸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제목이 뭔지 전혀 모르는 한국 드라마도 나왔다. 


중간에 나오던 광고는 어찌나 유치하던지 어설픈 컴퓨터 그래픽이 참 어설프게 느껴졌다. 


TV를 돌리다보니 박지성이 선발로 출전하는 프리미어리그를 볼 수 있었으나 초반 시작하자마자 잠이 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