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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행 중에 15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실제로 여행을 하다보면 10시간 넘게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경우도 있으니 15분은 정말 찰나의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데 15분은 역시 짧은 시간일까? 정답은 꼭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최대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브로모 화산을 여행했을 때다. 환상적이었던 브로모 화산의 일출을 보고난 뒤 내려가야 하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모여 단체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서로 얼굴도 몰랐지만 여행지에서는 그런 게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수학여행을 온 것도 아닌데 난데없이 단체 사진이라니 하지만 이것조차도 무척 재밌다고 느꼈다.


단체 사진을 찍고 난 뒤 근처에 있던 또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사진을 찍어주면서 자연스럽게 몇 마디를 나눴는데 내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까 놀랍게도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아시아 여행자를 만나기도 힘들었고, 여기에서 한국말을 아는 외국인을 만나는 것은 더더욱 희박했다.

물론 이 친구는 한국말을 능숙하게 하는 수준은 아니었고, 한국에서 지냈었기 때문에 몇 마디를 기억하고 있을 뿐이었다. 대신 옆에 있던 다른 친구는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한국말을 꽤 했다.


아무튼 덕(당시에는 이름을 몰랐다)은 내가 찍어준 사진이 마음에 든다면서 가지고 싶다고 얘기를 했다. 내가 찍은 사진은 꼭 이메일로 보내준다고 하자 덕은 이메일 주소를 적어줬다. 우리는 그렇게 만난지 15분도 되지 않아 이메일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이메일을 주고 받은 뒤 브로모 화산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국에 돌아온 후 난 약속대로 사진을 보내줬고, 자연스럽게 페이스북 친구가 되어 채팅도 하며 소식을 주고 받았다. 덕은 인도네시아에서 두달 정도 있다가 미국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날 덕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는데 조만간 한국으로 올 예정이라고 했다. 당연히 난 한국에 오면 한번 만나자고 약속을 했다.


덕은 앞으로 한국에서 교사로 지낼 예정이라 그와 관련된 교육을 받고 있는 도중이었는데 시간이 많이 남았던 내가 학교로 찾아가 만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다. 한국도 아니고 인도네시아에서 단 15분을 만났을 뿐인데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을 줄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물론 나중에 덕으로부터 내가 한국 사람인 것을 알고 은근 슬쩍 말을 걸어보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간단히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기는 했는데 온통 외국인이긴 했지만 뭔가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아 많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었다. 좀 아쉽긴 했다. 짧은 시간과 짧은 영어 실력도 하나의 이유일테지만 초반에 만났던 덕의 친구들이 전부 다른 곳을 가는 바람에 함께 어울리지 못했다.

덕은 학교 배정이 경상남도쪽으로 된다고 했는데 언제 다시 만날 기회가 있으려나 모르겠다. 페이스북으로 가끔 채팅을 하며, 소식을 계속 주고 받으니 큰 문제는 없지만 말이다. 아무튼 여행하는 도중 우리가 얘기한 시간은 단 15분에 불과할 정도로 짧았지만 인연은 생각보다 질겼다. 다음에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