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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토리아는 남아공의 행정수도인만큼 대통령궁도 있었는데 그게 바로 그 유명한 '유니온 빌딩'이다. 대통령 궁이라고 하는데 관광객들도 출입이 가능한 만큼 남아공 프레토리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는 필수로 가보는 장소였다. 다른 나라 왕궁이나 국회의사당을 구경한다는 느낌과 비슷했다. 


유니온 빌딩 앞에는 거대한 정원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당연하겠지만 관리가 잘 되어서 무척 깔끔했다. 정원의 정면에는 프레토리아 시내가 보였고, 뒤로 돌아서면 정부 건물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유니온 빌딩이 있었다. 날씨는 참 평온해 보였는데 막상 버스 밖으로 나오니 너무 추웠다. 


정원의 아래 벽면에는 커다랗게 KOREA라고 써있고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는데 이는 한국전 때 전사했던 남아공 군인들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면 나도 여러 나라의 전쟁 박물관을 가보았는데 그 때마다 한국이 빠지지 않고 보였다. 우리에게도 아픈 역사였지만 다른 여러 나라에게도 전쟁의 아픔이 남아 있었다. 


정말 추웠다. 


역시 한국 사람들은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어야 신이나는 것 같다. 짧은 자유시간이기 때문에 흩어져서 사진 찍는데 열중했다. 


유니온 빌딩은 행정수도인 프레토리아의 상징적인 건물이기도 했지만 영화 '우리가 꿈꾸는 기적:인빅터스'의 촬영장소로도 유명하다. 영화 속에서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나온 곳이기도 하는데 내가 안 본 영화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까지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남아공 월드컵의 마스코트였던 '자쿠미'가 보였다. 얘랑 사진을 찍으면 좋겠다 싶어서 달려갔는데 이미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와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처음으로 만났던 아르헨티나 사람들이었는데 아무래도 다음 경기가 한국 대 아르헨티나였으니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서로 불꽃튀는 신경전이 벌어지면 어쩌지' 라는 상상까지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들도 축구가 좋아서, 월드컵이 좋아서 자국을 응원하러 온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여기는 제 3의 땅이었던 남아공이 아니었던가! 월드컵에서 서로 으르렁거릴 거라는 상상은 왜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순간이었다. 그냥 아주 자연스럽게 아르헨티나 사람들과 어울렸다. 그들도 우리도 즐거운 축구를 보기 위해서 남아공까지 날아왔던 것이다. 


월드컵이 즐거운 이유는 다른데 있었던게 아니었다. 상대팀과도 서로 즐길 수 있다는건 월드컵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유니온 빌딩을 뒤로 하고 우리는 숙소로 향했다. 무려 18시간만에 도착한 남아공,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여행으로 너무나 피곤한 상태였다. 


남아공에서 일정들이 정신없이 흘러갔지만 아르헨티나 응원단을 만났던 일도 기억이 나고, 주유소에서 봤던 아저씨의 푸근한 인상도 기억에 남았다. 주요 관광지보다는 스쳐갔던 사람들이 더 많이 생각났다. 


모든 사람들이 버스 위에서 쓰러졌을 때 나는 잠은 커녕 오히려 말똥해진 눈으로 밖을 바라봤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이 정말 멀었지만(무려 3시간) 그냥 잠을 청하기 보다는 생애 처음으로 아프리카 땅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