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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 바쿠, 기차 58시간

모스크바 꾸르스끼 바그잘에서 3일마다 출발하는 바쿠행 열차를 타면 58시간 걸린다. 스탈린그라드(보고그라드)를 거쳐 마하치칼라를 지나면 러시아 국경에 다다른다. 다만 러시아 출국하는데 무려 2시간이나 정차하고, 아제르바이잔 입국할 때도 1시간 이상 걸렸다. 이 열차를 타고 입국하는 외국인은 없었고, 무지하게 쏟아내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여행 17일차

초청장부터 시작해서 비자, 입국 심사까지 안 걸리는 게 하나도 없었던 ‘불의 나라’ 아제르바이잔에 드디어 입국했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거 ‘북한보다 가기 어려운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게다가 저는 열차를 타고 아제르바이잔에 들어갔는데 외국인은 저 혼자더군요.


덕분에 전 러시아 출국과 아제르바이잔 입국할 때 모든 이들로부터 주목을 받았습니다. 러시아를 통과하면 “헤이, 김. 괜찮나?”라고 하고, 아제르바이잔을 입국하니 서로 저를 부르면서 술을 마시자고(원래 열차 내에서는 음주 불가능) 난리였습니다. 아무튼 전혀 생소한 경험이었지만 많은 사람을 만나 전혀 외롭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58시간의 여정이었습니다. 다만 아제르바이잔 체류가 고작 3일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죠. 힘들게 입국했는데 정말 슬프네요.


또 하나 슬픈 사실은 바쿠가 연간 200mm로 사막성 기후인데 도착한 새벽부터 이 글을 쓰는 아침 9시 반인 현재까지 계속 비가 오고 있네요. 덕분에 전 새벽에 1시간 동안 비를 맞으며, 기차역에서 올드시티까지 걸어갔었죠.


덧) 호스텔에서 만난 영국인이 자기는 1995년부터 아제르바이잔을 수 없이 여행했지만 모스크바에서 바쿠로 열차 타고 넘어 온 여행자는 처음 본다고 아주 놀라워하네요. 어떻게 국경을 넘었냐며 저를 사진 찍고, 기록으로 남기고. 진짜 이렇게 바쿠로 가는 사람이 없긴 없나 봅니다.


저는 지금 세계여행 중에 있습니다. 이 글이 마음에 든다면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 및 응원을 해주실 수 있습니다. 작은 도움이 현지에서 글을 쓰는데 큰 힘이 됩니다. 세계를 여행하고 있는 배낭여행자에게 커피 한 잔 사주시겠습니까?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