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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8강의 기대감에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상암 월드컵 경기장의 열기는 뜨겁기만 했다. 약 4~5만명이 왔던 것으로 보였던 경기장은 마치 감옥과도 같았는데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벌어졌다. 사건은 경기가 시작되기 1시간도 전에 대부분의 출입문이 잠겨져 있었다.

그러니까 경기장 중심으로 둘러 싸여있던 철창의 대부분을 잠궈 놨던 것인데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이동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인원 통제를 위해서 잠궈 놨다고는 하지만 이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상암 월드컵 경기장의 문이라는 문은 거의다 잠궈놔서 밖에 있던 사람들은 어디가 입구인지 찾을 수 없던 지경이었고, 안에 있던 사람들은 밖으로 나갈 수 조차도 없었던 것이다.


5층 중간 통로조차도 잠궈놔서 사람들이 위험하게도 그 철창을 넘어다니고 있을 정도였다. 정말 나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저 반대편으로 가기 위해서는 3층으로 내려와서 경기장 밖으로 빠져나가야 했는데 심지어 그 출구 조차도 찾을 수 없었다.


많은 시민들이 철창에 가로막혀서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니 이게 정말 안전한 통제를 위한 것일까? 만약 경기장 내에서 화재와 같은 급박하고 위험한 사고라도 난다면 경기장 내에 있던 4만명이 넘는 인원들이 대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주최측이었던 한 방송사에서는 자신들이 모르는 사이에 잠궈져 버렸다며 시민들의 항의가 쇄도하자 그제서야 연락을 해본다고 전화를 했다. 하지만 한참이 지났어도 감옥같은 철창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아무리 자신들이 모르는 사이에 벌어졌다고 하지만 결국 주최측에서도 일정 부분의 책임은 존재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현상에 많은 사람들이 화를 냈고, 그저 철창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 날 내가 화가 났던 부분은 원래는 막혀있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왕래가 가능했던 곳이 막혀 있어서 사람을 찾는데 무려 1시간이나 걸렸다는 점이었다. 보이는 곳마다 다 막혀 있었고, 제대로 된 안내판조차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돌아서 가면 괜찮겠지라고 해서 가보면 그 곳도 막혀 있었던 것이다. 이런 극심한 혼란 속에서 나 자신조차 출구를 찾지 못했는데 하물며 늦게 왔던 사람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어느 정도 인원 통제를 위해 보조 문을 잠그는 수준이 아니라 통로를 전부 막았던 점, 제대로 된 대책이나 안내는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 사람들의 항의에 죄송하다는 인사보다는 다른 곳으로 책임을 회피했던 점은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후반전에 중앙 스크린이 먹통이 되서 15분가량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이해해 보겠다. 하지만 시민들을 가둬놓고 엄청난 불편을 감수하게 만든 그들의 미숙한 운영에 화가 났다. 다행히 월드컵 관람과 응원은 안전하게 끝이 났다는게 다행스러울 정도였다.