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만달레이 힐 근처에는 뭔가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가이드북을 살펴봤는데 놀랍게도 만달레이에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책이 있다고 한다. 설명을 보면 여기는 꼭 가야할 것 같아서 그쪽 방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내가 처음 도착한 곳은 목적지였던 꾸도더 파고다가 아닌 어느 사원이었다. 이제는 사원이라면 질릴 정도였는데 그래도 찬찬히 살펴봤다.
꽤 넓은 곳이었는데 너무도 조용했다. 사원 내부에는 빗자루를 들고 마당을 쓸고 있었던 아주머니만 한 분이 계실뿐 다른 사람들의 모습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엄숙한 분위기가 감돌던 곳이었다. 어디서 나무를 태우는지 그윽한 연기만 휘날렸다.
차욱타지 파고다의 맞은편으로 건너가니 좁은 공터에서 축구를 하고 있던 승려들을 볼 수 있었다. 여행을 하다가 가끔 미얀마 사람들이 좁은 골목에서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긴치마와 같은 그들의 옷을 저렇게 둘둘 말아서 반바지 형태로 만들고 뛰어 다닌다.
축구하는 공터의 맞은편에는 한 눈에 봐도 뭔가 신비한 장소일 것 같은 하얀색 불탑들이 보였다. 이곳이라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책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했다. 이제는 아주 자연스럽게 신발을 벗어들고 맨발로 파고다 안으로 들어갔다.
짧은 말동무를 하던 스님과 헤어진 후 나는 다시 걸어갔다. 이번에는 사이까(인력거) 아저씨들이 나를 부르면서 타라고 손을 흔든다. 마음이 불편할 것 같은 사이까를 타고 싶은 생각도 없긴 했지만 그냥 걷고 싶었다. 어디로 가냐는 그들의 물음에 나는 손바닥을 들어 올리며 "No money"라고 말을 했다. 그랬더니 사이까 아저씨들은 내 대답이 웃겼는지 아니면 땡볕에서 열심히 걸어다니는 정말 돈 없는 여행자의 모습을 발견했는지 마구 웃었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책이 있는 꾸도더 파고다는 1857년 민돈왕에 의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규모는 어찌나 큰지 흰색 파고다가 사방에 펼쳐져 있는데 대리석에 적힌 뜨리삐따까(불교경전)가 729개나 된다고 한다. 이는 한 사람이 쉬지 않고 경전을 읽는다면 500일이 걸리는 양이라고 한다. 원래는 이 경전도 금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도난의 위험때문에 대리석에 새긴 것이라고 한다.
꾸도더 파고다를 한 바퀴 둘러본 뒤 나는 아까 만난 아저씨의 가족들에게 인사를 나눈 뒤 밖으로 나왔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책을 둘러보기엔 너무 덥고 지친 상태였다. 하긴 책을 열심히 살펴본다 하더라도 내겐 무슨 말인지 모르는 똑같은 대리석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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