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태국이 너무 친근해서 그런 것일까? 아직 여행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긴장의 끈이 풀어진 느낌이었다. 마치 한국에 돌아온 것처럼 느긋하게 방바닥에서 자다가 일어나 빨래를 맡기고, 배가 고프니 밥을 먹으러 나갔다. 태국에 도착한 순간부터는 이미 여행자의 마음가짐이 아니었다.
아침으로 국수를 먹고나니 할일이 없다.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겠다. 우선 인터넷카페에 가서 1시간정도 인터넷을 하다가 그것도 별로 재미가 없어서 카오산로드의 메인거리로 돌아와서는 아이스커피를 한잔 마셨다.
다음날 공항으로 가는 비니밴 티켓을 예약하고, 숙소로 돌아와 쉬다가 다시 배가 고프면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원래는 오랜만에 한식을 먹어볼까 생각했는데 남은 태국돈이 별로 없어서 그냥 40밧짜리 새우볶음밥을 먹었다.
그래도 출렁이는 강을 바라보며 편안한 마음이 생겼다. 사람들이 널부러진 모습도 편안해 보였고, 새들의 지저귐까지도 새롭게 들렸다. 누구도 여기에서는 바쁘게 움직이라고 재촉하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와서 쉬다가 저녁이 되자 또 배가 고파서 밖으로 나갔다. 여전히 변함없이 시끄럽고 화려한 카오산로드를 걸으면서 구경을 하다 혼자 맥주를 마셨다. 어쩐 일인지 혼자 맥주를 마셔도 이제는 친구가 생기지 않았다. 맥주 한 병을 마시고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카오산로드에 오면 늘 새로운 뭔가 보였다. 작년에는 고무줄을 이용해서 하늘을 날리는 프로펠러가 보이더니 이번에는 날아다니는 나비가 나타났다. 사람들은 부단히 여행자들의 관심을 끌려고 하늘을 향해 쏘아대고, 날리고 있었다.
밤은 더욱 깊어졌지만 마땅히 할게 없었던 나로써는 그저그런 평범한 밤이 되고야 말았다. 카오산로드의 밤을 다시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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