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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운이 좋게도 캐빈(호주 캐러반파크 내의 숙소형태)에 일찍 들어가게 되었다. 텐트를 치고 사는 동안 춥고, 더운 것 뿐만 아니라 참으로 여러 가지 불편했었다. 우선 밥을 먹을 때 항상 후라이팬을 들고 조리대로 가서 요리를 해야했고, 어두워지면 밥 먹기가 참 난감했었다. 그리고 캐러반파크 주인 아주머니가 텐트를 옮겨달라는 말에 구석으로 옮기기도 했었다.

그 외에도 가장 대박이었던건 비가 왔을 때였다. 아마 크리스마스 때 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저녁 때가 되자 비가 무지 쏟아지는 거였다. 텐트가 무너질까봐 밖에서 보수 공사를 하고 있을 때 비가 쏟아지는데 이게 갑자기 우박으로 돌변하기 시작했다. 앗! 따가워! 이러면서 텐트는 마저 보수해야 했기 때문에 쫄딱 비와 우박을 맞아야 했다. 텐트를 겨우 단단하게 고정시킨 뒤에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이미 물에 빠진 생쥐꼴이었다.

나는 그저 이 어이없는 꼬라지에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호주와서 비와 우박을 맞으면서 텐트 치고, 비바람에 텐트는 무너질것 같은 그 상황에 웃음이라니 아마도 갑자기 비가 무지막지하게 오는 날 텐트를 쳤던 군생활이 스쳐지나가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위 사진은 캐빈이 아닌 캐러반

어쨋든 이런 텐트생활을 하고 있을 당시 희소식으로 캐빈이 갑자기 빈다는 소리에 얼른 옮겼다. 캐빈에 들어가니 그야 말로 천국이 따로 없었다. 더이상 자리에 누울 때 등에 돌의 감촉을 느낄 필요가 없었고, 더운 날에는 안에 들어와 에어컨 바람을 쐬면 되었고, 요리할 때도 이리 저리 옮겨다니며 그릇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게 되었다. 또 가지고 있던 노트북을 편하게 쓸 수 있었으니 그야 말로 짱이었다!

25일 크리스마스에 이어 26일 박싱데이도 휴일이었고, 1월 1일에는 New years day로 쉴 수 있었다. 12월 말에 캐빈에 들어간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동안 인터넷을 너무 못했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해보기 위해 인포메이션 센터로 갔다. 참고로 호주는 워낙 인터넷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서 인터넷을 하기가 무척 힘들다. 더군다나 내가 있었던 곳은 완전 시골 마을로 인터넷을 하기 위해서는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야 했다.


인포메이션 센터에 도착하니 떡하니 보이는 것은 '새해이니까 우린 쉴께' 라는 표지판이었다. 힘들게 걸어왔건만 새해라서 쉰다니 오랜만에 인터넷하려던게 무산되었다. 아마 그 다음날인가 같이 있던 혁철이가 인터넷을 꼭 써야한다는 말에 결국 돈을 모아 인터넷 접속기를 샀다.

호주에서는 USB에 꼽아 쓸 수 있는 인터넷 접속 장치를 판매하고 있는데 각 통신사마다 있었고, 가장 수신율이 좋은 것은 호주의 대표적인 통신사 텔스트라의 것이었다. 하지만 이녀석 가격도 젤 비싸고, 요금 체계도 너무 비싸다. 이 접속장치 무려 149.5불을 주고 샀고, 50불도 충전하니 순식간에 20만원을 써버렸다.

참으로 오랜만에 인터넷을 한다는 생각에 싸이월드도 들어가보고, 블로그도 들어가보았을 때 너무도 놀라운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티스토리에서 베스트 블로거에 선정이 되었는데 왜 답장이 없냐는 독촉장이 날라온 것이었다. 거의 3주가 넘는 기간 동안 인터넷을 못하고 있었으니 이런 소식을 접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2008년 8월에 출국한 이후로 포스팅을 할 수 없는 환경에 있던 탓에 거의 블로깅을 못했었는데 어떻게 내가 베스트 블로거에 올라갈 수 있었는지 그게 무척 신기했었다. 아니 그거보다 베스트 블로거는 그저 선망의 대상이었을 뿐인데 내가 되었다는게 너무 이상할 정도였다. ^^;

그 이후 호주에 있는 동안 인터넷은 가끔 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블로깅을 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에 있었다. 그러다가 2009년 4월에 다시 티스토리 인터뷰를 받게 되어서 무척 놀랐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 나는 블로그에 포스팅을 안 한지 4달정도 되었던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인터뷰 글을 받아와서 농장에서 틈틈히 작성한 뒤 나중에 멜번으로 이동한 후에 티스토리에 인터뷰를 보내드렸었다.


참~ 인터넷이 안 되고 활동이 없을 때마다 티스토리는 날 깜짝 깜짝 놀라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변방 블로거를 챙겨주시는 티스토리 감사했어요. ^^;;;;

저 사실 인터뷰도 했었어요. 아무도 모르셨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