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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호텔을 이용해 본적이 거의 없다. 해외여행의 경험이 많지 않은 탓도 있지만 대부분이 배낭여행이었기 때문에 주로 이용했던 숙박종류는 게스트하우스였던 것이다. 항상 1달러라도 아끼면서 다니던 여행자이다 보니 TV나 별도의 옵션이 거의 없는 침대만 있는 싱글룸을 선호했고, 싸다면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도미토리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였다. 이번 큐슈일주도 배낭여행이기는 했지만 특별히 여행박사에서 여러 협찬을 해주셔서 비지니스급 호텔(일본에서 많이 이용하는 저렴한 호텔)을 이용할 수 있었다.


후쿠오카(하카타)에서 처음 묵었던 곳은 하카타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선루트 호텔Sunroute Hotel이었다. 하카타역에서 치쿠시 출구로 나와 센트라자 호텔 방향으로 걷다보면 몇 개의 호텔을 지나면 곧바로 선루트 호텔을 찾을 수 있다. 매우 가깝기도 하고, 도로 바로 앞에 있는 호텔이기 때문에 찾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는 곳이다. 


선루트 호텔은 하카타역에서 매우 가깝다는 장점이 있고, 비지니스 호텔급에서도 저렴한 편이라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선루트 호텔의 더블룸은 다른 일본의 호텔과 마찬가지로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좁은 수준도 아니었다. 이정도면 큐슈일주를 하면서 묵었던 호텔 중에서도 꽤 넓은 편에 속했던 셈이니 방의 크기면에서는 괜찮은 수준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침대의 크기도 작지 않고, 푹신해서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다만 후쿠오카가 따뜻해서 그랬는지 온풍기를 틀지 않고 자는 치명적 실수를 범해서 벌벌 떨면서 자버렸다. 아무리 후쿠오카가 우리나라 보다는 따뜻하다고는 하지만 아침과 밤에는 겨울날씨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는데 온풍기도 안 틀고 자다니 조금은 어처구니 없었다. 그것도 아침에 일어나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욕실도 다른 호텔에 비해서 좁지 않아서 좋았고, 당연하겠지만 기본적으로 갖출건 다 갖춘 호텔이었다. 그런데 일본 호텔을 이용하면서 항상 불편했던 것이 있었으니 그건 다름 아닌 칫솔과 치약이었다. 호텔마다 다 비슷한 작은 칫솔을 주는데 칫솔이 문제인지 아니면 치약의 문제인지 이를 닦고나서 전혀 개운하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이건 가격이 저렴한 비지니스급 호텔이나 고급 리조트나 똑같았다. 


그러고보면 나는 참 저렴한 여행만 했던 것 같다. 호텔 침대에 누워 TV를 보던 것도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어쨋든 TV를 보면서 무료로 제공되는 인터넷도 할 수 있었으니 확실히 편하긴 편했다. 그리고 우리는 타코야키와 함께 맥주 한잔을 마시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선루트 호텔에서 제공되는 조식을 먹으러 식당으로 내려갔다. 식당의 호텔 내부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마루바닥이라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했는데 아예 다른 장소라고 느껴졌다. 


일본어를 전혀 읽을 수 없어서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돼지 그림이 무척 귀엽게 보였다. 


선루트 호텔의 식사 쿠폰인데 선택할 수 있는 메뉴는 몇 개 없는데 나는 그중에서 생선이 포함된 일본식 이참을 선택했다. 식사가 나오기 전에는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기다릴 수 있다. 


아이스티, 오렌지쥬스, 자몽쥬스 그리고 커피를 자유롭게 가져다 마실 수 있다. 


선루트 호텔의 조식이 별로였다는 평이 많았는데 예상보다는 나쁘지는 않았다. 다른 블로그의 사진을 보면 정말 간촐하게 나오던데 내가 먹었을 때는 조금 업그레이드가 되었는지 몇 개의 반찬이 추가되었다. 


이니그마님은 햄과 계란이 있는 식사를 선택했는데 사실 일본식 아침의 경우 기본적인 반찬은 동일했다. 샐러드, 두부, 낫토, 김, 미소국에 선택한 식사의 주반찬이 바뀌는 식이었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스타일, 딱 먹을 만큼의 양의 조식을 보면서 역시 일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선택한 식사는 생선이 포함된 일본식 아침이었다. 짭쪼름한 생선이 그리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햄&계란 보다는 생선이 낫다고 평가한다. 다른거야 반찬이 똑같지만 햄&계란의 경우 달달한 맛이 느껴져 반찬같지 않았다. 김도 우리나라의 짠 맛과는 다르게 달달한 맛이 느껴졌는데 일본 반찬은 대부분 이런 맛이었다.  


우리나라 된장국에 비하면 진한 맛은 없지만 일본 미소국은 매우 친근하면서도 깔끔한 맛이었다. 


처음 접하게 된 낫토, 과연 그 맛은 어떨까? TV에서만 구경하던 낫토를 처음 접하니 조금 신기했다. 


참기름을 넣어 슥삭슥삭 비벼서 먹으면 되는데 맛은 냄새없는 청국장이었다. 일본인들이 많이 먹는 음식이라 항상 궁금하기도 했지만 특히 거미줄처럼 늘어나는 낫토를 보고 싶었다. 근데 실제로 낫토를 먹어보니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이 실처럼 늘어나는 점이긴 했다. 

평소에 여행을 하면서 숙소에서 아침을 먹은 경우는 그리 많지는 않지만 대부분은 부페 혹은 서양식이었다. 선루트 호텔의 조식이 별로라는 평도 좀 있기는 했지만 확실히 한국인이라 그런가 토스트에 버터를 발라 먹는 아침보다는 이렇게 밥에 국을 먹으니 훨씬 든든했다. 

만약 일본에서 비지니스급 호텔에 며칠 머문다면 조식은 한 번이나 두 번 정도만 먹는게 적당할 것 같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고 하더라도 여러번 먹으면 질리는 법인데 비지니스급 호텔의 경우 메뉴의 다양성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 현재 원고작업 때문에 블로그에 신경을 전혀 못 쓰고 있습니다. 업데이트가 조금 늦어서 죄송합니다. 미얀마 여행기와 일본 여행기 등 앞으로 남은 이야기가 많은데 빨리 원고작업을 마무리하고,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