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추운 껄로의 새벽에 일어났을 때 내 몸은 땀으로 살짝 젖은 상태였고, 여전히 머리와 몸이 무거웠던 상태였다. 10시간 동안 잠이 들었는데도 몸이 정상이 아닌 것을 보면 확실히 아픈 것은 분명해 보였다. 새벽 6시였지만 무거워진 몸을 겨우 일으켜 세웠고, 버스표을 구매하러 밖으로 나갔다. 전날 숙소에서 버스표을 구매할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다음날 아침 6시부터 껄로의 중심부에 가면 구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몸은 무지하게 아픈 상태였지만 빨리 인레호수로 가고 싶었다.
쌀쌀한 미얀마의 날씨가 나를 덮쳐왔다. 몸은 사르르 떨리는데 아파서 내 정신은 혼미해진 상태였으니 걷는 것도 비틀거렸다. 껄로는 매우 작은 마을이라 중심부까지도 몇 분도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인데도 멀게만 느껴졌다. 그나마 조금 다행이었던 점은 10시간 동안 잠을 자고 일어나서 그런지 몸은 아주 조금 나아진 듯 했다.
나는 숙소로 돌아와 대강 씻고 체크아웃을 했다. 그런데 이틀을 묵은 나에게 10달러만 달라고 했는데 아마도 내가 새벽에 도착했기 때문에 첫날의 숙박비를 4달러만 계산을 했나 보다. 배낭을 메고 밖으로 나왔다. 아깝게도 휴게소에서 샀던 과자는 아파서 거의 먹지도 못한 채로 버리고 나왔다.
드디어 버스는 출발했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안에서 보는 것이 훨씬 낡아 보였다. 다행스럽게도 버스는 탑승자가 초과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다만 이 버스에도 외국인이라고는 나 혼자뿐이었다. 낡고 낡은 버스는 껄로를 벗어나 산 굽이굽이에 흘러다니는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살짝 졸다가 깼는데 버스 아저씨는 여기가 쉔냥이라고 내리라고 했다. 껄로에서 약 2시간 걸려 도착한 곳이었다. 이번에도 쉔냥에서 내리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다. 참 이상했다.
배낭을 메고 덩그러니 혼자 내렸는데 순식간에 삐끼들이 몰려왔다. 자신의 택시를 타라고 아우성이었는데 내 주위에는 5명이 넘는 삐끼들이 에워싸고 있었던 것이었다.
"오케이, 알았다고요. 근데 나한테 중요한건 가격인데 대체 인레호수까지 얼마예요?"
"5000짯!"
"쩨지대(비싸요)"
무의식적으로 내뱉어버린 말에 나를 에워싸고 있는 아저씨들은 크게 웃었다. 신기하게 나를 쳐다보는 것도 잠시 이내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봐, 인레호수(낭쉐)까지는 무려 12km라고. 절대 비싼 가격이 아니지."
그래도 난 말도 안 된다는 소리라며 4500짯에도 4000짯에도 절대 타지 않겠다고 했다. 결국 택시가 아닌 오토바이 아저씨가 2000짯으로 태워주겠다는 말에 알겠다고 했다. 어차피 택시타고 가나 오토바이를 타고 가나 나에겐 별 차이가 없었다.
오토바이 아저씨는 내 배낭을 뺏어가다시피 가지고 간 뒤 자신의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낭쉐까지 12km라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듯 한참을 달렸다. 잠시 후 낭쉐에 도착했는데 입구에서 인레호수의 입장료 3달러를 냈다.
낭쉐에 도착해서 아저씨의 소개로 도착한 숙소는 브라이트 호텔이었다. 중국인계통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숙소인 듯 보였는데 가격은 7달러였다. 근데 7달러치고는 방이 별로였다.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몸이 너무 안 좋아서 그냥 체크인을 했다. 그리고는 침대에 누워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2~3시간 잠을 잔 뒤 일어났는데 여전히 몸은 좋지 않았다. 카운터로 가서 개인정보를 기록하는데 내 바로 위에 매우 익숙한 이름들이 보였다. 바로 이탈리안 커플이었던 마시모와 바라밤이었다. 너무 깜짝 놀라서 주인 아주머니에게 이 친구들은 지금 어디있냐고 물어보니 인레호수 투어를 갔다고 한다. 내 친구들이라고 나중에 돌아오면 얘기해 달라고 했다.
근데 이 호텔의 아주머니는 매우 퉁명스러웠다. 인레호수를 가는 방법을 물어봐도 자전거를 어디서 빌리냐고 물어봐도 대강 대답해 줄 뿐이었다. 그냥 여행객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호텔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냥 걷기로 했다.
낭쉐는 인레호수를 보기 위해 머무는 거점도시의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 유명세에 비해서는 도시의 규모는 매우 작았다. 물론 껄로처럼 손바닥만한 마을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걸어다니지 못할 그런 동네는 아니었던 것이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어느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국수를 하나 주문하고, 너무 더워서 콜라도 달라고 했다. 몸이 안 좋아서 그런지 입맛도 없었다. 맛이 없었는지 아니면 입맛이 없어서인지 다 먹지도 못했다. 레스토랑에서 밥 먹는 사람도 나 혼자뿐이었다. 왜 이리 쓸쓸한거지?
숙소로 돌아와 나는 또 다시 침대 위에서 뻗었다. 그렇게 잠을 많이 잤는데도 몸이 너무 무거워져서 저절로 쓰러진 것이다. 얼마나 잤을까? 잠시 후 문을 쾅쾅쾅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꿈인줄 알았다.
"야니~ 야니~"
(내 영어 이름은 야니었다)
누군가 나를 부르면서 문을 계속 두드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