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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만에 돌아온 한국 그리고 대전이었는데 아직까지 나에겐 적응이 안 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시내버스였다. 시내버스는 내가 없는 동안 버스빼고 다 바뀌었다 싶을 정도로 노선이며 버스색깔이며 버스번호까지 전부 바뀌었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도 집 앞 주요 버스를 제외하고는 전혀 모른다.

항상 버스를 타고 새로운 곳을 가려고 할 때면 노선을 한참이나 들여다 보며 내가 갈 위치를 파악하는데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외국인이라면 쉽게 원하는 버스를 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대전시 시내버스는 가장 중요한 영문표기가 되어있지 않음은 물론이고, 버스 노선이 바뀌었다는 노선 안내도 역시 영문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이는 영어권 외국인뿐만 아니라 비영어권 외국인에게도 필요한 영문표기가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1년 전 대전시의 시내버스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인데 버스번호와 주요지점이 LED로 바뀌었다는 점이었다. 단순한 번호판이 아니라 LED로 바뀌었기 때문에 번호나 한글을 입력이 가능할거라 생각 된다. 이 점은 내가 있었던 호주나 홍콩에서도 같은 방식이었다. 호주야 원래 영어권 국가이기 때문에 제외하더라도 홍콩은 분명히 버스에서 한자와 영문을 동시에 표기하고 있었다.

한자와 영문을 동시에 표기해도 외국인에게는 낯설은게 사실이다. 홍콩에서 어떤 가이드북 하나 없이 여행을 했는데 그 때마다 버스의 영문표기를 보고 대충 올라탔다.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자에게는 답답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대전 시내버스는 아예 찾아 볼 수 없었다.

버스야 번호만 보이면 상관 없을 수도 있다. 꼭 한글과 영문을 전광판에 표시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버스 노선 안내도에도 없다는건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


대전시가 버스 노선을 대대적으로 바꾸면서 각 정류장마다 붙여놓은 노선 안내도이다. 그 어디에도 영문을 찾아볼 수가 없다. 대전을 여행하는 외국인이 없기 때문에 표기를 안 할 수도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말하기엔 너무 대전 스스로 매력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태어날 때부터 대전에 살았던 나도 너무 많이 바뀐 버스 노선때문에 이 노선도를 보고 버스를 타는데 아직은 익숙치 않은데 전에는 노선도를 잘못봐서 한참을 기다린적도 있었다.


조금 큰 정류장에 붙어있는 다른 노선도이지만 이 곳에도 역시 영문은 표기 되어있지 않다. 왜 이렇게 영문 표기를 고집하는지는 배낭여행을 해보면 알게 된다. 아니 배낭여행이 아니더라도 해외에 나가서 영어권 국가 아닌 곳이라면 내가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모를 때의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대전에도 역시 외국인이 많이 살고 있다. 꼭 영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이 아니더라도 중국인, 인도인 등 다른 비영어권 국가의 사람도 자주 보게 된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과연 전부 한국어를 사용하고 한글을 읽을 수 있을까?

나의 이런 생각은 배낭여행을 하면서 만난 외국인 때문에 나오게 되었다. 만난 외국인마다 재밌게 놀다가 꼭 마지막에 자신은 한국이 꼭 오고 싶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한국에 꼭 놀러오라고 내가 가이드 해주겠다고 했지만 혹시라도 혼자 온다면 우리나라는 여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아마 가능은 하겠지만 쉽지는 않을것 같다.


내가 알기로는 대전 버스가 전국에서 가장 시스템이 좋다고 알고 있다. 버스 추적시스템은 물론이고, 안내방송, 그리고 배차 시간을 알려주는 안내 시스템 역시 가장 먼저 도입되었다고 들었다. 대전시의 버스 안내 시스템이지만 역시 영문 표기는 없었다.


혹시라도 버스에 올라탔다고 해도 외국인은 안심할 수가 없다. 서양의 경우는 Street의 개념이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어디서 내려야할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안내방송에 귀를 기울여 보지만 알 수 없는 한국말만 나올 뿐이다. 다른 지역에서 버스까지 영어로 안내하는지 궁금하다. 대전은 지하철에서는 영어 안내방송이 있지만 버스에서는 안내방송이 없다. 대전의 경우는 앞에 LED 전광판이 있지만 한글로만 나온다.


다행히 버스 안에는 노선 안내도가 있다. 바뀐 노선 때문인지 아니면 새롭게 버스 시스템을 바꾼 뒤로 편리성을 위해 붙여 놓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버스 안에 3~4개씩은 붙어 있다. 그런데 외국인은 여기에서도 도움을 얻을 수가 없었다. 여전히 영문을 병행 표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내려서 그나마 잘 갖춰졌을거라 생각되는 지하철을 이용해 보았다. 대전의 지하철은 비록 1호선 밖에 없지만 대전역이라든지 시청은 갈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지하철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역 주변 지도인데 이 곳에도 한글로만 표기가 되어있었다. 지하철 밖에도 간간히 주변 안내 지도가 있지만 영문과 같이 표기된 곳은 없었다. 기본적으로 중요한 역이름이라든지 건물은 영문도 같이 표기해야 하지 않을까?


확실히 지하철은 외국인이 타기 쉬워보였다. 역마다 역무원이 있고, 안내방송 및 영문표기가 눈에 띄게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짝 아쉬운건 여전했다.

이렇게 대전의 시내버스를 눈여겨 본 것은 내가 해외 여행을 할 때 영문표기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을 때 겪는 불편함을 직접 느꼈기 때문이었다. 해외여행을 많이 해본 것은 아니었으나 새로운 곳에 덩그라니 서있을 때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막막할 때 영문으로 표기가 된 것이 있다면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글보다 영문이 더 우수하다고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이는 기본적인 안내에 해당하는 것이다. 뜻을 모르더라도 영문으로 표기했을 때 최소한 외국인이 읽을 수는 있을테니까 말이다.

약 한 달전에 홍콩에 있을 때 정말 지도 한장만 들고 여행을 했다. 홍콩은 영문 표기가 아주 잘 된 곳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콩에서는 엄청 헤매였다. 오르막길이 있던 곳의 안내판을 보고 따라갔는데 어느 순간 안내판이 없어져서 당황하기도 했고, 버스를 탔는데 가는 방향을 몰라서 대충 영문만 보고 올라탄 적도 많았다.


내가 홍콩의 이곳 저곳을 여행할 수 있었던 것은 버스와 트램 그리고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최소한의 안내도구인 영문으로 씌여있었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곳곳에 안내 표지판도 영문으로 써있었다. 홍콩이야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나에겐 생각보다 홍콩은 영어가 쉽지 않았던 곳이었다.


버스 정류장에는 어떤 버스가 이 곳에서 정차하는지 그리고 노선 안내도가 꼭 있었는데 물론 영문으로도 써있었다. 이걸 보고도 이상한 버스에 오르던가 아니면 대충 아무거나 타자라는 생각으로 올라탄 적이 많았는데 만약 이마저도 없었다면 내가 어떻게 버스에 탈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쪼록 6대 광역시 중 하나인 대전이 이런 영문 표기에 신경을 좀 더 썼으면 한다. 대전의 슬로건인 It's Daejoen이 한국인을 대상으로만 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대전의 시내버스도 외국인이 쉽게 탈 수 있는 안내 서비스가 하루 빨리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