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의 주말은 지루하다 주말이되자 상민이와 현석이는 또 낚시하러 떠났다. 나와 승이는 낚시가 그렇게 좋은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긴 농장에서만 계속있으면 답답하기만 할테니 차라리 나가서 바람쐬는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팜스테이 즉 농장에서 제공해주는 숙소에서 머물기는 했지만 일반적인 팜스테이는 아니었고 공터에 있었던 캐러반(캠핑카)을 이용하는 형태였다. 우리에게 주어진 캐러반은 딱 하나였기 때문에 그 옆에다가 텐트를 치고 생활했던 것이다. 항상 금요일 일이 끝나면 튜뭇에 가서 일주일치 장을 보는게 가장 큰 일과였다. 그리고는 고기와 함께 술을 마시거나 쉬는게 전부였다. 노트북을 가지고 있어서 항상 무언가를 보기는 했지만 영화, 드라마, 심지어 다큐멘터리까지 다 보니 나중에는 볼만한게 남아있지 않았다. 현석이와.. 지난 여행기/대책없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14년 전
나에겐 쉽지 않았던 사과 피킹 사과 농장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일을 너무 못했었다. 뭐든 일을 잘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사과 피킹만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포도 피킹과는 다르게 사과는 높은 나무에 매달려있기 때문에 사다리를 타고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하는데 이게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고된 작업이었다. 또 사다리에 올라 사과를 딴 후 목에 매달은 캥거루백에 집어넣고 난 후 아래로 내려와 커다란 빈에 담는 것인데 이 빈의 크기가 장난 아니었다. 이래서 사과나무가 작으면 작을수록 좋다고 하는 거였구나! 초반에는 일을 잘 못해도 그러려니 하면서 일을 하곤 했는데 더 큰 문제는 일이 꾸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분명 농장 규모도 커서 나쁘지 않았고, 임금도 시급으로 하면 18.5불로 상당히 높았지만 주.. 지난 여행기/대책없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14년 전
뉴질랜드 친구들에게 응원 메세지 좀 달라고 했더니 지난 1년동안 해외에 있으면서 내가 틈틈히 했던 일은 캠코더로 응원의 메세지를 담는 일이었다. 몇 달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헤어지는 순간에 캠코더를 들이 밀기도 했고, 때로는 만난지 1시간만에 응원의 메세지 좀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농장에서 지낼 때 키위(뉴질랜드인을 가리켜 키위라고 부르고 호주인을 가리켜 오지라고 부른다)들과 지냈는데 내가 캠코더를 가지고 한 번 응원의 메세지 좀 달라니까 술 먹고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너무 웃겼는데 중요한건 윌리와 데이브 둘다 이 영상을 나중에 보여주니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그랬다. 그 둘은 이 영상을 보며 한참동안이나 웃어댔다. 지난 여행기/대책없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14년 전
배틀로에서 사과 피킹 시작 다행히 배틀로 지역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찾아갔던 농장에서 일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얼른 달려가 각 종 서류를 작성하는 것으로 농장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호주에서는 원칙적으로 일을 하려면 세금신고서를 꼭 작성해야 했는데 이런 것들 외에도 농장에서 요구하는 기본적인 정보를 작성하다보니 시간은 훌쩍 갔다. 그리고 보스였던 수는 우리에게 이것 저것 질문을 해보고 기본적인 영어는 된다는 판단하에 'not too bad'라고 적어놨다. 첫 날 일을 끝내고 곧바로 배틀로 캐러반 파크에 가서 한국인에게 텐트를 구입했다. 무려 8인용짜리 텐트였는데 중고로 100불에 구입을 했다. 솔직히 좀 비싸다고 생각되긴 했지만 당장 잘 곳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구입했다. 다시 농장으로 돌아와 우리의 .. 지난 여행기/대책없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14년 전
농장 찾아 1000킬로미터 골드코스트에 지내던 날도 끝내고 드디어 농장으로 향하는 날이 밝았다. 아침이 왔지만 여전히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던 우리의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떠난다는 마음에 마냥 들뜨던 순간이었다. 우리의 차는 포드 팔콘 웨건형이었기 때문에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무척 넓었다. 하지만 우리 4명의 짐 뿐만 아니라 전날 샀던 각종 식재료들(간장, 고추장, 된장 등)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 가짐으로 출발했다. 가지고 있는 돈은 4명이 모아도 300불정도 밖에 되지 않았기에 일주일 이내로 승부를 봐야했다. 우리의 예상 루트는 뉴사우스웨일즈를 지나 빅토리아쪽으로 내려가면서 어디엔가 있을 농장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순전히 책과 지도만 가지고 새로운 곳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좀 너무 대책이 없었나? .. 지난 여행기/대책없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14년 전
호주 농장생활 이동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로빈베일에서 정착하나 싶었던 것도 잠시 여기서부터 새로운 위기가 찾아왔다. 원래 세인트조지부터 로빈베일까지 내려온 이유는 이 곳 포도농장에서 확실하게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왔는데 막상 찾아가보니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듣게 되었다. 그 곳 중간보스는 우리에게 아무리 빨라도 3주 뒤에 일을 할 수 있을거라는 말을 했다. 다음 날 농장주를 직접 만나서 이 곳에서 일하는 인도인에게 듣고 우리는 내려온 거라고 했지만 역시나 시기가 너무 빠르다는 말을 듣기만 했다. 우리는 그 인도녀석때문에 10명이나 되는 사람이 세인트조지에서 포도따다가 내려왔다고 했지만 보스는 우리에게 뼈있는 충고를 해주었다. "다음부터는 그런 일이 있으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믿지 말고, 꼭 농장주인과 직접 얘기해서 확실하게 하는게 좋을.. 지난 여행기/대책없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14년 전
20시간동안 이동해 도착한 로빈베일 떠나기로 결심하니 이동하게 되는 것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사실 세인트조지에서 다른 일을 알아보기로 했었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 일을 소개시켜준다던 호주인은 항상 만취상태였는데 여차저차 알아보니 결국 제대로된 정보가 아니었던 것이었다. 이제 세인트조지에는 미련이 없다고 생각되어 농장에 찾아가 일을 그만둔다고 하고, 각종 서류를 받아가지고 왔다. 다음 날 떠나기로 한 목적지는 빅토리아주의 로빈베일이라는 곳이었다. 이 곳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는채 떠나게 되었다. '에라~ 뭐 잘 되겠지. 혹시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가지고 있는 돈은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이번에도 무작정 가게 되었던 것까지는 좋았는데 우리의 짐이 문제가 되었다. 흔쾌히 우리를 같이 갈 수 있다고 했던 정용이형의 차는 대우 누비라였는.. 지난 여행기/대책없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14년 전
새로운 포도농장으로 이동해 볼까? 모험은 본래 예측하지 못한 때 일어난다고 했던가. 내가 있었던 포도농장은 무척 컸지만 당시 포도의 상태가 무척 좋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런지 하루 하루 포도를 피킹하는데 그 양이 점점 적어졌고, 자연적으로 임금이 줄어들게 되었다. 이 곳 시스템이 기본 시급 + 포도 박스 갯수로 정해져 있었고, 그 가격도 매일 매일 변했었다. 어떤 한 주 동안에는 아무리 많이 포도를 따려고 해도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 계속 가위로 잘라내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적으로 포도를 피킹하는 양이 무척 적어졌고, 하루에 20박스도 못 만든적도 있었다. 당연히 돈이 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같은 캐러반파크에 있었던 형들은 돈이 되지 않는다며 다른 곳으로 이동하겠다는 얘기도 오고 갔다. 사실 포도가 너무 좋지 않아 일을 하면서 .. 지난 여행기/대책없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14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