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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코의 밤은 많이 어두워 보였다. 도로에는 지나다니는 차량도 별로 없었고, 사람도 별로 없었는데다가 그저 어두운 노란빛의 가로등이 주변을 밝히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냥 고쿠라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왔던 것이라 특별히 여기에서 뭘 봐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어떤 곳인지 살펴보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역 주변에는 작은 상점들이나 카페같은 곳이 몇 군데 보였는데 배가 고파서 그런지 아무데나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가게를 지나칠 때는 외국인이 영업하는 가게인지 여러 장의 사진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방송에 출연했는지 팔씨름하는 모습도 있었는데 막상 가게 안을 들여다보니 그 주인공은 보이지 않아 들어가지는 않았다. 

조금 걷다보니 내가 중심부에서 더 멀어지는 느낌을 받아 지도를 다시 살펴보니 반대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쩐지 주변은 건물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었고, 멀리 철로가 보이는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작은 동네로만 생각했던 모지코는 생각보다 분위기있어 보이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늦은 밤이라 항구에 정박해 둥실둥실 떠있는 배도 보였고, 바다 건너에는 다른 도시가 있는듯 멀리서 야경을 뿌리고 있었다. 아마 모지코에서 배를 타면 저쪽으로 건너갈 수 있을듯 보였다. 


너무 조용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사람이 보이지 않았던 모지코에 드디어 중심부에 도달했는지 꽤 밝은 불빛과 함께 쇼핑센터가 보였다. 옆에는 커다란 레스토랑도 보였던 것 같다. 우선 허기진 배부터 채워야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천천히 동네를 둘러보면서 식당을 찾아보기로 했다. 


요란한 소리를 내는 곳을 보니 엄청나게 화려한 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딱 보기에도 어린 친구로 보였는데 자신의 차량을 튜닝했는지 온갖 형광색으로 가득했다. 자신의 차를 세워놓고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옆에 있었던 예쁘장한 여자친구는 그런 남자친구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확실히 이 차가 주목을 끌기는 했는지 옆에 있던 어떤 할머니는 DSLR카메라를 조심스럽게 꺼내 사진도 찍고 여자친구에게 뭐라고 말을 걸기도 했다. 


모지코에는 오래된 건물이 많다고 들었는데 이 건물도 그런가 보다. 


쇼핑센터 앞의 분위기는 분위기가 무척 좋았다. 바로 옆에는 바다가 차지하고 있었고, 그 오른쪽으로는 길게 건물이 늘어서 있었다. 특별히 크리스마스 장식이 많지 않았음에도 잔잔한 음악이 흘러서 그런지 거리를 걷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심심한데 쇼핑센터나 들어가봤다. 


지역의 특산물을 파는듯 보였는데 유난히 바나나빵이 많이 보였다. 바나나 모양을 한 과자, 빵, 심지어 열쇠고리나 인형과 같은 제품까지 다양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모지코는 무역항이라 바나나가 특산물이었다고 한다. 보기만 해도 신기하고 재미있는 바나나 제품들이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부는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기념품들이 많았다. 간단한 기념품이라도 살까 생각도 해봤지만 역시 가격표를 보고는 마음을 접었다. 


배가 너무 고파서 바나나빵이라도 사먹으려고 보다가 마침 눈에 띄었던 것이 모찌였다. 모지코에서 먹는 모찌는 과연 어떤 맛일까?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아가씨에게 가격을 물어보니 하나에 230엔이라고 했다. 

"오이시?(맛있나요?)"

할 줄 아는 일본어라고는 몇 개 없었던 내가 대뜸 일본어로 물어봤다. 그랬더니 걱정말라며 아주 맛있다고 극찬을 했다. 하긴 이런 상황에서 맛없다고 할 점원이 얼마나 있겠냐만은 그 말을 믿고 하나를 구입했다. 고작해야 하나를 샀는데도 이중으로 열심히 포장을 해줬다. 


밖으로 나가보니 마침 테이블이 있길래 앉아 모찌를 먹어봤다. 겉은 평소에 내가 먹어봤던 그 모찌가 맞는데 안에는 바나나맛 생크림이 들어있었다. 역시 이 모찌도 바나나맛이었던 것이다. 평을 하자면 겉은 쫄깃쫄깃하면서도 안에는 부드러운 바나나맛 크림이 꽤 절묘했다. 다만 일반 모찌보다는 좀 달아서 여러 개 먹기는 힘들어 보이긴 했다. 

모찌를 하나 먹고나서 곧바로 허기를 채우러 스시를 먹으러 어느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가격이 조금 비싸기는 했지만 상당히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스시를 평소에 맛있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는데 역시 음식은 본고장을 가야 하는 것인가?


저녁을 먹은 뒤 천천히 모지코역으로 걸었다. 언제 고쿠라로 가는 열차가 끊기는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정확한 시간도 알아보지 않고 다른 지역에서 돌아다니는 것은 역시 불안한 일이었다. 

모지코역에 거의 도착을 했을 때 어떤 여자가 나를 보더니 인사를 했는데 순간 깜짝 놀랐다. 누군지 한참 생각하니 아까 모지코역에 도착했을 때 나를 보며 환하게 인사했던 모지코역의 직원이 기억났다. 퇴근하던 도중에 외국인이었던 나를 기억해서 인사를 했나보다. 


밤이라서 그런지 점점 추워졌다. 노란 불빛으로 가득했던 모지코는 여전히 사람이 거의 없어서 더 춥게 느껴졌다. 이렇게 사람이 없으니 고쿠라로 가는 열차가 금방 끊기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모지코에서 오래 머물지 못해서 아쉬움은 남았지만 다시 보통열차를 타고 고쿠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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