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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모에스 정원을 나와 다시 세나도 광장 방향으로 돌아갔다. 이때까지도 나는 마카오가 카지노로 유명하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을 정도로 오래된 골목만 걷고 있었다. 재미있었던 것은 이런 좁은 골목 사이로도 독특한 문양의 바닥이 보였다는 것이다. 어릴 적에 봤던 홍콩 영화 속 골목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길을 헤매다가 도착한 곳은 삼카이뷰쿤 사원이었다. 안에도 그리 특별한 것이 없어서 5분도 안 되서 나와 버렸다. 사실 마카오가 지도로 보는 것보다 넓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나는 반나절동안 마카오의 유적지를 다 보겠다는 일념 하에 너무 열심히 걸어 다녀서 무지 힘들었다. 날씨 또한 습하고 더웠기 때문에 지치는 건 당연했다.



삼카이뷰쿤 사원을 지나 다시 세나도 광장으로 돌아왔다. 나는 이 세나도 광장의 한 가운데서 멍하니 서있었는데 그때 성 바울 성당 계단 앞에서 만났던 한국인 커플을 다시 만났다.



사진을 찍어주셨는데 정말 나의 힘들었던 순간이 그대로 묻어났다. 마카오에 도착하자마자 햄버거 하나만 먹고 쉬지 않고 돌아다녔으니 땀범벅이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 커플과 잠시 이야기를 하고 곧바로 헤어졌다. 이 분들은 마카오 호텔에서 투숙을 했던 상태라서 한결 여유롭게 돌아다니고 계셨고, 나는 저녁에 홍콩으로 돌아가려고 했기 때문에 빠른 걸음으로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북쪽의 웬만한 유적지는 다 둘러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지도상 아래쪽 역시 지도상으로는 멀어 보여도 충분히 걸어 다닐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무작정 걸었다.



촬영을 하던 것으로 보였는데 누군가 나에게로 다가오더니 사진을 찍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그냥 구경만 했는데 뭐 대단한 것은 없어 보였다.



나는 언덕 위에 있던 성당의 외관만을 살펴보고 곧바로 자리를 떴다. 내리막길을 따라 걸은 뒤 좁은 도로를 따라 계속 이동했다. 골목은 상당히 좁았는데도 불구하고 자동차가 지나다니고 있어 사람이 지나다닐 인도가 더욱 더 좁아다.



만다린 하우스도와 무어리쉬 배럭을 지나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 다른 볼거리가 없어 보였기 때문에 과감히 지나친 것도 있었지만 가장 큰 볼거리는 아마사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뭐랄까. 성 바울 성당과 세나도 광장을 보고 난 후에는 다른 볼거리들은 그렇게 특별해 보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



세나도 광장에서 한 20분정도 걸어왔을까? 드디어 아마 사원이 나타났다. 아마 사원의 앞에는 세나도 광장처럼 물결무늬의 타일이 인상적이었는데 이곳을 바라 광장이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아마 사원의 앞마당이 바라 광장인 셈이다.

아마 사원이 특별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마카오라는 지명의 유래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마 사원은 마카오에서도 가장 오래된 사원인데 포르투갈인들이 이곳에 도착해서 현지인들에게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그런데 현지인들은 이 사원의 이름을 묻는 줄 알고 “아마가우”라고 했다. 결국 아마가우를 이 지역의 이름인 줄 알고 있다가 굳어져서 '마카오'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마카오라는 이름은 이 아마 사원으로 생겨난 지명이었던 것이다.

아마 사원 앞에는 돈통을 흔들면서 구걸하는 사람이 몇 명 있었다.



아마 사원 앞에서 셀카를 찍어 댔다. 다행스럽게도 캠코더를 올려놓을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사진 찍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아마 사원은 오래된 곳이라는 것과 마카오 지명의 유래라는 특이점을 뺀다면 다른 곳과 비교해 특별하지 않은 사원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카오에서는 성당을 더 많이 봐서 그런지 이 사원이 더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향냄새가 곳곳에서 진동을 했다.



돌에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아마 사원에 있던 계단 끝까지 올라간 후에 그 주변을 한 바퀴 돌아봤다.



천장 위에 무언가 막대기를 이용해 매다는 모습을 보았을 때 궁금증이 생겼다.



자세히 보니 끝부분이 타들어가면서 연기를 살살 내뿜는 향이었다. 그러니까 소원을 빌거나 어떤 기원을 할 때 자신의 향을 태우는 것이었는데 여기는 특이하게도 모기향처럼 코일형으로 생겼다. 필리핀에서는 이와 유사하게 성당에서 초를 태우던데 여기서는 향을 태우고 있었다.



내가 이 향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을 때 아래에서 시끄럽게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단번에 이 소리가 중국식 폭죽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나는 아래쪽으로 거의 날아갔다.



그런데 내가 내려오니 폭죽은 볼 수가 없었고 자욱하게 몰려온 연기뿐이었다.



왜 폭죽을 터뜨렸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오로지 그 장면을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만 가득했다.

나는 바라 광장으로 나온 뒤에 앞으로 갈 곳을 다시 체크해봤다. 이미 북쪽과 남쪽의 주요 유적은 다 본 상태였고, 한 가지 걸리는 곳이라면 외딴 곳의 기아 요새뿐이었다. 기아 요새로 갈 것인가? 아니면 중심지로 갈 것인가?



바라 광장 앞에서 대충 버스를 잡아탔다. 정확히 어느 버스인지도 기억이 안 나지만 홍콩 동전을 집어넣고 자리에 앉았다. 버스라기보다는 밴에 가까웠는데 마카오의 외곽 쪽을 크게 돌고 있었다. 마카오의 경치를 감상했다면 좋았겠지만 나는 자리에 앉은 뒤에 곧바로 졸기 시작했다. 마카오에서 걸어 다니는 동안 제대로 앉아서 쉰 적이 없을 정도였으니 버스에 앉자마자 피로가 몰려온 것이다. 거의 죽은 듯이 잔 까닭에 눈을 뜰 때마다 내 눈 앞에는 다른 풍경이 나타나곤 했다.


그야 말로 비몽사몽.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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