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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베인 다리 아래에서 스위스 친구들과 해가 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해는 천천히 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다리 주변을 붉게 물들였다. 


세계에서 가장 긴 목조다리인 우 베인 다리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오고가고 있었고, 그 아래에서는 관광객들로 보이는 외국인들이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우리가 앉아 있었던 자리는 그래도 관광객들이 별로 없었던 곳으로 무척 조용했다. 

여태까지 일몰을 여러번 보아왔지만 이곳에서 보는 일몰은 참 특별했다. 해는 느릿느릿 넘어가고 있었고, 그 풍경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우 베인 다리의 일몰은 만달레이 여행에서 꼭 들려야 할 정도로 가장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우 베인 다리에 오기 전만 하더라도 다리에서 일몰을 보는 것이 그렇게 멋있을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막상 도착해서 일몰을 보니 다리와 정말 너무도 잘 어울렸다. 웅장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해는 주변을 더욱 붉게 만들면서 천천히 저물어 갔다. 주변은 불에 타들어 가는 것처럼 색이 변했다. 


나와 스위스 친구는 이렇게 사진을 찍다가 다시 자리에 앉아 주변의 경치를 구경했다. 조용히 저물어가는 해처럼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풍경은 너무나 평화스러워 보였다. 200년이나 지난 이 다리는 굳건히 그대로 있었고, 여전히 사람들의 중요한 교통로였다. 관광객들은 그저 멀리서 이 평화스러운 풍경을 지켜만 볼뿐이었다. 


이제 해는 완전히 사라졌고, 관광객들은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황금빛으로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나와 스위스 친구들은 무거워진 엉덩이를 들어 올려야 했다. 


우리는 다리의 맨 마지막부분에 있었기 때문에 출발지로 돌아가는데는 꽤 오래 걸렸다. 다리 위를 걸으면서 아직도 여운이 남아있는 주변 사진을 찍기도 했다. 스위스 친구 중에 한 명이 가지고 있었던 카메라는 하이엔드 카메라인 파워샷이었는데 확실히 사진이 잘 나왔다. 덕분에 옆에 있는 친구가 이 사진들은 다 사기라는 얘기까지 했다. 

어두워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우리가 다리의 끝으로 돌아온 순간 이미 사방은 어두워진 상태였고, 제대로 앞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오토바이 아저씨는 왜 이렇게 늦게 왔냐는 표정으로 반갑게 손을 들었다. 바로 옆에 있던 어떤 아저씨도 손을 흔들었는데 바로 스위스 친구들의 택시 드라이버였다. 알고보니 내 오토바이 아저씨와 친구 사이였던 것이다. 

스위스 친구들은 골동품이나 다름 없는 푸른색 택시를 빌려 이동하고 있었고, 나는 혼자였기 때문에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가격은 둘 다 비슷비슷했다. 

이제 만달레이로 돌아가기로 했다. 스위스 친구들이 탄 택시는 우리 오토바이 앞에서 달리고 있었고, 우리는 그 꽁무니를 쫓아가듯 열심히 달렸다. 스위스 친구들이 나를 보며 다시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우리는 비포장 도로를 달리고 있었는데 이내 모래 사장처럼 부드러운 길 위로 달리고 있었다. 자동차는 괜찮았지만 오토바이라면 사정이 틀렸다. 

그 때 갑자기 오토바이는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나도 갑작스러운 사태에 내 눈 앞에서 보이던 것은 앞에서 달리던 스위스 친구들의 깜짝 놀라하는 표정밖에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모래 위를 달리던 오토바이는 제대로 달릴 수 없어서 넘어진 것이었다. 오토바이의 사이드 미러가 하나 박살이 난 상태였고, 나와 드라이버는 그대로 넘어졌다. 

아저씨는 오토바이보다도 먼저 나에게 "베리 쏘리" 라고 연신 미안해 했다. 영어를 못했던 이 아저씨는 계속해서 "베리 쏘리, 베리 쏘리" 라며 나를 부축해 줬다. 갑작스럽게 넘어져서 놀라긴 했지만 무릎쪽에 살짝 까진 것을 제외하면 크게 다치진 않았다. 나는 괜찮다고 하면서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탔는데 아저씨는 운전을 하면서 계속 "베리 쏘리" 라고 말을 했다. 

어둠을 헤치고 한참을 달리니 조금씩 흐릿한 불빛이 보였고 이내 오토바이와 자전거로 가득한 만달레이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때 스위스 친구들이 탄 택시를 따라잡게 되었는데 내가 넘어지는 장면을 봤기 때문에 괜찮냐는 말을 먼저 건냈다. 물론 우리는 달리는 도중에 말을 주고 받았다. 그렇게 말을 주고 받다가 어느순간 헤어졌다. 

숙소에 도착한 뒤 역시 아저씨는 나의 상태를 살피더니 다시 한 번 미안하다고 했다. 괜찮다고 해도 무척 미안하긴 한가 보다. 말이 거의 통하지는 않았지만 거친 얼굴에 비해서는 참 착한 사람이었다. 오토바이를 타다가 넘어지기는 했지만 모래바닥에 넘어졌고, 나도 크게 다치지는 않아서 괜찮다고 다시 말했다. 이 아저씨가 너무 미안해해서 그런지 우 베인 다리에서 본 일몰보다 오토바이에서 넘어진 사건이 더 기억나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