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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험난한 여정은 여기서 끝이아니었다.


무사히 캄보디아의 입성을 마치고 난 후 국경도시 뽀이펫의 모습을 바라봤다. 캄보디아의 입성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우리로서는 승리했다(?)라는 성취감에 즐거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캄보디아의 입성까지 쉴틈없이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캄보디아에 입국은 했으니 다행이긴 했다. 하지만 아직 우리의 목적지인 씨엠립에는 도달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일이 또 벌어질지 알 수가 없었다.
 
국경만 무사히 넘어오면 모든 일이 순탄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일이 그리 쉽게만 돌아가지는 않았다. 우리가 국경을 통과한 후 만난 여행사 직원들은 우리가 20달러에 통과하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계속 대기하라고 했다.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도 지치기만 했는데, 거의 1시간 이상을 기다렸던 것 같다. 대체 이녀석들의 속셈은 뭘까?

한참을 기다리자 중국인 무리들이 국경을 넘어왔는데 혹시나 싶어 얼마를 내고 비자를 받았는지 물어봤더니 무려 38달러나 주고 비자를 발급 받았다고 한다. 어쩌다보니 우리는 20달러에 비자 발급을 받았다고 고백하게 되었는데 그들은 대단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쳐다봤다. 그리고는 우물쭈물 하다가 우리와 같이 가면 안 되겠냐는 의사를 전해오기도 했다. 중국인은 4~5명으로 구성되어있었는데 아마도 우리와 함께 있으면 사기당할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나 보다. 하지만 이후 다른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바람에 헤어지고 말았다.

중국인 여행자들이 도착하고 나서야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는데, 사실 10분정도만 이동했다. 씨엠립으로 향하는 버스인줄 알았는데 다시 내리라고 했다. 작은 건물로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수많은 외국인 무리들과 또 대기하라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우리는 자꾸 늦어지는 이동이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아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는데 이들은 조금만 있으면 출발할거라면서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


20분정도 기다리고 나서야 겨우 버스에 올라탈 수 있었다. 이제는 진짜 씨엠립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탄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에 태국 국경으로 향했고, 점심때는 여행사와 비자문제로 실랑이를 벌인 뒤 힘들게 국경을 넘어서고, 계속되는 기다림 끝에 저녁이 가까워져서 이제 겨우 씨엠립으로 향하기 시작한 것이다.


버는 정말 아무것도 갖춰져있지 않은 낡은 버스였다. 태국의 호화스러운 여행자 버스는 커녕 라오스에서의 에어컨이 달린 중고 버스만도 못했다. 에어컨은 나오지도 않았고, 자리는 비좁았으며 짐칸도 따로 없어 맨 앞좌석에 짐처럼 쌓아 올려야했다.

심지어 우리를 안내하던 그 직원은 출발하기 전에 "여기는 태국이 아니까 좋은 버스는 기대하지 마세요. 에어컨도 기대하지 마시고요. 왜냐고요? 여긴 캄보디아니까요." 라고 아예 못을 박아 버렸다.


버스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본 캄보디아 뽀이펫의 모습은 흡사 전쟁 직후 폐허의 모습을 보는듯 했다. 국경도시이고,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씨엠립을 향해 오는 길목임에도 불구하고 흙먼지에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었을 정도였다. 캄보디아의 모습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해보였다.


어린아이들도 외국인들이면 무조건 쫓아와 물건을 팔려고 한다. 캄보디아는 전쟁과 쿠데타 그리고 크메르루즈 정권을 겪으면서 나라는 파탄에 이르렀던 곳이었다. 아직도 캄보디아의 곳곳에는 지뢰가 있다는 얘길 들은적이 있다. 실제로 캄보디아의 풍경을 바라보니 조금은 그들의 생활이 현실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씨엠립으로 출발하는 순간 비포장도로의 압박이 시작되었다. 캄보디아의 뽀이펫은 도로사정이 좋지 않다. 관광객의 증가로 제 2의 도시로 성장한 씨엠립으로 가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도로는 비포장이였던 것이다. 시엠립으로 가는 내내 나는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야 했다.

창밖으로 바라보이는 캄보디아는 폐허 직전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나무 판자로 만들어진 것 같은 집들이 줄줄이 보였고, 중간 중간마다 흙탕물이 고여있던 곳도 보였다. 선입견일지도 모르겠지만 캄보디아에 대한 첫느낌은 전쟁이 이제 막 끝나서 더럽고 지저분할 것 같아 보였다.

씨엠립까지 계속해서 비포장도로였던 탓에 마치 놀이기구를 탄 것 같은 착각을 할 정도로 흔들렸다. 씨엠립까지는 대략 6시간 이상 걸린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렇다면 6시간 동안 이런 버스를 타야했다. 특히 에어컨 시설은 없었기 때문에 창문을 열고 달렸는데 엄청난 양의 흙먼지를 자연스럽게 들이키게 되었다. 이런 흔들림속에서도 너무 피곤했는지 하나 둘씩 잠이 들기 시작했다. 피곤하면 어떤 환경속에서도 잠은 오더라. 


날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3시간이 지났을 무렵 아무 것도 없는 곳에 식당만 덩그러니 있었던 휴게소에 버스는 정차하고, 저녁 식사와 휴식이 이루어졌다. 캄보디아는 미국 달러도 통용되기 때문에 환전을 하지 않았어도 문제 없었지만 우리는 대부분 고액권을 가지고 있어서 꽤나 애를 먹었다. 미리 미리 소액권을 들고 왔어야 했는데 그럴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휴게소 개념이라 그런지 그리 싼 편은 아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싼 밥을 시켜 먹고, 커피 한잔까지 했다.


또 다시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달렸다. 이제는 완전히 어두워져서 밖이 보이지도 않는다. 밖이 보이지도 않는 다는 것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거나, 아니면 불을 켜지 않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온몸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졸았고, 눈을 떴을 때는 주변이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버스가 안정된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밖은 화려한 불빛(?)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호텔과 같은 큰 건물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씨엠립에 도착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버스는 달리고 있었다. 

한참을 달리니 어느 게스트 하우스에서 버스는 멈춰섰다. 이녀석들 또 자기네 게스트하우스이거나 혹은 이미 알고 있는 곳에 멈춰선 것이다. 방에 들어가보지는 않았지만 가격은 분명 싼 편이었는데 우리가 원하던 곳도 아니었고, 이녀석들의 행동이 처음부터 끝까지 맘에 들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 머물고 싶지 않았다. 우리가 씨엠립에 도착한 때는 이미 11시가 가까워져 있었지만 그리고 너무 어두워서 여기가 어딘지도 몰랐지만 그래도 이곳은 그냥 싫었다.

간곡한 그들의 부탁을 거절하고 우리는 뚝뚝을 잡아탔다. 뚝뚝도 독하게 흥정해서 2달러라고 말하는 것을 3대로 나눠 타 1달러로 깎았다. 어딘지 몰라서 마구 깎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가 원하던 장소는 상당히 먼 곳이었다.


캄보디아의 첫날,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늦은 밤 뚝뚝을 타고 비오는 씨엠립의 거리를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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