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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새벽까지 술을 마셨더니 아침에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일어나기 힘들었는데 몸을 뒤치닥거리다가 겨우 일어나 씻고, 체크 아웃을 했다. 그리고는 배낭을 카운터에 맡긴 후에 나가려고 했는데 주인 할아버지가 어디로 가냐고 물어봤다. 나는 미얀마 대사관을 가려고 한다니까 할아버지는 택시를 타지 말고 수상버스를 이용하면 더 빠를 것이라고 지도를 보여주면서 친절히 설명해줬다. 인터넷에 알려진 정보는 카오산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라고 써있었는데 나는 수상버스를 타는 방법을 선택했다.

자신의 일처럼 일일히 설명을 해주었던 할아버지께 감사하다고 한 뒤 게스트하우스의 대문을 열고 나왔다.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은 정말 태국의 정겨운 골목을 연상시키는 곳으로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이 곳도 역시 외국인들이 지나다니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현지인들이 살고 있었던 공간이라는 점이 매우 독특했다.


수상버스를 타기 위해 찾아간 Phra Athit Pier는 매우 가까웠다.


나는 13밧짜리 수상버스를 타고 미얀마 대사관을 가기 위해 탁신Tak sin까지 갔다.


방콕에서 수상버스를 처음 타보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그렇다고 자주 타고 다녔던 것도 아니었다. 목적은 미얀마 대사관에 얼른 가서 비자를 신청하는 것이었지만 이렇게 수상버스를 타고 관람하는 방콕의 경치는 나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주었다.


13밧짜리 수상버스는 유난히 시끄러웠다. 모터소리는 그렇다쳐도 뒤에서 신호로 주고 받는 호루라기 소리를 정기적으로 들어야 했다. 수상버스 뒤쪽에는 밧줄을 들고 있는 사람이 한 명이 있는데 이 사람이 호루라기를 어떻게 부는지에 따라서 수상버스는 앞으로 혹은 뒤로 움직이면서 주차를 했다.


강을 따라 보이는 방콕의 모습은 그 자체로 그림이었다. 나는 똑딱이로 사진을 찍으면서 나의 카메라 성능에 무척 아쉬움을 느꼈다. 이 여행을 준비할 때 내가 정말 구입하고 싶었던 것은 카메라였는데 포기했다. 좋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보다 여행을 떠나는게 나한테는 훨씬 이득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방콕에 자주 오기는 했지만 사실 나는 방콕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 한다. 그 흔한 관광코스인 왕궁도 못 가보고, 주요 관광지가 어디인지도 자세히 모른다. 그냥 수상버스를 타고 방콕을 구경했던 것 뿐이었다.


멀리는 3년 전에 가보았던 왓아룬이 보였다. 왓아룬은 태국 10밧 동전에 그려져있는 사원인데 사실 당시에 비가 너무 많이 쏟아져서 입장료만 내고 구경은 하나도 못한채 돌아왔던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꽤 오랫동안 배를 타고 탁신까지 갔다.


탁신에 도착한 뒤에 지도를 살펴보니 그대로 직진하면 찾아갈 수 있을것 같았다.


태국의 강아지들은 항상 사람처럼 행동하는게 너무 웃겼다.


도로에 나오니 뚝뚝 아저씨들이 나에게 접근했는데 가까운 거리로만 생각한 곳을 너무 비싸게 불러서 타지 않았다. 그런데 10분을 걷다 보니 미얀마 대사관은 내 예상보다 훨씬 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뜨거운 태양아래에서 계속 걸으니 상당히 지쳤다. 나의 여행은 항상 걷는게 일상이었는데 이제는 힘이 들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생각해보니 아침도 안 먹고, 점심도 안 먹고 미얀마 대사관을 찾아 나선 것인데 너무 배가 고팠다. 하지만 대사관에 빨리 가서 비자를 신청하는게 급선무였기 때문에 마음은 무척 급한 상태였다. 그냥 편의점에 들어가서 물 한 병을 사서 벌컥 벌컥 마셨다.

계속 걸었는데 미얀마 대사관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서 미얀마 가이드북을 살펴보니 세인트 루이스 병원의 맞은 편에 있다고 써있었다. 이미 나는 그 병원을 지나친 상태였다. 다시 왔던 길을 돌아 가는데 미얀마 대사관은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이 골목인가 싶어서 두리번 거리고 있을 때 경비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길래 물어보니 다음 골목이라고 알려줬다.

세인트루이스 병원 맞은편에 미얀마 관련된 건물이 나오긴 했는데 이곳이 아니라 골목에 아예 들어가야 철문이 보이는 대사관이 나타났다. 더위에 지친 나는 낡은 건물 안에 들어가니 비자를 신청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비자를 신청하는 방법을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다가 철창 안에 있는 직원에게 가서 신청서를 받아서 작성했다. 그러니까 신청서를 먼저 받아서 작성한 뒤에 그걸 가지고 가면 번호표를 주는 형식이었다.

미얀마 비자는 쉽게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은근히 겁을 먹고 있었다. 워낙 폐쇄적인 국가라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기미(?)가 보이면 비자 발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비자 신청서는 무려 3장이나 되었다. 대강 작성하는데 마지막 종이는 바로 직업에 관련된 것이었다. 현재의 직업은 물론이고 과거의 직업 이력까지 적어야 했다. 대단했다. 나는 어차피 학생밖에 없으니 현재의 직업도 학생이라고 적고, 전공은 광고홍보라고 썼다. 사실 더 상세한 내역을 요구하기는 했지만 그냥 무시했다.

번호표를 받아들고는 약 30분가량 기다린 후에 서류를 제출할 수 있었는데 그들의 대답은 다음 주에 비자가 나오니 그 때 여권을 찾으러 오라는 것이었다. 급행 비자가 없냐고 물어보니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 다음 날(12월 24일)도 쉬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인지 No라는 대답만 들었다. 그랬다. 나는 여행시기가 굉장히 안 좋았다. 크리스마스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는 계속되는 휴일이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비자신청서와 여권을 함께 제출하고 비자 비용으로 810밧을 냈다.


다시 걸어서 Tak Sin Pier까지 돌아왔다. 배가 너무 고프고 날씨는 너무 더워서 힘들었다.


수상버스를 다시 타고 방람푸까지 올라갔다. 졸리고 피곤했다.


꼬마 승려가 바라보는 곳은 무엇이었을까?


미얀마 비자를 무사히 신청하고 돌아가는 수상버스 위에서 나는 강바람을 맞으며 방콕을 구경했다.

2010/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