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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졌던 친구들을 양곤에서 다시 만나게 되다니 참 신기했다. 아무리 같은 장소를 이동했다고 하더라도 양곤같은 대도시에서 다시 만날 확률이 얼마나 높을까? 

나와 크리스챤은 그들이 묵고 있는 대디 게스트하우스로 갔다. 마침 마싯다와 카를로스가 이제야 일어났는지 로비에서 앉아 있었다. 나를 보더니 어디서 만났냐고 무척 신기해 했다. 아마 이들도 양곤에서 나와 헤어지고 다시는 못 만날 것으로 생각했나 보다. 

근데 이 친구들은 여태껏 아침도 먹지 않았다고 한다. 당연히 아침에 체크인 했으니 아침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기는 한데 나는 화이트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침을 먹어도 좋다고 해서 마음껏 먹었다는 소리를 하자 아주 억울해 했다. 게다가 화이트 게스트하우스의 부페 얘기에 카를로스는 눈이 돌아갔다. 

어쨌든 우리는 밥을 먹어야 했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기로 했다. 당장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지만 크리스챤은 차이나타운쪽으로 가자고 제안을 했다. 

미얀마의 차이나타운은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차이나타운과는 많이 다르게 보였다. 우선 다른곳처럼 거대한 일주문이 보이지도 않았고, 차이나타운과 다른 거리와의 차이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똑같은 거리인데 유독 시장과 같은 분위기가 더 강했고, 가끔 중국계 미얀마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는점 뿐이었다. 


이런 음식을 보면 이곳이 차이나타운이 맞긴 맞나 보다. 미얀마에는 과거 중국인이나 인도인이 많이 들어와 장사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중 몇몇 사람들은 이렇게 남아 미얀마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도계가 많기는 했지만 그에 못지 않에 중국계도 많이 보였다. 


미얀마에서는 대체적으로 과일이 맛이 없다고 한다. 실제로도 과일이 맛이 없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품종개량이 전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얀마에서 먹었던 과일들은 옆나라인 태국에 비해 당도가 많이 부족했다. 


우리는 이 더운 날에 하염없이 걷기만 했다. 뒤에서 마싯다는 맛있는 커피를 먹고 싶다고 투정을 부리고, 카를로스는 배고프다고 했다. 확실히 우린 어딘가에 들어가야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적당한 식당이나 음료를 파는 곳이 보이지 않았다. 미얀마 어느 도시에도 마찬가지였지만 나의 경우에는 양곤이 가장 심했다. 적당한 먹거리를 찾는 것도, 시원한 음료를 마실 곳도 눈에 띄지 않았다. 물론 양곤이 가장 큰 대도시인만큼 가장 많은 레스토랑을 보유하고 있었다. 

차이나타운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를 1시간 째 어디를 찾기도 힘들어서 거리의 찻집에 앉았다. 너무 더워서 잠시 쉬고 싶었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마싯다의 투정에 빨리 찾아낸 것이었다. 하지만 이 더운날 거리의 이름없는 찻집에는 아이스 커피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 친구들은 커피를 주문했고, 나는 러펫예를 주문했다. 


내가 주문한 러펫예를 보더니 무척 신기하게 쳐다봤다. 미얀마 사람들이 가장 즐겨마시는 러폣예를 한모금 마시자 달달함이 느껴졌다. 러펫예는 차를 우려낸 후 연유를 집어넣어 달달하게 마시는 형태인데 미얀마 사람들이 마시는 차의 대부분이 러펫예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이다. 차를 마시면서 마싯다와 카를로스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는지 크리스챤의 뒤에 있는 무언가를 가리켰다. 

"저거봐! 완전 크리스챤과 똑같이 생겼잖아!"


연유통에 그려진 꼬마 아기가 크리스챤과 닮았다며 마싯다는 쉴새없이 웃었다. 크리스챤은 그 연유통을 집어와서는 자신의 아들이니 사진이나 찍어보라고 했다. 


앞으로 어디로 갈지 정하려고 하는데 크리스챤이 돈을 환전해야 하니 우선 보족시장부터 가자고 제안을 했다. 하지만 카를로스는 양곤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지만 양곤 걷기부터 하자고 했다. 론리플래닛에 나와있는 술레 파고다 주변을 걸어서 돌아보는 그 코스를 가자고 했던 것이다. 


나는 지도를 보여주며 여기에서 보족시장까지 그리 멀지 않으니 보족시장부터 먼저 가는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배고프다고 하는 친구, 술레 파고다 주변의 오래된 건물을 보러 가자는 친구, 환전을 해야 한다는 친구까지... 이것 참 좀처럼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