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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왓은 3층 구조로 되어있는데 1층의 부조가 워낙 방대하다보니 2층과 3층에 올라와서는 조금은 허무할 정도로 볼만한게 없었다. 앙코르왓은 각 층마다 다른 세계를 의미하고 있었는데 2층은 인간계, 3층은 천상계를 의미하고 있었다. 인간이라면 천상계 한번 올라가 봐야지라며 3층으로 향했다.


곳곳에 복원작업을 하고 있는게 눈에 보인다. 미관상 보기가 좋지 않아 하루 빨리 복원작업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수 백년 동안 남아있던 앙코르왓의 훼손은 다름이 아닌 산성비와 근처 공항의 소음때문이라고 한다.


천상계로 향하는 계단이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고 있는데, 오르는 사람 모두 뭔가 불안해 보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천상계로 오르는 계단이 상당히 가파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3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거의 기어서 올라가야했다. 계단이 가파른 것도 있었지만 계단의 폭이 발의 반쪽도 되지 않을 만큼 좁았다.


다른 사람들처럼 우리도 기어 올라갔다. 이처럼 계단의 폭이 좁고, 가파른 이유는 천상계가 그렇게 만만하게 올라오지 못하게 함이라고 한다. 어느 누구라도 이곳에 올라오기 위해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고, 힘들게 기어서 올라와야 했다.


3층에 올라오고 나면 앙코르왓 주변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었다. 게다가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오니 찝찝한 기분이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린다. 이 거대한 유적을 바라보면 과거 앙코르 왕조의 힘이 얼마나 거대했는가를 알 수 있다. 인도차이나 반도는 물론 그 주변의 나라들에게도 막강한 힘을 뻗쳤을 것이다.


정상에 올라오자마자 서로 사진을 찍었다.


앙코르왓 3층에 올라와서는 특별하게 몰려다니지도 않았다. 서로 뿔뿔히 흩어지기도 하고, 혼자 바람을 쐬기도 했다. 특별히 뭘 구경했던 것도 아니고, 서로 말을 많이 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바람만 쐬며 앉아 있었다. 진짜 천상계에 올라온 인간처럼 말이다.


카메라만 들고는 그저 바람처럼 이 순간을 느낄 뿐이었다. 앙코르왓 3층에 올라와서 비로소 자유를 느끼는 사람처럼 아무 말이 없이 1시간 넘게 앉아 있었다.


앙코르왓은 너무나 거대해서 사진으로 담고 싶어도 담을 수가 없었다. 거대한 석조 유적지에 앉아 있노라면 불가사의한 돌이 어디서 왔을까 라는 경외감이 느껴진다.


이런게 바로 천상계에서 바라보는 지상의 모습이랄까?


천상계를 지키고 있던 여신님 이젠 우리는 슬슬 내려가 볼까 합니다.


다시 또 언제 앙코르왓을 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3층에서 바람쐬었던 이 순간은 다시 또 느끼기 힘든 감정일 것 같다.


내려갈 때도 역시 우릴 쉽게 내려 보내지 않았다. 게가 걸어가 듯이 옆으로 서서 천천히 내려와야 했는데, 옆에 봉이 설치되어 있어 그걸 붙잡고 내려왔다. 마침 한국인 가이드가 옆에서 설명을 해주고 있었는데 원래는 봉이 없었는데 누군가 이곳을 내려가다가 떨어져 죽어서 이후 봉이 설치되었다고 했다.

앙코르왓 3층을 올라가 봐야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데 진짜 천상계에 올라갔다 내려온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