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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놀이터에서 본 10초 초상화

category 대한민국 구석구석 2010. 7. 27. 08:51
가끔 일요일 밤에 방영하는 '다큐 3일'을 언제부턴가 즐겨 시청하게 되었다. 원래 다큐멘터리도 관심이 있었긴 했지만 그것보다도 다큐 3일의 경우는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저절로 빠져들게 했다. 특히 홍대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기억에 남았다. 그저 좋아하는 것을 찾고, 남들을 신경쓰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는데 서울 사람이 아닌 나는 홍대의 독특한 문화,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요즘은 서울에서 지내고 있으니 홍대도 꽤 자주 가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주말에 그 다큐 3일의 이야기의 주무대였던 홍대 놀이터를 놀러갔다. 


홍대만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잡은 홍대 놀이터 주말 시장은 사실 매우 작은 공간인데도 불구하고 재미있었다. 사람들이 각자 자신이 만들어 온 물품을 팔고 있었는데 하나 하나 재미있는 물건들이었다. 배낭여행을 했던 나는 가끔 서울을 돌아다니면 내가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때가 많은데 홍대 놀이터가 딱 그런 느낌이었다. 

자연스럽게 이런 문화가 형성되었다는게 참 신기하기도 하고, 서울에도 이런 장소가 있다는게 재미있기만 하다. 


주말 시장을 보다가 뭐가 그렇게 신기한게 있는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대단한 상점이 있나 싶어서 가까이 가보았는데 더 재미있는게 있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닌 한 사람이 10초만에 초상화를 그려준다며 자리를 잡고 앉아 열심히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작은 깡통에는 10원초만에 그리니까 10원을 받겠다고 써있었는데 실제로는 깡통에 다양한 동전을 집어 넣고 있었다. 대신 지폐를 넣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정말 10초만에 그리지는 못했지만 한 사람을 그리는데는 약 30초 정도 걸렸을 정도로 매우 빠르게 그림을 그려나갔다. 사람들은 A4용지 속에 커다랗게 그려진 자신의 얼굴을 받아들고는 함박 웃음을 지었다. 그게 정말 자신과 닮았는지 아니면 전혀 다른 사람의 모습이 그려졌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홍대 놀이터의 반을 가로지를 정도로 10초 초상화의 인기는 무척 높았다. 


10초 초상화를 한번 살펴보면 뭔가 대충 그리는듯 하지만 정말 신기할 정도로 그 짧은 시간에 사람의 특징을 잡아서 그리고 있었다. 그림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건 보통 센스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냥 그림 그리는 모습만 봐도 무척 재미있었다. 


외국인들도 10초 초상화가 무척 신기했던지 관심있게 지켜봤다. 


10초 초상화 때문에 아무래도 관심도는 좀 덜했지만 옆자리에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다. 


이 좁은 홍대 놀이터에 3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넓은 공터는 주말 시장이 자리잡고 있었고, 초상화나 캐리커쳐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구석진 벤치에는 작은 무대로 감미로운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음악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이들이 "떡꼬치 사먹을 수 있게 팁은 꼭 넣어주고 가세요" 라고 말을 하며 부르던 노래는 나의 감성을 자극했다. '다큐 3일'에서도 홍대 놀이터에서 공연을 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지 이들의 음악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내 귀에는 진정으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처음 듣는 노래였지만 기분을 너무 좋게 만들어 줬다. 


세상 사람들은 어떻게 돈이 되지 않는 일을 왜 하냐고 말을 한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절대 이해 못하는 대답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이와 비슷하게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너도 살아야 되지 않겠냐며 권유를 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천하태평한 사람처럼 그냥 재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을 한다. 세상과 반대로 삶을 살고 싶다. 그건 다른 이유가 없다. 그냥 좋아서... 라고 하면 이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