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만에 돌아온 한국 그리고 대전이었는데 아직까지 나에겐 적응이 안 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시내버스였다. 시내버스는 내가 없는 동안 버스빼고 다 바뀌었다 싶을 정도로 노선이며 버스색깔이며 버스번호까지 전부 바뀌었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도 집 앞 주요 버스를 제외하고는 전혀 모른다.
항상 버스를 타고 새로운 곳을 가려고 할 때면 노선을 한참이나 들여다 보며 내가 갈 위치를 파악하는데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외국인이라면 쉽게 원하는 버스를 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대전시 시내버스는 가장 중요한 영문표기가 되어있지 않음은 물론이고, 버스 노선이 바뀌었다는 노선 안내도 역시 영문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이는 영어권 외국인뿐만 아니라 비영어권 외국인에게도 필요한 영문표기가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자와 영문을 동시에 표기해도 외국인에게는 낯설은게 사실이다. 홍콩에서 어떤 가이드북 하나 없이 여행을 했는데 그 때마다 버스의 영문표기를 보고 대충 올라탔다.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자에게는 답답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대전 시내버스는 아예 찾아 볼 수 없었다.
버스야 번호만 보이면 상관 없을 수도 있다. 꼭 한글과 영문을 전광판에 표시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버스 노선 안내도에도 없다는건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
대전에도 역시 외국인이 많이 살고 있다. 꼭 영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이 아니더라도 중국인, 인도인 등 다른 비영어권 국가의 사람도 자주 보게 된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과연 전부 한국어를 사용하고 한글을 읽을 수 있을까?
나의 이런 생각은 배낭여행을 하면서 만난 외국인 때문에 나오게 되었다. 만난 외국인마다 재밌게 놀다가 꼭 마지막에 자신은 한국이 꼭 오고 싶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한국에 꼭 놀러오라고 내가 가이드 해주겠다고 했지만 혹시라도 혼자 온다면 우리나라는 여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아마 가능은 하겠지만 쉽지는 않을것 같다.
이렇게 대전의 시내버스를 눈여겨 본 것은 내가 해외 여행을 할 때 영문표기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을 때 겪는 불편함을 직접 느꼈기 때문이었다. 해외여행을 많이 해본 것은 아니었으나 새로운 곳에 덩그라니 서있을 때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막막할 때 영문으로 표기가 된 것이 있다면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글보다 영문이 더 우수하다고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이는 기본적인 안내에 해당하는 것이다. 뜻을 모르더라도 영문으로 표기했을 때 최소한 외국인이 읽을 수는 있을테니까 말이다.
약 한 달전에 홍콩에 있을 때 정말 지도 한장만 들고 여행을 했다. 홍콩은 영문 표기가 아주 잘 된 곳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콩에서는 엄청 헤매였다. 오르막길이 있던 곳의 안내판을 보고 따라갔는데 어느 순간 안내판이 없어져서 당황하기도 했고, 버스를 탔는데 가는 방향을 몰라서 대충 영문만 보고 올라탄 적도 많았다.
아무쪼록 6대 광역시 중 하나인 대전이 이런 영문 표기에 신경을 좀 더 썼으면 한다. 대전의 슬로건인 It's Daejoen이 한국인을 대상으로만 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대전의 시내버스도 외국인이 쉽게 탈 수 있는 안내 서비스가 하루 빨리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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