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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자카르타의 여행자 거리 소스로위자얀은 여러모로 재미있는 곳이었다. 여느 다른 나라의 여행자 거리와 마찬가지로 배낭족들이 모여드는 곳이라 그들의 입맛에 맞는 게스트하우스와 식당이 늘어서 있고, 다양한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도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다른 나라의 여행자 거리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생각보다 훨씬 조용하다는 점이다. 아침이나 낮이 되면 훨씬 한적한 분위기가 연출되는데 복잡한 골목을 거닐기만 해도 기분이 무척 좋아진다.

소스로위자얀에는 중심 거리와 좁은 골목인 갱(Gang)이 있다. 보통 두 명이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골목인데 대부분의 숙소는 이 갱에 들어가야 보인다. 태국의 대표적인 여행자 거리인 카오산로드와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그런대로 게스트하우스와 식당이 빼곡하다. 여행자 거리에서 빠질 수 없는 인터넷카페나 중고 서적을 판매하는 서점도 간혹 볼 수 있다.

아무튼 여기는 분위기가 참 묘했다. 분명 여행자 거리인데 집들이나 상점이 예전부터 있었던 곳처럼 보여 그런지 그냥 동네에서 머무는 느낌이었다.

술탄 왕궁과 물의 궁전을 둘러본 후 곧바로 체크아웃을 했다. 아침에 미리 이동하겠다고 얘기했던 티파 게스트하우스(TIFFA Guesthouse)로 가기 위해서였다. 소스로위자얀에는 분명 게스트하우스가 무척 많다. 하지만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해서 그런지 각 게스트하우스마다 방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늦은 시각에 족자카르타에 도착한다면 괜찮은 게스트하우스는 대부분 방이 없다. 때문에 다음날 아침이나 점심쯤에 돌아다니면서 괜찮은 숙소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티파 게스트하우스는 괜찮은 편이었다. 트윈룸이 125000 루피아였고, 싱글룸이 100000 루피아였다. 에어컨은 아니었지만 족자카르타 자체가 밤에는 그리 덥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원래 에어컨방은 잘 머물지 않는 이유도 있었긴 했다. 아무튼 2명이 머문다면 이 가격이면 상당히 저렴하다고 느꼈고, 방도 꽤 깔끔했다.


체크인은 했지만 아직 청소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가방을 싱글룸에 갖다 놓고,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주인 아주머니가 무척 친절해서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티파 게스트하우스를 무작정 추천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그 다음날 겪게 되었던 일인데 여기 아저씨가 정말 미친 사람처럼 화를 내던 사건이었다. 그래서 티파 게스트하우스에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인도네시아 여행을 하면서 거의 유일한 일이었다.


점심을 먹으러 베드핫이라는 곳을 갔다. 어제 밤에 먹었던 허름한 식당의 바로 맞은 편에 있는데 내부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외국인들이 많이 보이던 그런 곳이었다. 론리플래닛에서도 추천하는 식당으로 나와있었기 때문에 조금 기대를 했다.


근데 맛은 그냥 그랬다. 치킨이 너무 퍽퍽했던 것이다. 그런데로 먹을만한 그런 수준이었지 아주 맛있거나 가볼만한 그런 수준은 아닌 것 같다.


밥을 먹어 배도 부르겠다 이제는 다음 목적지를 정해야 했다. 여행사에 잠깐 가서 물어보니 브로모 화산 투어와 족자카르타 주변 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람바난, 보로부두 교통편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일단 프람바난(Candi Prambanan)으로 가기로 했는데 왕복 교통편을 지불해서 가는 것 보다는 그냥 대중교통으로 가기로 했다. 직접 가는 편을 더 선호하기도 하고, 가격도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잠깐 게스트하우스에 들렀는데 그때 아시아인 여자가 들어왔다.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면서 아시아인을 보기가 쉽지 않은지라 좀 신기하게 생각했는데 잠시 후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더 깜짝 놀랐다. 그녀는 불과 며칠 전에 혼자 한국을 떠나 족자카르타로 들어온 여행자였다. 어떻게 하다보니 이 게스트하우스로 옮기게 되었고, 그리고는 프람바난을 같이 가기로 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물어서 어디에서 버스를 타는지 알게 되었는데 막상 가보니 훨씬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어차피 말리오보로 거리는 일방 통행이었고, 소스로위자얀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버스 정류장은 매우 가까웠기 때문이다. 자카르타에서 버스를 트랜스 자카르타라고 부른다면 족자카르타에서는 트랜스 족자라고 부른다. 자카르타와 마찬가지로 지하철처럼 역과 비슷한 정류장이 있다는 것과 노선이 있어 갈아탈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트랜스 족자를 타러 안으로 들어가자 안에서 히잡을 두른 여인이 웃으면서 반대로 돌아오라고 한다. 아주 작아 보이는 정류장이지만 들어가는 곳과 나가는 곳이 따로 있고, 들어가려면 봉을 통과해야 했다. 이런 시스템이 결과적으로는 교통카드가 아니더라도 환승을 가능케 했다.


트랜스 족자의 가격은 3000 루피아였다. 3000 루피아를 주면 이런 승차권을 주는데 받을 틈도 없이 알아서 승차권을 넣어 버린다.

프람바난으로 가는 방법은 1A 버스를 타면 된다. 하지만 족자카르타에 익숙하지 않은 여행자는 어떤 버스가 1A인지 알리가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프람바난으로 갈 당시 1A는 기억하지도 않았다. 그냥 주변 사람에게 계속해서 "프람바난?" 이라고 물어보는 것으로 대신했을 뿐이다. 주변 사람들이 다 알려주기도 하지만 트랜스 족자를 타기 직전에는 꼭 승하차를 도와주는 직원이 있어 큰 어려움이 없었다.


10분 정도 기다리다 프람바난으로 가는 버스라고 하길래 얼른 올라탔다. 프람바난으로 가는 방법은 무척 간단하다. 이 버스를 타고, 끝까지 가면 된다. 약 50분 정도 걸리는데 종점이 바로 프람바난이었다. 


프람바난에 도착한 후 처음에는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다. 여기에도 프람바난까지 태워다 주겠다며 접근하는 베짝 아저씨들을 볼 수 있었다. 우선 베짝은 거절하고, 조금 걸어봤다.


프람바난 사원은 버스 정류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여기서부터 약 10분 정도만 걸어가면 프람바난 사원의 입구가 나온다.


프람바난이라는 표지판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제대로 찾아온 것이 맞았다.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마찬가지지만 유명한 유적지 앞에는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이 가득하기 마련이다. 프람바난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프람바난 관련된 모형을 비롯해 족자(Jogja)라고 써있는 기념 티셔츠까지 팔고 있었다.


간혹 인도네시아에서 베트남의 모자와 비슷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 아주머니들이 쓰고 있었는데 낮시간에 강렬한 햇빛을 피하기엔 무척 유용해 보였다. 나는 구입하지는 않고, 한번 써보기만 해봤다.


현지인들도 프람바난 입장료를 받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특별하게도 입장권을 구입해야 했다. 프람바난의 입장료는 13달러였다.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힌두교 유적지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직접 보는데 13달러는 전혀 아까운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학생증만 있다면 반값인 7달러로 들어갈 수 있는데 그럴 수 없어 괜히 학생도 아닌데 아쉬웠다.


입장권을 구입하고나면 들어가는 입구 앞에 있는 웰컴 드링크를 이용할 수 있다. 간단하게 커피나 차, 그리고 물도 마실 수 있는데 무료다. 게다가 인터넷도 잠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은 한글을 이용할 수 없어 우리에겐 있으나마나 였다.


프람바난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힌두교 신전인데 1918년부터 재건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2006년에 있었던 지진으로 일부가 훼손되었다고 한다. 돌을 하나씩 쌓아 올리는 어려운 작업인데 지진까지 일어나니 여러모로 복원에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신비의 유적 프람바난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강렬한 햇빛 때문에 신전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멀리서도 굉장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