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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로드로 돌아가기 전에 왕궁을 보기 위해 잠깐 들른 곳이 사남루앙이다. 왕실의 공원이지만 실제로는 방콕 시민들의 휴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낮에는 이곳에서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많으니 주의를 해야 한다. 비둘기 모이를 줘보라고 하면서 나중에는 돈을 내라고 하거나 왕궁은 문을 닫았으니 보트 투어를 하는 게 어떠냐는 등의 익히 알려진 사기 수법은 전부 사남루앙 주변에서 벌어진다.


주변에는 잔디밭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저녁이라 그런지 무척 한산했다. 무지하게 덥던 방콕의 기온은 저녁이 되자 차츰 내려갔고, 후덥지근한 공기도 시원한 바람과 함께 물러갔다. 덥지 않으니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왕궁이 정면에서 보이기 때문에 그럴듯한 야경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당연히 나는 삼각대를 가지고 있지 않아 야경을 제대로 찍을 수 없었다. 보통 때라면 어떤 물건 위에 올려놓고 사진을 찍으면 되는데 여기는 공원이라 그런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그냥 바닥에 가방을 놓고 그 위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찍었다.


어둠이 내려왔을 때 노란빛을 내는 왕궁의 야경이 눈에 들어왔다. 제법 괜찮은 야경이다. 이전에도 방콕에서 왕궁 야경을 봤던 적이 있던가. 아니, 그것보다 왕궁부터 먼저 가봐야 했나. 여태껏 방콕의 필수 관광지인 왕궁을 한 번도 안 가보다니.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번에도 왕궁은 과감히 패스했다.


그렇게 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때웠다. 어차피 방콕에 온 이유도 별거 없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