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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사원을 보고 나온 뒤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했다. 그런데 시골 마을길을 따라 이동하던 오토바이는 이내 마을의 어느 집으로 들어갔고, 여기에서 멈춰섰다. 갑작스럽게 멈춰서서 무슨 영문인지 몰라하는 나에게 오토바이 아저씨는 "런치 런치"라고 말을 했다. 

시골 마을의 어느 집 마루에 앉아 설명을 들으니 이 곳이 오토바이 아저씨의 집이었던 것이다. 너무 갑작스럽게 점심을 먹게되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고, 무엇보다도 여기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해서 좀 놀랐다. 애초에 식당에서 먹을 예정이었고, 보통 이런 경우 나는 드라이버의 식사 비용도 낼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이 아저씨는 밖에서 먹는 비용이 부담스러웠는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길거리 노점의 음식을 맛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음식을 경험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아저씨는 만달레이에서 지냈기 때문에 아마 이 집은 부모님을 비롯한 다른 가족들이 지내는 곳으로 보였다. 도시와는 상당히 떨어진 시골 마을이었기 때문에 집의 형태는 거의 대부분 나무로 이루어져 있었고, 각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마루가 있었다. 흡사 우리의 시골집과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였다. 마루에 올라간 뒤 드라이버 아저씨는 가족들에게 내가 한국인 관광객이라고 소개시켜줬다. 


가족들은 나에게 식사를 하라며 점심을 차려주셨는데 나는 밥을 적게 덜은 뒤에 반찬을 바라봤다. 음... 이걸 어떻게 먹어야할지 망설여지던 순간이었다. 내 앞에 있던 아저씨는 손으로 고기덩어리와 밥을 집어 먹으며 나도 얼른 먹으라고 했다. 나에게 대접해주는 점심인데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식어있던 고기덩어리를 하나 집어 먹었다. 비계덩어리여서 그런지 먹기는 쉽지 않았다. 물을 주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생수가 아닌 물을 먹으면 좋지 않을거 같다고 하니 중국차라를 따로 꺼내서 줬다.

사실 미얀마 음식이 나에게 친숙했던 것도 아니고 더구나 이런 현지인의 집에 가서 먹는다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식당에서 먹은 음식들도 맛이 없었던 적이 많았을 정도로 미얀마 음식은 여태까지 여행했던 나라들 중에서 가장 별로였는데 하물며 현지인과 같이하는 식사가 입에 맞을리 없었다. 반찬의 경우는 내가 먹을만한 것은 별로 없어 거의 밥만 억지로 밀어 넣었다. 만약 외국인이 우리나라 처음 시골집에 갔는데 묵은지에 청국장을 준다면 맛있게 먹기란 힘들 것이다. 딱 내가 그런 상황이었다. 

 
밥을 먹고 난 후에 나를 위해서인지 몰라도 바나나빵을 가지고 왔다. 바나나빵은 겉은 살짝 바삭했고, 안에는 카스테라처럼 부드러웠다. 그 안에는 실제 바나나가 들어있었는데 바나나빵은 정말 맛있었다. 바나나빵이 너무 맛있다고 칭찬하자 너무 좋아했다. 그리고 미얀마 사람들이 항상 마시던 차 러펫예도 마셨다. 

내가 이 차는 러펫예냐고 물어보니 무척 좋아했는데 아마 내가 미얀마에 대해 이것저것 관심이 많다고 생각한 것 같다. 짤막한 대화가 오고 갔는데 참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건 미얀마 사람들에게도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정'을 쉽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