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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무작정 츠텐카쿠(Tsutenkaku)가 있는 방향으로 걸었다. 원래는 지하철을 타고 갈까 하다가 이내 그 생각을 접었다. 역까지 갔지만 아직 오사카 지리도 익숙하지 않은 까닭에 걷기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날씨도 좋은데 캄캄한 지하철을 타는 것은 너무 아깝지 않은가. 


지도는 없었지만 츠텐카쿠를 찾아가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저 간혹 빌딩 사이로 보이는 철탑을 따라 걷기만 하면 됐다.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지도조차 없었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일본이라 그런지 아주 이국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걸을 때만큼은 여행자의 기분을 충분히 만끽했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나 보다. 커다란 강아지가 있는 재미있던 건물도 지나친 후 난 이름도 모르는 어느 신사 앞에 서게 되었다. 


원래 목적은 신사가 아니었지만 도시 한 가운데 있는 신사는 어떨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화려하지 않은 도리이를 지나 신사로 들어갔다.


신사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조용했다. 한적했다. 소박한 모습 그대로였다. 이 순간만큼은 어느 관광지를 둘러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이긴 했다. 난 그저 걷다가 이곳이 어떤지 살펴보기 위해 찾은 호기심 많은 여행자일 뿐이었다.


마침 그때 어느 아주머니가 신사에 들어왔다. 아직 일본의 문화나 종교적인 관점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일본인들에게 신사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아주머니가 소원을 비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집안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평소대로 자녀의 안녕을 위해 신사를 찾은 것일까? 난 알지 못한다. 그러나 기복 신앙의 간절함보다는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 찾은 것처럼 보였다.


신사의 한편에는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빼곡하게 소원을 적어 놓은 나무 판이 보인다. 어느 판에는 가족의 건강과 사업의 번창을 간절하게 한글로 적은 것도 보이고, 또 다른 어떤 것에는 다소 생뚱맞아 보이는 가수 샤이니를 응원하는 글도 있었다.


난 딱히 소원히 빌거 위해 찾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조용한 신사를 한 바퀴 거닐었다. 도시의 한 가운데 있었지만 맑은 공기가 느껴졌고, 마음도 편안해졌다. 어쩌면 일본인들에게 생활의 일부이기도 한 신사가 어떤 곳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냥 느낌만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