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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엥고원 투어의 마지막 장소는 와르나 호수(Telaga Warna)였다. 화산지대에 있는 큰 호수라는 설명만 듣고 와르나 호수로 향했는데 시끼당 지열지대와는 5분도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텔라가 와르나 디엥(텔라가는 호수라는 뜻이다)이라고 써 있는 작은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야 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운전하는 아저씨가 앞장 서서 입장권을 다 구입하고는 바로 들어가라는 것이었다. 원래 론리플래닛에서 입장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여태까지 입장료를 낸 적이 한번도 없어 사실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었다. 다른 곳은 모르겠는데 와르나 호수만큼은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야 한다고 정확히 보였다.

혹시 입장료가 투어에 포함되어 있었나? 사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족자카르타에 돌아가자 입장료를 걷었다. 철저하게 교통비만 포함된 투어였다. 아무튼 당시에는 입장료를 내지 않는 줄 알고 괜히 좋아했었다. 

이미 시끼당 지열지대를 봤기 때문에 와르나 호수가 뭐 대단한 게 있을까는 생각으로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바로 앞에 나타난 호수를 보자마자 우리는 모두 탄성을 질렀다. 그냥 파란 호수가 아니라 짙은 옥색빛에 가까운 신비로운 색깔의 호수였던 것이다.


이런 색깔의 호수를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을까? 그렇게 감탄하면서 천천히 둘러봤다. 그런데 와르나 호수가 색깔 때문에 신기했지만 물고기는 하나도 없다. 그 이유는 근처가 화산지대라 유황으로 인해 초록색으로 변했고, 생명체는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이 호수는 살아있지 않은 죽음의 호수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바라보면 정말 아름다운 호수인데 말이다.


이제 함께 움직였던 친구들과는 조금 친해져서 말도 많이 하고, 같이 사진도 찍는 일이 잦아졌다. 알렉산더는 아예 알아서 독특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사진으로는 별로지만 실제로 보면 훨씬 신기했던 호수였다.


투어를 함께 했던 매트와 알렉산더는 거의 막바지에 친해지기 시작했다. 알렉산더는 독일인이었고, 매트는 영국인이었는데 딱 봐도 그들의 국적이 짐작이 될 정도였다. 매트는 인도네시아를 무려 6개월간 여행하고 있었는데 족자카르타에서 카메라를 잃어버려 무척 침울해 하던 순간이었다. 다른 것보다 사진을 다 잃어버려 나에게 사진을 꼭 좀 달라고 요청할 정도였으니 그 우울함을 알 것 같았다.


그외에 다른 특별함은 없었지만 이미 초록빛깔의 호수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곳이었다. 이 호수를 따라 한 바퀴를 돌아볼 수 있어 산책하는 기분을 가지고 천천히 걸었다.


길 중간에 신전으로 보이는 건물이 나왔다. 그 앞에 있던 동상을 따라하는지 어느 관광객은 빗자루를 들고 재미있는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게 괜히 웃겨서 우리도 이 사람을 찍으니 옆의 사람들도 깔깔거리며 웃는다.


신비로운 색깔이 아주 인상적이었던 와르나 호수를 충분히 보고, 즐긴 후 밖으로 나왔다. 디엥고원에서 여러 장소를 둘러 봤는데 전부 기억에 남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소박한 디엥고원 마을도 좋았고,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시끼당 지대도 신기하게 바라봤다. 물론 와르나 호수도 죽음의 호수였지만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곳이라 기억에 남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고보면 디엥고원은 참 다양한 매력을 가진 곳이었다.


족자카르타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주변을 돌아봤다. 근처에 사는 아이들, 가득 실은 오토바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러는 와중에 알렉산더는 주차장에 걷고 있던 닭을 보더니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똑같이 소리를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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